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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May 15. 2023

6. 한 아이로 지켜봐 주세요

다른 아이

6. 한 아이로 지켜봐 주세요. 

    

새해가 되고 학년이 올라가면 교실도 바뀌고 담임선생님도 달라지고 같은 학년이지만 인사를 건네지 않았던 모르는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담임선생님은 분주하게 반 아이들의 성향과 성격 그리고 학습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눈을 번뜩이며 관찰합니다. 특별히 4월이면 학부모들과의 상담이 있고 어떤 아이가 돌발 사고를 칠까 걱정되어 더욱 애민해 집니다.   

  

35명의 아이들을 한 달 만에 파악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학생기록부를 훑어 보고 특이사항이 있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수업을 하는 동안에도 매의 눈으로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지켜보며 기억의 저편에 기록합니다. 그래도 인간인지라 조용하고 말이 없으며 선생님의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네이더 망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무난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가정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제멋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들입니다. 딱 집어 어떤 가정의 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부모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 또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1차 의심 아이들로 지목됩니다. 엄마는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압니다. 그래서 상담주간이 되어 상담신청 안내가 오면 서둘러 상담신청을 합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집 근처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같은 학교에 2~3명이 함께 다니기 때문에 시간이 겹치지 않게 신청하고 잊지 않기 위해 휴대폰 캘린더에 기록해 놓습니다. 학교에 가면 담임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먼저 만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보이는 그대로 반응해서 “미니야 할머니 오셨어.”합니다. 미니는 “할머니 아니야 우리 엄마야”하며 “엄마 그렇죠.” 하고 동의를 구합니다. 엄마는 가볍게 안아주면서 “그래 할머니 아니야. 늙은 엄마야” 하고는 웃어넘깁니다.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교에 보낼만한 젊은 엄마가 아닌 할머니 급 엄마와 마주하는 것이 부담됩니다. 엄마는 이미 생활기록부를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을 숨길 필요도 없고 숨긴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라 미니가 즐거운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하며 어떤 가치관과 비전을 가지고 미니를 양육하고 있는지 설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선생님 우리 미니를 한 아이로 바라봐 주세요. 즐거운 집에서 생활하는 불쌍한 아이라 생각하시고 더 잘해주려고 하실 필요도 없고 어떤 문제가 있을 거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일 뿐입니다.”라고 하면 어떤 선생님은 안 그래도 어떻게 대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고맙다고 하는 선생님도 있고 교육관이 뚜렷한 선생님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하시며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엄마는 아이들에게도 학교에 가서 기죽지 말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는 너희들 편이고 혹 너희들이 잘못한 일이 있어도 엄마는 너희 편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언제라도 얘기하라고 단단히 일러둡니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가 굉장히 힘이 세고 자기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 안심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 7초~30초 사이에 첫인상이 결정되고 첫인상은 선입관이 되어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7초~30초 사이에 알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외모이고 인사를 나누었을 때의 말투와 태도와 눈빛이 전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첫인상의 중요함을 아는 엄마가 주말에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씻기고 이발하고 손톱 발톱 정리해 주는 일입니다. 아무리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외모고 단정하고 잘생긴 아이가 잘못했을 때와 꼬지지 하고 못생긴 아이가 잘못했을 때 느껴지는 정서는 다릅니다. 잘 생기고 단정한 아이는 어쩌다 실수했다고 생각하고 못생기고 꼬지지한 아이는 실수가 아닌 습관이고 버릇으로 느껴져 벌의 강도가 달라집니다.      

아이는 존재입니다. 존재로서 인정받고 존중받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어른이 됩니다. 엄마는 바가지로 바닷물을 퍼내는 것 같은 작고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한 아이를 존재로 존중하기 위해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귀를 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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