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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Lee Jan 26. 2017

채용담당자는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평가할까?(3)

먹히는 소제목, 무엇이 맞을까?

이 글은 현업에서 채용 평가 실무를 진행하고 있는 6명의 평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안구운동 추적 실험, 그리고 심층 인터뷰의 결과를 토대로 작성하는 총 4부 연재 글입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순서대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1부 : https://brunch.co.kr/@kylelee/27
2
부 : https://brunch.co.kr/@kylelee/28
3
부 : 현재 글
4부 : https://brunch.co.kr/@kylelee/30

첫인상이 갖는 영향력에 대한 여러 연구가 있었다. 그중 한 연구에서는 소개팅을 하기 전에 미리 본 사진의 인상이 6개월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보여주었다. 아니, 굳이 딱딱한 연구까지 갈 필요도 없다. 생활 속에서, 그리고 일상 속에서 우리는 첫인상이 갖는 힘을 잘 알고 있다. 면접을 보기 위해 복장, 걸음걸이, 자세, 표정, 인사 방법, 첫 자기소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사실 면접은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상황인 것이다. 그렇기에 면접에서는 첫인상에 대해 대비하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자기소개서에도 첫인상이 있을까? 그렇다면 그 첫인상이 평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자기소개서의 첫인상은 "소제목"에서 결정된다.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의 첫인상은 "소제목"에서 결정된다. 면접에서의 첫인상이 자기소개에서 결정되듯이, 자기소개서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소제목"을 통해 첫 번째 인상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 문장에 불과한 소제목으로 첫인상이 결정된다는 것은 너무 과한 해석 아닙니까?"라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지원자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 과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심지어는 지원자의 인사하는 태도와 목소리 만으로도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이 평가자다. 소제목 정도면 충분히 첫인상을 결정하고도 남을 만큼의 여유 있는 아이템이다. 소제목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소제목은 지원자가 "이것만큼은 꼭 이야기하고 싶은, 반드시 어필해야 하는 핵심 내용"을 서두에 붙인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굳이 소제목을 만들어 눈에 띄게 맨 앞에 세워놓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소제목은 지원자의 "한 방 무기"인 셈이다.  


설문조사에서 평가자들은 소제목이 있는 자기소개서를 선호하며, 자기소개서가 평가에 끼치는 영향의 정도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대기업의 자기소개서 소제목이 평가에 미치는 영향 정도가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글의 뒷부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소제목이기에 "소제목 작성 방법"에 대한 현업 실무자들과 취업 컨설턴트들의 조언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소위 "먹히는 소제목"에 대한 전략은 조언하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막말로 조언들을 한 데 긁어모으면 안 먹히는 소제목이 없다 싶을 정도다. 이를 추리고 추려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보았다. "핵심 키워드를 활용한 요약적 표현"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우회적 표현"이 그 주인공이다. 실험에 사용된 소제목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같은 자기소개서 내용에 소제목만을 유형에 따라 다르게 붙인 것이다.



각 유형별 전략은 단순하다. 요약적 소제목은 한눈에 지원자가 어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 키워드를 통해 눈에 들어온다. 평가자는 내용 속에서 지원자가 어필하고자 하는 코어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한 마디로 "효율화"에 중점을 둔 것이다. 시간에 쫓기는 평가자는 당연히 이런 효율성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된다. 


반면에 우회적 소제목은 "호기심"을 기반으로 한다. 논리적 오류가 있는 명제, 혹은 알쏭달쏭한 수수께끼 같은 문장으로 평가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가?'하고 평가자는 지원자가 풀어내는 썰에 몰입한다. 글을 어느 정도 읽고 나서야 평가자는 지원자의 소제목 속에 숨어있던 속 뜻을 캐치한다. 아, 이 말이구나, 하고. 몰입해서 읽은 글은 기억에 남는다. 수많은 자기소개서 중 기억에 남는 글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합격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말과 동일하다. 한 마디로 "튀는" 자기소개서가 된다는 말이다.


정말 이러한 전략이 실제 평가 상황에서 나타날까? 우리에게는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안구운동 추적 연구결과가 있다.



위 히트맵은 시선이 오래 머무를수록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우회적 표현의 소제목에 빨간 점들이 보이는가? 반면에 요약적 표현의 소제목은 본문 내용들과 비교하여 우회적 표현만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전체 데이터는 아래와 같다.



