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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선 Sep 03. 2021

#3. 신분상승

직장생활 탄원서



학인의 아버지는 아들이 마침내 취직했다는 소식에 곧장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요양원에 누워 계신 학인의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연락처에 있는 거의 모든 지인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한평생 택시기사로 산 그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간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아들이 최소한 무작위로 손님을 응대하는 자신처럼 불필요한 사람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만큼은 받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바람과는 달리, 회사라는 곳은 인간관계로부터 지속적인 고통을 겪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적어도 좁은 택시보다는 그랬다. 불편한 손가락으로 군 면제를 받아 조직생활 경험이 없던 학인의 아버지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잘 알지 못했다.


소식을 들은 학인의 어머니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그녀가 제일 먼저 연락한 사람은 바로 고모부였다. 옛날부터 그리 잘난 것 하나 없는 고모부가 물려받은 재산으로 사업한답시고 말 끝마다 자신의 아들을 깎아내리는 것이 못마땅했던 터였다. 은근히 구박받는 아들을 위해 딱히 한 건 없었지만 오늘이야말로 그동안 칼을 갈며 기다려온 바로 그 순간이었다.  


“예, 서방님. 별일 없으시죠? 아, 예, 예. 다른 건 아니고요. 우리 학인이… 취직됐대요! 치질이 아니라 취직! 정말이에요. 제가 뭐 이름 듣는다고 무슨 회산지 아나요? 무슨 경제 어쩌고 하는 기관이었는데…. 아무튼! 기업들 도와주는 공기업이래요. 천만다행인 게 고모부 말 듣고 아무 데나 들어갔으면 큰일 날 뻔했지 뭐예요. 안 그래요? 지연이는 아직 공무원 준비 중이죠? 잘 되겠죠. …… 아뇨, 서방님. 아까 왔다가 지금 지 친구들이랑 축하 파티한다고 나갔는데 제가 대신 축하한다고 전할 테니까 굳이 노는데 방해하지 마세요. 예, 예. 명절에 뵐 게요.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은 학인의 어머니는 휴대폰을 두 손으로 꼭 쥔 채 화장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야무진 윗입술이 조금씩 씰룩거리더니 곧 클클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러다 바늘에 찔려 빵 터진 풍선처럼 통쾌한 웃음이 커다란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더 이상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아들이 많은 돈은 못 벌어도 부모랑 멀지 않은 곳에서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녀는 집안일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그 사실을 곱씹었다. 그럼에도 달콤한 단물은 조금도 빠질 생각이 없었다.


***


“야, 야, 야! 축하의 짠 한 번 하자!”


학인의 중학교 친구인 도환이 맥주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취직 축하한다!"


"고맙다."


입이 헤벌쭉 벌어진 학인이 진심 어린 어조로 대답했다.


탁자 위의 잔들이 거침없이 부딪히며 춤을 췄다. 그리고 실로폰 음계를 차례로 두드리듯 기분 좋은 유리잔 소리가 사방으로 튀었다. 학인은 맥주가 가득 담긴 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기분 좋은 탄식을 내뱉었다.


"임도환, 너 취뽀라는 말 무슨 뜻인지 아냐?"


학인의 옆에 있던 효준이 물었다. 그는 포마드로 정갈하게 앞머리를 올려 넓은 이마를 보이고 나이 들어 보이는 크롬 안경테로 처진 눈썹을 가려 인위적으로 날카로운 인상을 만들어냈다. 그건 그의 직업상 똑 부러지는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서였는데, 효준은 2년 전부터 은행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고객들은 어딘가 순진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사회초년생에게 상품을 가입하지 않았다.


"취뽀? 왜 몰라? 그거… 취해서 뽀뽀하는 거 말하는 거잖아? 썸을 타던 남녀가 취뽀했다."


"대박."


"이야, 이 새끼 취직 제일 빨리하더니 역시 아저씨도 제일 빨리 됐네."


도환의 대답을 들은 친구들이 동시에 낄낄거렸다. 도환이 어리둥절하며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지만 효준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학인을 바라보았지만 학인도 이에 동참하며 입을 함구했다. 심통이 난 도환은 앞에 있던 땅콩 과자를 한 움큼 집어 친구들을 향해 냅다 던졌다. 덕분에 소금이 묻은 구운 땅콩이 수류탄 터지듯 사방으로 튀었다.


