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어젯밤.
집으로 오는 길에 전화를 했다.
"밥 먹었어?"
"둥지냉면 2인분 해먹었지."
"그걸 혼자 다?"
"쯤이야."
"나 좀있다 내려. 근데 누가 울진 대게.."
"뭐어어~~!! 그럼 일찍 말해야 안머꼬 기다리지!!"
"아니. 그게 아니라.. "
"아 됐어. 끊어봐!!"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서둘러 그릇(술) 세팅을 했다.
얼마만의 울진 대게냐궁. 마침 애들도 없으니 참 잘됐다. 배가 터진대도 먹다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댔잖아.
<띠로롱> 소리가 나고 기다리던 남편이 왔다.
근데 남편 손에 들려있어야 할 하얀 스티로폼 아이스박스가 안보이는 거다.
"내꺼 어딨어. 울진대게~~^^"
"말도 안끝났는데 전화를 그렇게 끊냐.."
"뭔데. 울진대게 가져온다며어~~"
"문자했잖아. 안봤어?"
남편은 어깨에 매고있던 가방에서 뭔가를 부스럭 거리며 꺼낸다. 가방에 울진대게를 넣어왔을 리 없잖아. 이 불안한 느낌은 모지?..
"누가 울진대게..빵을 사왔더라고. 그래서.."
"지금 장난해? (목소리 깔고)"
"그니까 왜 전화를 니 맘때로 끊냐고!"
지금 이순간. 지금 이타임.
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
말해봐요.
저 진짜 생각 많이 해봤는데
저 정말 모르겠거든요.
말해봐요.
당신 밑에서 개처럼 일해온 날
왜 이렇게 대하는 거죠.
우리 어떡하다 이렇게 된 거죠?!!!
나이가 들면 말이야.. 인내심이 부족해져.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보스에게 왜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지 묻자 김영철이 이렇게 대답한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그러니까 모요깜을 주는 건 엄청 잘못하는 거다.
그러니까 남편 너는 엄청 나쁜놈이다!! 엉엉~~~
(예전에 가끔 사무실로 울진대게 보내주셨던 그분한테 안부전화나 좀 해보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