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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Jan 07. 2023

식탁에서 우리는

2023 0106


#6


“식탁에서 우리는..”


Babette's Feast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가 주는 여러 메시지 중에 

나는 ‘식탁과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참 좋아한다. 


19세기 덴마크 시골의 한 마을에 오래된 교회 공동체가 있었다.

공동체를 섬기던 목사가 죽고 공동체는 목사의 두 딸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공동체가 오래되면서 멤버들끼리 사이가 서먹해지고 급기야는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편이 나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바벳이라는 한 여성이 마을에 등장한다. 

바벳은 프랑스에서 온 난민인데 

목사의 딸을 사모했던 한 남성의 소개로 오게 되었다.


바벳에게 한 가지 비밀이 있었는데 프랑스에서 그녀는 셰프로 일했던 경력이 있었던 것.

그녀는 목사의 두 딸을 섬기는 가정부이자 요리사로 14년 동안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바벳은 복권에 당첨되어 1만 프랑을 얻게 되는데

마을을 떠날 것이라는 두 딸의 예상과는 달리 바벳은 마을에 남아 당첨금을 마을 사람들을 위해 쓰기로 한다.


1만 프랑을 다 써서 12명의 멤버들을 위해 최고급 코스 요리를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바벳은 가장 좋고 진귀한 식재료를 프랑스에서 공수받고 일주일 동안 준비해 사람들에게 요리를 대접한다.


12명의 마을 사람들은 모여서 한 가지 약속을 하는데, 

서로 또 다투지 않도록 음식을 먹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최고급 요리를 맛본 사람들은 이내 표정이 밝아지고 저절로 입이 열리며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막혀있던 담은 무너지고 식탁에는 회복이, 화해와 화평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1만 프랑이라는 많은 돈을 단 12명에게 식사 한 번을 위해 다 써버린다는 것이

낭비라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바벳의 이 ‘낭비’ 덕분에 공동체는 회복되고 관계의 막힌 담은 허물어졌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잔치이고, 식탁인가?

한 번의 식사로 수년간 무너져있던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면 그 식사는 1만 프랑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오늘 청소년부 아이들과 겨울방학 미니 수련회를 가졌다. 

맛있는 식사와 간식, 음료와 대화가 오고 가는 식탁. 



하나 됨의 시작은 식사로부터 시작된다.


나를 살게 하는 음식,

너를 살리는 음식.


나와 네가,

우리가 이 생명을 함께 먹을 때, 

우리는 한 공동체가 되어간다. 


하나님이 부르신 교회 공동체는

예배 공동체이다. 


예배 공동체는 함께 ‘먹는’ 공동체이다.

우리는 예배하며 예수님의 몸과 피를 함께 나누어 먹는다.


예수님이 몸을 우리에게 양식으로 주심으로 

하나님과의 우리 사이 막힌 담이 허물어졌다.

나와 이웃 사이에 벌어졌던 간격이 이어졌다. 


‘화평케 하는 자’ 로 부름 받은 우리는

나의 것을 희생해 다른 이들을 먹여야 한다.


우리의 식탁을 나누고 이웃을 섬길 때, 

그곳에는 회복이 있을 것이고, 하나님 나라가 임할 것이다.


#밥 먹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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