"야, 임도환 네가 청소할 거 아니면 나가."


모임 장소의 사장인 진성이 굵은 목소리를 더 내리 깔며 무섭게 경고했다. 재작년 말부터 <갓파더>를 운영하는 진성은 일찌감치 전문대학을 자퇴하고 틈틈이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세계 여행을 다니다가,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위스키 바를 차렸다. 앤티크 한 북유럽 풍의 가구들이 비치된 50평 남짓의 가게는 교회처럼 전고가 높은 게 특징이었는데, 그 천장의 중앙에 작은 샹들리에가 오렌지 색 조명을 은은하게 퍼트려 주었다. 친구들은 차마 자신들이 실천하지 못하는 도전적인 삶을 사는 진성을 부러워했다. 그리고 은근히 가게 운영에 훈수를 두면서 대리만족을 하곤 했다.


"어쭈, 안 팔아줘도 된다 이거지? 얘들아 우리 다음 모임은 다른 데서 하는 걸로? 어때?”


“찬성.”


"미안. 뭐 필요한 거 있니?"


진성이 꼬랑지를 내렸다.


"땅콩에 육포를 더 주시지요."


"썩을 놈."


이들은 학인과 15년 지기 중학교 동창들이었다. 모임은 학인을 포함하여 5명이었는데, 학인의 취직으로 아직 경찰 공무원을 준비 중인 건호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업을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건호는 아까부터 유난히 말이 없었고 학인은 약간 불편한 마음으로 그를 주시했다. 휴대폰으로 웹툰을 보고 있는 건호는 전혀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원래 두 사람은 각자의 목표를 준비하는 2년간 서로를 의지하는 동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오늘로서 그 균형은 깨졌고 둘의 처지가 조금 달라지게 되었다.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쟁이들이 불쌍한 자영업자 피를 빨아먹다니. 자, 맛있게 처먹어라."


주방에서 나온 진성이 낸 넓은 접시에는 육포와 땅콩 말고도, 과일과 블루치즈, 그리고 하몽이 잔뜩 올려져 있었다. 효섭과 도환은 예상치 못한 서비스에 환호했다. 특히 블루치즈와 하몽은 효섭이 얼마 전에 추천한 메뉴였다.


 "진성아, 요즘 매출은 좀 나와?"


학인이 바 테이블 뒤에 서 있는 진성에게 말을 걸었다.


"매출? 오픈 첫 해는 힘들었는데 슬슬 입소문을 타는지 몇 번씩 오는 단골도 생기긴 했다. 근데, 그래 봤자 적자 안 나는 수준이야. 넌 안정적인 월급쟁이가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


진성은 벽 찬장에 진열된 수많은 위스키 병을 훑더니 베이지 색 라벨에 금색 영어 글씨가 쓰여있는 병을 하나 골라 오목한 테이스팅 잔에 따랐다.


“비싼 거야. 너만 마셔. 아, 스월링 해서 향부터 맡아.”


학인은 큰 키에 어깨가 떡 벌어진 진성이 하얀 셔츠를 입고 오렌지 색 조명을 받고 서 있는 것이 썩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학인은 적성을 찾아 원하는 일을 하고 사는 진성이 부러웠다.


"와, 이진성. 치사하게 학인이만 좋은 거 주네? 월급쟁이가 뭐가 좋냐. 남 밑에서 일하는 게 좋아? 그냥 노예지."


대화를 엿들은 효섭이 미끄러지듯 다가와 비아냥 거렸다.


"아, 그러십니까? 그럼 아저씨도 사업하시지 그러셨어요. 좋은 대기업에서 성과급 파티하지 마시고?"


진성 역시 맞받아치며 으르렁댔다.


“후, 새끼. 네가 구걸하듯 창구에서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 방카를 팔아봐야 해.”


"나는 그래도 월급쟁이가 좋더라. 내가 열심히 하든 안 하든 일단 고정된 월급은 나오니까. 휴일도 보장되지… 자영업 하면 아! 오늘은 손님이 또 얼마나 올까! 와서 푸드 코스트는 낮고 마진은 높은 메뉴를 시켜줄 것인가! 유통기한이 고작 하루 지난 냉장고 속 재료는 양심 상 버리는 게 맞는 것일까! 제발 과음한 손님이 토만 하지 말았으면! 이딴 걱정이 한두 개야?"


