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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끼 Oct 22. 2023

프롤로그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살아온 길을 돌아볼 때면 ‘내가 어느새 이 일을 하고 있담’ 생각이 들 때가 정말 많아요. 옛날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한 남자분이 했던 인터뷰가 떠오릅니다. 기차를 타고 갈 때는 마치 일직선으로 똑바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창밖으로 보면 꽤 구불구불한 길 까지 지나왔다는 걸 알 수 있다는 인터뷰였습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그냥 막연히 ‘난 국어를 제일 잘 하니까 국어 선생님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고등학생은 국어 국문과에 진학을 원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안 해서 재수를 해야만 했죠. 학교를 다니고, 군대를 가야할 나이가 되어서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4학년이더라고요. 4학년에는 뭔가 하긴 해야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 학점을 주는 인턴십을 신청했고, 그게 어떻게 잘 되어서 실제로 그 직장에 정직원으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계속 다닐 걸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정직원이 된지 약 5개월만에 직장을 그만 뒀습니다. 그리고는 연극이 하고 싶어 작은 극단에 들어갔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당시는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니 정말 세상 고생이란 고생은 내가 다 사서 하고 있었습니다. 글쎄요. 앞으로 저는 그 고생이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     

 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냥 마음 맞는 사람 만나면 하는 거고, 아니면 말고. 그런데 연극을 하다 보니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같이 살게 되고 이제 결혼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혼전동거는 매우 ‘아메리칸 스타일’이며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 같은 ‘유교보이’와는 거리가 멀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살고 있네요.     

정말 제 인생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런 걸까요? 가끔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 인생 누가 대신 살아줄 수는 없으니까. 제가 ‘어쩌다 이런 일을 하고 있지’ 싶어도 열심히 사는 수밖에요.      

이 책은 ‘어쩌다 보니’ 이렇게 살게 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연극 이야기, 동거 이야기 등등 제가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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