요약적 표현의 소제목이 시선을 끄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요약적 표현의 소제목이 있는 자기소개서가 우회적 표현의 자기소개서보다 빠르게 읽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나름의 전략이 모두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요약적 소제목은 "효율화"에, 우회적 소제목은 "호기심"에 중점을 둔 전략이다.



여기서 혼란이 시작된다. 두 유형 모두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있고, 둘 다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그래서 소제목을 어떻게 쓰라는 말인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자기소개서 또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 어떤 글이든지 독자를 고려해야 양질의 글이 될 수 있다. 자기소개서 또한 마찬가지이다. 홀로 노트북을 또닥또닥 두드려 쓰고 있다고 해서 수신자가 없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제목 작성에는 반드시 평가자를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한 유형의 문제가 아니다. 소제목 작성에는 평가자를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대기업 평가자 3명과 중소기업 평가자 3명에게 "요약적 표현"과 "우회적 표현"의 소제목이 섞인 지원자 6명의 자기소개서를 제공한 후 평가 시뮬레이션을 실시했고, 이를 안구운동 추적기로 기록하였다. 또한 평가 시뮬레이션 후 심층 인터뷰를 통해 평가 이유를 들어보았다. 평가자는 6명의 지원자 중 최우선 면접대상자 1명을 선정하여 10점을 부여할 수 있으며, 나머지 지원자의 경우 면접 탈락자는 1~5점을, 면접대상자는 6~9점을 부여하도록 하였다. 또한 요약적 표현과 우회적 표현의 소제목 중 어떤 소제목을 선호하는지에 대해서도 답변하였다.


(실험은 두 세트로 나뉘어 구성되었으며, 라틴 스퀘어 방식으로 지원자의 자기소개서가 배치되어 중복을 피하였다. 평가자 별로 읽은 것에 평가 점수가 부여되었다.)


가장 먼저 대기업 평가자의 최우선 면접 대상자를 살펴보자. 3명 모두 요약적 표현의 소제목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지원자를 뽑았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요약적 표현 1명, 우회적 표현 2명이 최우선 면접 대상자로 선발되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분명 위 설문조사에서 대기업 평가자들은 소제목의 평가 영향 정도를 2.3점으로 주어, 4.3점인 중소기업 평가자보다 훨씬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시뮬레이션 결과는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말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전체 지원자에 대한 부여 점수를 살펴보자.


중소기업의 경우 요약적 표현 소제목의 자기소개서 전체에 평균 5.89점, 우회적 표현 소제목 자기소개서에 5.78점으로 그 차이가 0.11점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대기업 평가자들은 요약적 표현 소제목의 자기소개서에 7.56점, 우회적 표현 소제목 자기소개서에 5.56점의 점수를 부여했다. 평균 2점 차이로, 중소기업의 차이에 약 20배에 해당하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자, 조금 더 분명하게 들여다보자. 사후 심층 인터뷰에서 요약적 표현의 소제목과 우회적 표현의 소제목을 모두 제시 후, 어느 쪽 소제목을 더 선호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중소기업 평가자의 경우 요약적 표현과 우회적 표현 소제목에 대한 선호 차이가 6%에 그쳤다. 반면에 대기업의 경우 그 차이가 34%로 나타났다. 약 6배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패턴이 여러 곳에서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로써 한 가지 사실도 분명해졌다. 소제목의 평가에 미치는 영향은 설문조사 답변과는 다르게 대기업에서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 다시 한번 설문조사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자, 이제 정리할 수 있다.

어느 한 소제목의 유형이 진리라고는 말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 요약적 표현의 소제목도, 우회적 표현의 소제목도 모두 "먹히는 소제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패턴상으로는 대기업의 경우 "요약적 표현의 소제목"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요약적 표현의 소제목"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


이 결과가 정답이라고는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현업 평가자 6명이 보여준 평가 시뮬레이션 결과는 일정한 패턴을 보여주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눈에 띄게 드러났다. 어째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이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기소개서 평가는 어떻게 다르기에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인가...!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된다. 자, 이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업무 환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위 글은 다음  파트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기소개서 평가는 어떻게 다를까?"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kylelee/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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