듣고 있던 도환도 의견을 냈다. 그는 공무원답게 역시 안정적인 것을 선호했다.


"뭐야? 너 요식업 해봤냐? 왜 이렇게 잘 알아?"


"됐고! 월급쟁이냐, 자영업자냐는 솔로몬의 결정이야. 답이 없어. 장단점이 너무 극명하게 갈린다고…."

 

"학인이 너 시보 기간 있지?"


도환이 똑똑한 척하는 효섭의 말을 끊었다.


"시보… 는 아니고. 난 공무원은 아니라서. 수습기간은 있긴 해. 3개월."


"너도 떡 돌려야 할 걸?"


"떡?"


"아니, 꼭 떡은 아닌데. 보통 공무원들 시보 끝나면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고 약소한 선물 같은 거 돌리 거든. 처음에 선배 말 듣고 딱 우리 과에만 하려고 했는데 과장 새끼가 와 가지고 '국장님 거도 해야 도리지?'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 세 개 과에 다 돌렸잖아. 알고 보니까 떡 돌릴 때 나랑 같이 가서 눈도장 한 번 찍고 아부 떨려고 그런 거 같더라."


"공무원 월급도 적은데 그런 거도 해야 된다고? 에이, 근데 나는 아닐 거야.”


"어이, 오늘따라 조용하신 건호님. 나중에 붙으면 어차피 할 일인데, 미리 잘 새겨둬라.”


효섭이 목을 쭉 빼고 제일 멀리 앉아 있는 건호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그는 대답 없이 술만 들이켰다.  


대화가 무르익을수록 학인은 궁금한 게 많아졌다. 첫 차는 뭐가 좋은지, 다들 자산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험은 어떤 걸 드는지, 연말정산을 위한 소득공제 방법 등등. 이제야 정말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가게 오픈하는데 큰돈을 쓴 진성은 빚쟁이였고 의외로 오래 근무한 도환보다 연봉이 높은 효섭이 저축을 더 많이 했다는 데 놀랐다. 학인은 자신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여전히 믿기질 않았다.


"야 근데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왜  가게 이름이 <갓파더>야? 그냥 별 의미 없는 폼이야? 아니면 영화?"


쉬지 않고 들이킨 하이볼로 도환의 혀는 어느새 약간 꼬여있었다.  


"아, 이거? 내가 우리 아빠 존경하는 건 다들 알지? 그래서 지은 거야. 아빠가 신이라고, 갓. 파더. 영어는 순서가 반대라면서?"


"미친."


“와! 이진성. 사람 맞냐?”


다들 진성의 발언에 충격을 받은 사이, 갑자기 구석에 앉아 있던 건호가 의자에 걸쳐 둔 크로스 백을 챙기며 일어났다.


"이건호, 어디 가? 화장실?"


효섭의 질문에 건호는 혀를 차며 씁쓸하게 웃었다.


"시험 4개월 남았는데 공부해야지. 오늘 먹은 거 회비에서 쓰는 거랬지? 간다. 아, 그리고……"


홀로 선 건호는 굳은 표정으로 바 테이블 쪽에 나란히 앉아있는 세 명과 차례로 눈을 마주쳤다. 친구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한없이 쓸쓸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선을 옮겨 테이블 뒤의 진성과 눈을 마주하며 멈췄던 입술을 움직였다.


“……이제 너네들 놀 때 당분간 나 부르지 마라. 나중에 시험 끝나고, 아니 내가 최종까지 붙으면 그때 보자."


“야!”


친구들의 부름에도 건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학인 홀로 황급히 문 밖으로 나서는 건호를 따라나섰다.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와 달리 외진 곳에 위치한 가게 주변은 드문 드문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아래 잡초만이 무성한 공터로 황량했다. 차가운 밤공기가 뺨을 때리자 오른 술이 조금 깨는 기분이 들었다. 학인은 너무 자신의 기분에만 취해 친구를 배려하지 않은 것에 일말의 죄책감이 들었다.


"건호야!"


