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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Jan 09. 2023

'결핍과 채워짐'

2023 0108

'결핍과 채워짐'

#8


13년 전 일본 요코하마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후

일본 요코하마에서 단기 학생 선교사로 캠퍼스 사역을 돕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도쿄 온누리교회에서 부흥회를 한다고 하여

동료 학생 선교사들과 참석했던 적이 있다.


한국 온누리 교회에서 여러 목사님들이 오셔서 예배를 인도하셨었는데

그중에 한 젊은 목사님이 예배 후 기도 시간에, 


‘여러분 중에 찬양 인도자로 쓰임 받기 원하시는 분 일어서 주세요 함께 기도합시다.’ 

라고 하시며 축복기도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 나는 (지금 돌아보면) 정말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당시 현지 선교사님이 이 부분은 

입증해주실 수 있다. 나는 정말 실력도 영성도 형편없었다. 열정만 앞서는 청년이었다)

인력이 모자란 관계로 캠퍼스 예배 찬양 인도를 맡고 있었는데, 찬양인도자들을 위해 

기도해준다는 말에 나는 벌떡 일어섰다.


아직도 그 기도시간이 기억이 난다. 

나는 이렇게 기도했었다.


‘주님, 저는 음악적 감각이 전혀 없음을 주님이 아십니다.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고 박자는 늘 놓칩니다. 

기타 코드 조금 안다고 찬양 인도하고 있는데 쉽지 않습니다.

저에게 지금 음악적 재능을 부어 주세요. 찬양으로 주님을 섬기겠습니다.’


부흥회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당연히 나의 음악적으로 훨씬 성장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퇴보한 느낌마저 들었다.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여전히 악보를 봐도 음을 구분해 내지 못하며,

내 마음대로 곡들을 해석해 찬양을 인도할 때 남들과 다르게 부르는 

잦은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찬양 인도자로서는 실격이었다.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캐나다에 돌아와서

일본어 예배를 섬기게 되었는데,

기타를 조금 칠 줄 안다는 이유로 

또다시 찬양인도를 맡게 되었다.

부족함을 알기에 요청에 거절하고 싶었지만,

기도하면 할수록 해야 할 것만 같아서 1년 남짓 찬양을 인도했다. 


그 후 일본어 예배가 없어지고

다른 한인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 

이제 찬양인도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역자가 되고 밀알교회에서 하늘씨앗교회로 분립개척되어 나오면서

또다시 찬양인도를 맡게 되었다. 정말 쉽지 않았다.

곡들을 제대로 이해 못 해 사람들 앞에 실수했을 때는 정말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그러다 한국에 가게 되어 찬양인도를 내려놓게 되었는데


아니 이게 웬걸

한국에서 출석하게 된 개척교회에서 

또다시 찬양인도를 하게 되었다.


마땅히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기타를 칠 줄 안다는 이유로 

나는 또 그렇게 6개월간 찬양 인도를 했다. 


다시 캐나다로 돌아와서는


‘아 이제 나는 성도님들과 함께 밑에서 찬양드려야지. 찬양인도 안 하게 돼서 감사하다.’

라는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역에 집중하며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올해부터 나는 다시 찬양인도를 하게 되었다.


담임목사님께서 나에게 찬양인도를 해달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나는 하나님께 나아가 물었다.


‘하나님 왜요? 왜 또 시키시는 거죠? 저 못하는 거 알잖아요. 

음악적 재능 안 주셨잖아요. 또 실수할 거 아시잖아요? 근데 왜요?’ 


아니나 다를까,


오늘 새 예배당에서 드리는 첫 주일예배.

아주 중요한 예배자리인데 


찬양팀 연습 때 실수 남발.

새로운 곡을 함께 부르려고 하는데,

나는 악보를 제대로 보지 않고, 유튜브 영상을 듣고 곡을 익혀온 관계로

악보에 적힌 멜로디와 다르게 부르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던 것.


옆에 있던 싱어가 나에게, ‘목사님 화음 넣으시는 줄 알았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나는 곡을 내 맘대로 편곡해 새로운 곡을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또 하나님께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 봤죠? 저 이래서 안 되는 거예요. 그니까 재능을 주시던지,

재능 주신 사람을 세우시던지 하면 좋지 않겠어요? 저는 말고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나에게 한 가지 장면을 보여주셨다.


바로 13년 전 도쿄 온누리 교회 늦은 밤 예배당에 

‘찬양인도자’로 쓰임 받고 싶다고 벌떡 일어선 나의 모습.


눈물 흘리며

두 손 들고 

축복해 달라고 

기름 부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던 나의 모습.


하나님은

젊고 열정 많던 그날의 나의 모습을 보여 주셨다. 


그러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의 기도를 기쁘게 받았다. 나는 너의 기도를 이루고 있는 중이다.’


‘근데 하나님, 재능은 왜 안 주시는 거예요? 그 기도는 왜 안 들어주시나요?’ 


‘내가 음악적 재능을 너에게 주고 나면, 너는 그때처럼, 또 지금처럼 간절히 기도하지 않을 거니까. 

나에게 도와 달라고 부르짖지 않을 거니까. 나를 의지하지 않고 너의 재능을 의지할 거니까 그래서 안 줬다.

재능보다 더 중요한 건 나를 향한 마음이란다. 그때 일본에서 너의 기도는 나를 기쁘게 했다. 그 마음 잃지 마라.’ 


하나님은 내가 자신 없어하는 부분을 들어 사용하실 때가 많다.

정말 비효율적인 인력의 활용이다. 잘하는 사람, 준비된 사람 쓰시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깨달은 사실은, 

하나님은 재능에 크게 상관없이 마음이 주님께 온전히 향해 있는 사람을 쓰시길 기뻐하신다는 것이다.


우리의 재능을 사용하셔서 하나님의 일을 하실 때도 있지만,

재능이 부족한 분야에서 일부러 계속 그 일을 하게 하실 때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 연약함과 결핍이 

우리 안에 간절함과 갈급함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하나님을 찾지 않으면, 

하나님의 도움심이 없으면

절대 안 되는 그런 두 손 든 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결국 내가 무릎 꿇고 기도하게 하기 때문에 


하나님은 우리의 부족함 그대로 사용하시길 원하신다.

모자란 부분이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져서 깊은 감동과 

하나님의 영광이 온전히 드러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저의 예배를 받아 주세요. 한참 모자란 저의 찬양을 받아 주세요.

모자란 부분을 충만한 은혜로 채워 주셔서 성령의 감동과 영혼의 기쁨이 

우리 예배 가운데 가득하실 기도 합니다. 아멘.’ 


#찬양인도 #약할때 #강함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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