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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Sep 23. 2021

때에 맞는 말

말씀 쿠키 153


때에 맞는 말이 아름답다는 말에 머무르게 되는 새벽이네요.


성장하면서는 너무 말을 하지 않아 

입에서 곰팡이가 생기겠다는 말을 들었어요. 

딱히 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느끼기에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느꼈나 봐요. 


결혼해서는 

신랑과 함께 여러 사람이 모이는 모임에 갔다 돌아올 때 

꼭 잔소리를 들어야 했어요. 

그 자리에서 그 말이 왜 필요해? 

쓸데없는 말을 왜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신랑과 모임에 같이 가는 것이 점점 싫어졌어요. 


입에 곰팡이가 생기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말을 적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신랑은 

말이 많고 때에 맞지 않는 말을 한다고 핀잔을 주니 

어디 가서 말을 하는 것이 두려워졌어요. 


30여 년 전 때마침 저에게 주어진 

오한숙희 작가님의 《그래 수다로 풀자》를 읽고 

위로를 받고 신랑에게 항변했어요. 

나의 수다를 무시하지 말라고요. 

이 또한 직접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마음속에서 항변한 거죠. 

마음이 여리고 약하고 눈물이 많았던 저의 진실이에요.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언니에게 전화해서는 

미주알고주알 얘기하고

 ‘수다는 자기 치유고 소통의 방법이라 했어 그러니까 괜찮아’라고 

오한숙희 작가님의 글에 기대어 스스로를 합리화했어요. 


삶이 농익어가면서 

때에 맞는 말과 수다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어요. 

때에 맞는 말이라고 해서 

꼭 입을 벌려 소리를 내는 말만이 말은 아니에요. 

눈에 사랑의 마음, 위로의 말을 담아 바라보는 것도 

때에 맞는 말이고 

꼬옥 안아주며 토닥토닥 

몸으로 하는 말도 때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에요. 

정말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는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들리지 않거든요. 

그때 꼭 안아주며 토닥토닥해주면 품 안에서 펑펑 울어요. 

그 안아줌이 때에 맞는 말이 아닐까요? 


신랑 잔소리를 들으며 

때에 맞는 말에 대하여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입에서 곰팡이가 생길 정도로 

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신랑에게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이 왜 필요하냐는 잔소리도 듣지 않아요. 

속상하다고 언니에게 전화해서 수다로 풀어내지도 않고요. 

앉아야 할 때와 일어날 때 

말을 해야 할 때와 침묵할 때를 

구별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이제야 때에 맞는 말이 아름답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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