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눈에 비쳤던 어른들의 모습은 굳건하고 강해보였다. 갑작스러운 사고에도 놀라지 않고 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침착하게 풀어 나갔다. 그래서 나도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면 저런 어른스러운 강인함이 저절로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20대 때는 아직 초보 어른이라서 아직은 어른스러움이 생기지 않는 건가보다 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30대의 언덕을 넘어와 40대의 푯말이 보이는데까지 왔는데도 여전히 어른스러움이라고 느낄 만한 것이 조금도 생기지 않았다. 나이를 이 만큼이나 먹었는데도 세상 대부분의 일에 서툴고, 사고가 일어나면 허둥지둥데며 안절부절 못하고, 어려운 문제로부터 시선을 회피하며 방황하는 내가 있었다.
그래서 어른이 될 수 있는 힌트를 얻고자 주변에서 가장 어른스러워 보이는 지인들과 가깝게 지내며 얘기를 듣고 그 어른스러움을 들여다보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의 어른스러움도 완벽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적으로 둘이서 커피를 마실 수 있을 정도로만 가까워져도 자신의 약점을 기꺼이 보여주었다. 1년 365일 24시간 밤낮으로 128가지 약점을 활짝 열고 사는 나보다는 훨씬 더 강인한 어른 같았지만 어쨌든 그 누구도 완벽하지는 않아서 다들 약점 몇 개쯤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신체에 콤플렉스가 있고, 어떤 사람은 대화를 어려워하는 것처럼 각자 가지고 있는 약점들은 모두 다 달랐다. 하지만 그 누구도 피해가지 못하고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외로움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도, 자기 확신이 넘치는 냉정한 사람도,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은 권력가도, 천재라 불리는 재능 넘치는 예술가도. 사회적인 고립을 견디지 못했다. 항상 자신의 가치를 긍정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했다.
숨 막히는 사회생활을 이어가다 사람에게 질려서 잠적했던 사람조차도 결국에는 타인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런 어른 모두의 공통약점을 알게 된 이후 능숙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자신의 어른스럽지 못한 부분에 대해 더 이상 의문을 가지거나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무례한 직장 상사를 만나거나 버스를 기다리다 새치기를 당해도 ‘그런 당신도 결국은 나처럼 외로움을 감당해 내지 못하는 사람이겠지요...’라고 생각하며 조금 너그러워지는 포용력도 생겼다.
아무리 나이가 많고 사회경험이 많은 어른이라도 혼자서는 외로움을 버텨낼 수 없다. 그래서 항상 자신을 비춰줄 수 있는 타인을 필요로 한다. 외로움 앞에 서면 사람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가련하리만치 약한 존재가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도 나도 모두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