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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나 Feb 08. 2023

희망을 꿈꾸는 삶

현실에서 만난 적이 없고 나이와 처한 상황, 하는 일이 달라도 흥미나 관심사가 비슷하다면 충분히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경험한 후 나의 삶이 달라졌다. 디지털이 아무리 발전해도 아날로그 방식의 만남을 고수해 왔던 1인으로서 내게 일어난 이러한 변화는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그가 대한민국이 아닌 뉴욕에 있든, 멕시코에 있든, 스페인에 있든 줌(zoom)에 접속하기만 하면 실시간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인터넷 가상의 방에 모임을 만들면 그곳에서 글, 그림, 영상 등 모든 걸 공유할 수 있다. 운 좋게도 밝고, 에너지 넘치고, 긍정적이고, 자신에게 좋았던 정보와 경험을 마구 나눠 주고 싶어 하는 공유 요정을 만날 때면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매일 내 생각과 감정을 짧게라도 정리하고 기록하는 리추얼 덕분인지 관찰자로서 나를 바라보게 되고, 궁극적으로 내가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 계속 질문이 생긴다. 어느 날 JTBC 음악프로에서 임재범, 하동균의 [Desperado]를 들으며, 경험 많은 가수의 내공에 소름이 돋았다. 노래 잘하는 가수는 많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흔치 않다. 두 가수는 자기가 하는 노래에 감정을 정성스럽게 실어서 나의 고막에, 나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한 분야에서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힘을 느꼈다.      


문득 나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나도 30년 가까이 ‘교육’이라는 한 우물만 파면서 외길 인생을 살아왔는데 무얼 하고 있지? 퇴직했다 하더라도 내가 했던 일이 있는데, 그것을 토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 내 오랜 경험을 나눠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누군가가 막막해할 때 ‘희망’과 ‘지혜’의 음성을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메모하고 보니 자연스레 나의 다짐이 생겼다.     


- 먼저 내가 쌓아왔던 지식과 경험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자부심을 갖자.  

- 내가 경험한 것들의 의미를 생각하자. 

- 보람차고 좋았던 기억을 당연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감사하자.

-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일을 왜, 어떻게 참을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자.

- 신은 우리 각자에게 남다른 장점을 허락하셨다고 하는데, 나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을 찾고 또 찾아보자.      



루리 작가의 [긴긴밤]을 읽다 보면 우리 모두에게는 누군가라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누군가가 가족이 아니어도 사랑과 지지와 경험과 지혜를 나눠준다면 어둠은 걷히고 밝은 아침을 맞이한다. 소중한 가족과 친구를 다 잃고서 세상에 덜렁 혼자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어린 펭귄의 만남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과 보살핌으로 성장해서 꿈을 향해 나아간다.   


<긴긴밤 / 루리> 노든과 펭귄의 이별 장면


지금까지 배우고 가르치고 사랑하는 일을 해왔듯이 미래에도 꾸준히 이 일을 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현실 세계든 가상의 공간에서든 나의 삶이 누군가와 연대하면서 함께 ‘희망’을 공유하고, 좋은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풍성한 삶으로 가꾸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커진 것이다. 나의 삶에 필요한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삶에 필요한 ‘희망’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Hope is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

희망은 옳은 거예요. 어쩌면 가장 소중한 것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 영화 <쇼생크 탈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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