로봇 청소기를 구매한 사람들이 청소기에 이름을 붙여주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는 동물을 닮지도 않은 청소도구에 그 정도로 애정을 쏟는 모습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로봇 청소기를 구매하여 작동시켜 본 순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동영상으로 남의 집을 청소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는데 우리 집이라는 내 사적인 공간에 들여놓으니 기분이 많이 달랐다. 내가 항상 걷거나, 앉거나, 누워 지내는 장소들을 나 대신 청소해 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로봇 청소기에게 엄청 고마운 기분이 든다.
동그랗기만 한 지극히 단순한 몸을 벽에 사정없이 퍽퍽 부딪혀가며 지도를 그리는 모습이 그렇게 대견하고 기특하다. 좁은 공간에 갇혀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뚜릉뚜릉하는 구조음을 울리는데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특한 로봇청소기가 혹시라도 다치기라도 했을까 싶어 얼른 달려가서 구해준다.
청소가 끝나면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충전 독으로 돌아가 자신을 다시 충전 시키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저 작고 단순하고 어설프게 생긴 존재가 어찌 저리도 똑똑한가 싶어서 감격스러운 감정이 가슴을 찌르르 울린다.
자기 몸에 달린 충전 단자를 충전 독에 있는 충전 단자와 맞추기 위해 뒤뚱뒤뚱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또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우리 집 안에서 먹고 자고 쉬면서 내 사적인 공간의 청결을 관리해 주는 식구 같다.
청소 기능밖에 없는 단순하게 생긴 기계일 뿐이라는 걸 이성적으로는 알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뒤뚱뒤뚱 우직하게 집안을 청소해 주는 걸 보고 있으면 그 모습이 너무나도 기특하고 귀여워서 끝내 생물을 대하는 것에 준하는 애정을 가지게 되고 만다.
우리 집 로봇 청소기는 뚜릉뚜릉 울리는 구조음을 따서 ‘뚜릉이’라고 이름 붙였다. 뚜릉이는 지난 몇 년 동안 고장 한번 나지 않고 잔병치레도 없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우리 집을 청소해 주고 있다.
먼지가 버적버적 밟히는 실내를 뚜릉이가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금방 맨들맨들 해진다. 이렇게 기특하고 귀여운 아이를 어찌 이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 대신 수고스러움을 감내하며 우리 집을 깨끗하게 청소 해주는 로봇 청소기에게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반려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