학인이 바닥이 자갈인 주차장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앞서가는 건호를 붙잡아 세웠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진 건호가 어깨 위의 올린 학인의 팔을 뿌리치며 비아냥거렸다.


"이거 놔, 새끼야! 신분 상승해서 좋겠다?"


"뭐?"


"아니, 시발 그렇잖아. 같이 2년간 빛 한 줄기 없는 지하에 박혀서 찌질이로 있다가 갑자기 지상으로 탈출하니까 혼자 되게 행복해 보이시더라고. 아, 물론 축하할 일이지만.”


"너 취했냐? 오늘 누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너도 곧 붙을 건데 말투가 왜 그래? 야 그리고 네가 내 친구면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친구 좋아하시네. 사람 무안하게 지들끼리 월급이 어쩌고 저쩌고… 됐어. 착한 척, 배려하는 척하는 거 역겹다, 역겨워. 니들 다 위선자야."  


건호는 바닥에 침을 퉤 뱉고 가로등이 꺼진 어둠 속을 향해 뛰어갔다. 학인은 조금 황당하면서도 미안한 감정을 품은 채 건호의 체크무늬 셔츠가 완벽히 사라질 때까지 허망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학인은 택시에서 내려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한 시를 넘겼다. 계단을 오르는 그의 고개는 잘 익은 벼처럼 수그려있었고 다리는 힘없이 비틀거렸다. 전역 이후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신 건 처음이었다. 몸은 피곤한데 왠지 정신은 또렷했다. 그는 잠에 들고 싶지 않았다. 잠에 들면 꼭 이 모든 상황이 꿈일 것 같만 같아 두려웠다. 여러 번 시도 끝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현관으로 그의 어머니가 마중을 나왔다.  


"이제 들어왔니?"


"어? 엄마, 아직도 안 잤어?"


학인의 목소리는 취기로 평소보다 한 껏 고조되어 있었다.


"오늘 같이 좋은 날, 잠이 올까 봐?"


학인의 어머니는 부엌에서 매실액과 꿀을 섞은 따뜻한 차를 내어 식탁에 앉아 있는 아들에게 건넸다.


“얘,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아니? 고모부한테 전화 안 왔지?”


“안 왔는데? 엄마한테 전화해서 또 뭔 이상한 소리 했어?”


학인의 목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에 학인의 어머니는 안방 쪽을 살피며 아들의 가는 팔뚝을 살짝 때렸다.


“조용히 해! 아빠 주무셔. 그게 아니라. 내가 먼저 전활 걸었어.”


“엄마가? 굳이 왜?”


학인은 의아했다.


“왜긴? 그동안 너 무시한 거 갚아주려고 했지. 내가 아주 당당하게 말했지. 당신 말 듣고 아무 기업이나 들어갔으면 얼마나 후회를 했겠냐면서! 그러니까 그 자존심 센 양반이 괜히 헛기침 여러 번 하면서 운이 좋았네 어쩌네 하면서 계속 중얼거리더라고. 얼마나 우습던지. 호호.”


학인은 자신의 엄마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표정을 도무지 언제 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전역했을 때였었나? 그때도 이정돈 아니었던 거 같은데. 대학교 입학했을 때? 그는 과거를 더듬으며 소싯적 엄마의 황홀한 표정을 찾아 헤매다가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얘가! 앉아서 졸면 어떡해! 얼른 양치하고 자.”


“어? 깼어. 깼어.”


학인이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오만 원 자리 뭉치가 학인의 손에 쥐어졌다.


"아, 뭐야 이거. 됐어. 월급 받으면 내가 엄마 용돈 줘야지. 그동안 나한테 투자한 게 얼만데….”


“다음 주부터 바로 출근이라며. 내일 백화점 가서 정장 하나 좋은 거로 맞춰.”


“면접용으로 저번에 샀잖아. 난 괜찮은데…."


“학인아. 넌 항시 표정도 밝고 웃는 상이니까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너는 잘할 거야.”


학인의 어머니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학인은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눈빛이 마치 갓 태어난 아이를 처음으로 응시하는 젊은 부모의 눈빛 같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너무도 차갑게 얼어있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면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학인은 행복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아무런 조건도 없는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그 믿음을 절대로 배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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