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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Jan 21. 2023

창작의 이유

2023 0120


#20


사진작가 Sean Tucker의 “Meaning In The Making”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We are driven to create because it comforts us in the face of impending disorder. 

We know that no matter how much we make, we cannot ultimately turn the tide, 

but we can make things to help us make sense of life. We can make things to ward off the darkness.”


쉽게 말해서 삶의 ‘카오스’를 마주한 인간이 설명이 안 되는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들 가운데 

스스로를 이해시키고 납득시키기 위해 일종의 ‘질서’를 만들어 내는데 그것이 ‘창작물’의 형태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이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공허함을 노래로, 이야기로, 그림으로, 

또 영상으로 만들어 내는 이유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창작물을 통해 숨을 쉬고 해방을 경험하는 것이다.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 상황을 서술하고 표현함으로써 자신과 상대방을, 환경과 처지를 이해하고 내일을 꿈꿀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성서 ‘창세기’가 쓰인 이유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광야에서, 정처 없이 기약 없이 헤매고 떠돌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창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To make sense of life - 백성들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과연 광야에서 내일을 꿈꿀 수 있는지..

정체성과 방향성을 주기 위해 창세기는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광야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창세기 이야기를 들으며 뿌리를 찾았을 것이다.


이야기의 힘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야기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논리적 설명이 있고,

감정의 이성적 서술이 있다.


‘질서’가 존재하는 것이다.


며칠 전 아내가 노아를 학교에 데려다주다가 양심 없는 운전자 때문에 열받은 이야기를 나에게 해 주었다.

아이들 등교로 꽉 차있는 주차장에서 나가는 차를 발견하고 후진 주차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뒤에서 오던 다른 차가 얌체처럼 그 자리를 쏙 차지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차를 통로에 잠시 세워두고 노아를 등교시키고 돌아왔는데,

아내 때문에 길이 막혀 못 지나가던 차주가 아내에게 쓴소리를 했고 그래서 안 그래도 짜증 났는데 더 열받았다는 이야기였다.

(도넛을 잔뜩 사 온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You are welcome, Tim Hortons.)


아내가 이 이야기를 나에게 한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함으로 감정이 이성적 ‘질서’를 찾기 때문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여주고, ‘맞아 짜증 났겠다.’ ‘그 사람 왜 그랬을까? 노아 엄마 차를 못 봤나? 이상한 사람이네.’ 

이렇게 대답해 주며 질서에 살을 덧붙여 주면, 아내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이렇게 탄생하고 재해석되고 재창조되는 이야기는 힘이 있다.


우리가 우리의 일상을 기록하는 이유, 

우리가 우리의 아픔을 이야기로 만드는 이유,

우리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고,

다른 이들을 살려내는 힘이기 때문이다.


What should I create next?

내 삶에 ‘질서’가 필요한 ‘카오스’는 무엇이 있을까?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과 결론이 나지 않은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


#이야기의힘 #여보사랑해 #카오스 #질서 #창작 #예술 #글쓰기 #영상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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