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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나 May 19. 2023

'꾸준함'으로


동네 귀퉁이 한 작은 카페의 ‘바닐라빈 카페 라떼’가 생각나는 날이 있어요. 신선한 커피빈을 갈아 에스프레소를 뽑아서 우유와 함께 가게에서 직접 만든 바닐라 시럽을 살짝 끼얹어주면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맛볼 수 없는 오묘하게 향긋하면서도 적당히 달콤한 커피를 맛볼 수 있어요. 바닐라빈 카페 라떼를 한 모금씩 음미하듯 맛보며, 맥북을 켜고 글을 쓰고 있으면 ‘호사를 누린다’ 혹은 ‘잘 대접받고 있다’는 풍요로운 기분이 몰려옵니다. 행복을 느끼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에너지가 이렇게 적어도 되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오랫동안 이 카페를 들락거렸지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도 잘 건네지 않던 사장님이 오늘은 이런저런 말을 걸어왔어요. 자주 보면 익숙해지고, 사람에 대해 궁금함이 생기나 봐요. 친밀함의 또 다른 표현이겠지요. 자기 가게에 자주 오는 손님에게 가장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고 싶어서 고객의 취향과 좋아하는 맛에 이르도록 맞춰보려 애쓰는 마음이 느껴져 고마웠어요. 저의 경우 사람과 급속도로 친해지는 스타일은 아닌데요. 누구와도 서로 알고 지낸 시간이 쌓일수록 조금씩 친해지고,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우정 비슷한 연대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꾸준함'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누군가를 ‘뜨문뜨문’ 만나더라도 꾸준한 만남이 지속될 때 서로를 알게 되고, 또 그만큼 우호감과 친밀감이 형성되어 만나면 반갑고 안 보이면 근황이 궁금하게 되죠. 저의 글쓰기에도 ‘꾸준함’을 적용해 봅니다. 공개된 글쓰기 플랫폼에서 저의 글에 누군가 꾸준히 ‘좋아요’를 표시하며 팔로 할 때면 묘한 기분을 느껴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누군가가 저의 글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럴 때면 부지런히 글을 발간하지는 못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곤 해요. 만약 한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글을 쓰는 의미가 충분히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말이죠.         


그러고 보니 5월엔 글을 많이 쓰지 못했어요. 5월의 가장 푸르른 날, 아카시아 꽃향기 가득했던 초록의 날, 양지바른 곳에 아버지를 묻고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에너지가 바닥나고 무기력하기만 한 낯선 제 모습을  직면하면서 아버지의 부재가 저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이토록 엄청난 것이구나 싶어요. 그토록 마음으로 준비하고 연습한 아버지와의 이별이건만, 그래도 허전함과 서운함은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 저의 글을 궁금해할지도 모를 한 사람이 꼭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글쓰기를 중단하지는 말자'는 저와의 약속을 기록으로 남겨 봅니다.        


'꾸준함'으로 사람을 만나고, '꾸준함'으로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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