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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끼 Oct 22. 2023

싱글벙글 공사기(記)

극단 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한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있게 ‘공사’라고 대답할 수 있다. 연극 배우의 삶을 살며 연기, 연습 보다도 공사를 더 많이 한 것 같다. 여러 공사를 했다. 시멘트 폐자재를 옮기기도 했고, 전기 공사도 했고, 연습실 나무 바닥을 싹 다 뜯어내고 다시 가는 공사도 했다.     


극단 생활을 4개월 정도 했을 때였다. 공연 올릴 준비를 하며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연습을 할 때 분위기는 항상 –항상 까지는 아니고, 7, 8할정도- 살벌하다. 살벌한 연습을 하다가, 연출이 갑자기 연습실 이곳 저곳을 갸우뚱 거리며 돌아다녔다.     


“여기서 삐걱 삐걱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어 그러네요?”     


10여 명의 극단원들은 갑자기 연습실 바닥을 보며 이곳 저곳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거 공사를 한 번 해야겠다.”     


그때만 해도 난 그 ‘공사’를 우리가 직접 할 줄은 몰랐다.      


극장은 지하였다. 극장 건물은 3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1층은 술집, 2층에는 마라탕집, 3층에는 보드게임 카페가 있었다. 그 중 2층 마라탕집은 항상 잘 되었고, 1층과 3층은 내가 극단에 들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실이 되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1층에 치킨집이 들어왔다.     


치킨집 사장님은 공사 현장을 직접 관리 감독 하시는 분이었다. 그런 분이 치킨집 프랜차이즈를 꿈꾸며 극장 바로 위에 1호점을 내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그 분은 1층 인테리어 시공을 직접 했다. 어쩌다 보니 그 사장님과 극단 사람들은 친해졌고, 연습실 바닥 공사도 그 분에게 의뢰하게 되었다.     

 

치킨집 사장님과 우리는 우선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을 전부 드러냈다. 그 바닥이 그렇게 쉽게 깨지고 갈라지는 줄은 생각도 못했다. 빠루로 틈을 만들어 지렛대로 들어내면 박혀있던 피스들이 투둑 소리를 내며 들렸다. 만들어 질 때부터 나무바닥인 줄 알았던 지하 연습실 건물의 바닥은 돌바닥이었다. 드러낸 나무 자재들은 트럭에 실어 보내거나 자잘한 폐자재들은 우리 넷이 살고 있던 사무실로 옮겼다. 사무실은 역 기준으로 평지 7분을 지나, 45도 경사의 언덕을 5분정도 타야 나온다. 두손 가득 물건을 들고 사무실로 올라가는 건 운동이 따로 없었다.     


바닥을 다 드러내고, 바닥 청소를 한 번 했다. 그리고 바닥에 습기가 올라오는 걸 방지해주는 약품을 바르고 기다렸다. 그 후 각개목으로 프레임을 한 번 빙 두른뒤, 그 프레임 위에 나무 바닥을 올렸다.   

   

나무 바닥을 올리는 것도 일이었다. 원목을 잘라가며 무늬를 맞추어야 했다. 또 하나하나 본드를 바르고, 그 위에 피스를 에어건으로 쏴야 했기 때문에 20평 가까이 되는 바닥이니 공사 현장에는 항상 10명 정도의 단원들이 함께 있었다. 누군가는 원목을 자르고, 누군가는 에어건으로 피스를 박았다. 또 중간에서 원목을 여기 저기 옮겨 주는 사람, 본드를 바르는 사람 저마다 역할이 있었다.      


원목을 다 설치하고, 이제는 바닥을 사포로 갈았다. 낙차가 조금 큰 곳은 기계를 사용했다. 기계는 별 거 아니었다. 사포를 기계에 끼고 있는 힘껏 기계로 바닥을 문질러 대면 되었다. 진동이 굉장히 심했는데, 1~2시간만 그 기계를 사용해도 손이 덜덜 떨렸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을 때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포로 바닥을 다 갈은 뒤에는 니스칠을 해 주었다.      


당시 우리 극장은 극장, 연습실이 있었다. 우리 건물은 아니었고, 월세였다. 우리 극장은 이 두 장소를 대관하는 사업도 했다. 극단원들은 그래서 극장을 대관한 사람들, 연습실을 대관한 사람들은 맞이하는 일도 했다. 문제가 생기면 가서 해결해 주는 일도 맡았다. 우리 연습실을 꽤 많이 빌린 사람 중에는 내 대학 선배도 있었다. 이 선배도 특이하게 나와 같은 국문과를 진학했지만, 연극이 더 하고 싶어서 학교를 자퇴하고 예대에 진학한 선배였다. 하루는 그 선배 일행을 맞이하러 연습실에 갔다가, 그 선배를 만났다.    

 

“토끼야, 연습실 너무 좋아졌다!”

“저희가 고생 좀 했어요.”

“너희가 직접 했어?”

“네..”

“.... 고생했다, 정말. 너 잘 지내고 있는 거니?”     


바닥 공사 외에도 여러 공사를 했다. 극장 객석을 통째로 모두 떼어내고 새로운 객석을 만들기도 하고, 여자친구와 극단 동생이 같이 사는 집의 인테리어 공사도 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면, 항상 무대를 설치하고, 세트를 만드는 공사가 필수였다. 그때는 아침 10시 정도부터 새벽 1~2시 까지 공사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에는 일이 익숙치 않아서 힘들었지만, 조금 익숙해 지고 난 뒤에는 ‘우리가 만든 세트’라는 생각이 들어 애정이 갔다. 일을 하고, 끝나면 술 한잔을 하며 극장 사람들과는 더 사이가 돈독해 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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