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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기 Sep 17. 2021

누군가를 위한 명절이 다가온다.

  금요일은 유일한 공강 날. 이번 주는 발표도 두 개나 있었고, 이상하리만치 바빴다. 하루를 시작해서 정신을 차리면 밤이 되어 있었는데, 시간의 스피드가 허무할 정도로 빨랐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속에서 좀 더 버티며 여러 글들을 읽었다. 그러면서 명절 연휴가 시작됨을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명절은 다소 부담스러운 이벤트가 된 듯하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인지, 시대가 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명절을 앞두고 좋은 이야기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대 갈등, 고부간의 갈등, 결혼, 취업 등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명절을 긴장시키는 주제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만큼 명절에 갈등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되었나 보다. 마치 명절 하면 전이 떠오르는 것처럼.


  어느 눈물겨운 이야기를 들었다. 수년의 명절 동안 열심히 챙기고 섬겼는데, 여전히 돌아오는 건 무시와 못된 말들이라는 '실화'다. 더 이상 쥐어 짜낼 힘이 없는 이는, 이번 명절을 자기를 돌보는 것으로 보낸다고 한다. 수년 동안 명절 한 달 전부터 빠지지 않고 준비했던 선물도, 돈도 준비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 돈과 시간으로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을 거란다. 글을 읽으며 처음으로 안도했다.


  명절의 사전적 의미를 처음으로 검색해봤다.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지켜온 축일이란다. 그렇다면, 이미 오랜 시간 '축일'로 보내지 못한 이들에게, '그래도 해야지'라는 말이 의미가 있을까.


  누군가를 위한 명절이 다가온다. 타인을 위한 명절을 보내다 지친 모든 분들과 위 글의 주인공 분이, 적어도 이번 명절만큼은 자기 자신을 축하하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랑해야지'라는 말 말고, '사랑받아야지.'라는 말.

  우리는 사랑을 받아야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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