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자는 정말 자기소개서를 모두, 다, 꼼꼼하게 읽을까?
이 글은 현업에서 채용 평가 실무를 진행하고 있는 6명의 평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안구운동 추적 실험, 그리고 심층 인터뷰의 결과를 토대로 작성하는 총 4부 연재 글입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순서대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1부 : https://brunch.co.kr/@kylelee/27
2부 : 현재글
3부 : https://brunch.co.kr/@kylelee/29
4부 : https://brunch.co.kr/@kylelee/30
"평가자는 정말 자기소개서를 모두 읽습니까?"
모교 교수님의 요청으로 취업 특강을 진행할 때 한 4학년 학생에게 받은 질문이었다. 네, 저의 경우에는 모두 다 읽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겠다. 반은 진실이고, 나머지 반은 거짓이다. 문자 그대로 "읽는다"는 행위는 한다. 다만, 그 뒤에 숨어있는 괄호 안의 "꼼꼼하게" 읽었냐는 질문이라면, 그렇지 않다. 그리고 여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문자 그대로 "읽는다"는 행위는 한다.
다만, 그 뒤에 숨어있는 괄호 안의 "꼼꼼하게" 읽었냐는 질문이라면, 그렇지 않다.
그리고 여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채용 업무를 할당받고 처음으로 진행했던 것이 영업직 경력사원 채용 건이었다. 3명의 경력사원을 선발하기 위해 100명이 넘는 자기소개서를 읽어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반나절. 점심시간 전까지 100부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하고 면접 대상자를 선발하여 보고해야 했다. 보고서를 작성할 시간을 빼면 실제 평가시간은 약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자기소개서 1부당 1분 48초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경력직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첫 신입사원 채용에서는 경쟁률이 300:1에 달했으며, 인사팀 전체가 자기소개서를 나눠 평가했는데도 1인당 300부가 넘는 자기소개서 평가를 하루 안에 끝내야 했다. 다른 업무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실제 평가 시간은 경력직보다 훨씬 짧은 셈이었다. 이런 살인적인 평가 제한시간이 우리 회사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다른 회사도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업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아마 더 심각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인지도만큼 지원자는 늘어날 테니까.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기업의 경우 공채 시 평균적으로 200:1 정도의 경쟁률이 나타났고, 1인당 평균 약 267부를 평가해야 했다. 반면에 중소기업의 경우 공채 경쟁률 평균 38:1, 1인당 평가 부수 약 67부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1부 평가 시 투입시간 부분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1부 평균 3분으로 나타난 반면, 대기업의 경우 평균 4분 20초로 나타났다. 뭐지? 내가 실제 평가해본 경험으로는 2분을 넘길 경우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는 수준이었다. 정말 우리 회사만 그랬던 걸까? 여기서 설문조사의 맹점이 나타난다. 설문은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의도치 않았더라도 스스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
6명의 평가자가 각각 6부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였고, 이를 안구운동 추적기를 통해 기록하였다. 평가 시작부터 평가가 종료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자동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설문조사 결과와 달랐다.
중소기업 평가자의 경우 자기소개서 1 부당 평균 2분 2초가 소요되었다. 그리고 대기업의 경우 1분 52초 정도의 평균 시간을 나타냈다. 두 그룹 모두 설문조사에서 밝혔던 3분, 4분 20초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수치였으며, 특히 대기업의 경우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설문조사에서 밝혔던 평가시간의 절반도 투입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여기 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자기소개서 1부를 모두 제대로 읽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 실험에 사용되었던 자기소개서의 구성은 아래와 같았다.
총 4문항에 최소 2,500 최대 2,900자 분량의 자기소개서가 사용되었다. 초당 21글자를 처리하는 엄청난 속도다. 스스로 이런 속도로 읽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놀라운 따름이다. 자, 여기서 대기업 평가자의 자기소개서 독파 속도를 직접 한 번 감상해보자.
자기소개서는 목적 중심의 글이다.
맞다. 한 글자 한 글자 세심하게 감상하며 읽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는 목적 중심의 글이다. 문학작품이 아닌 것이다. 쓰는 사람은 자신을 왜 뽑아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해야 하고, 평가자는 그 설득이 타당한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자, 여기서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동영상을 통해 한 가지 눈에 띄는 정보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평가자의 시선이 자기소개서의 도입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서 촘촘해지며, 중간 단계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지나친다는 것이다. 여기서 평가자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바로 "중심 내용"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에서 어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답변이 질문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살피는 것이 평가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초반 도입부를 통해 중심 내용을 빠르게 캐치하고, 중반부의 정보를 스키밍 하며, 후반부에서 정보의 인지적 통합과 함께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처음과 끝이 중요하다. 이러한 패턴은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전반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다른 5명의 평가자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지원자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자기소개서를 두괄식으로 작성하거나 양괄식으로 작성하는 것은 이제 거의 바이블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차별화를 이루고 나의 자기소개서를 기억에 남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맞다.
소제목의 전략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위 글은 다음 파트인 "먹히는 소제목, 무엇이 맞을까?"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kylelee/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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