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들어보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네요. 아무래도 외국에서 혼자 지내신 것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L) 처음 제가 교대를 지원해서 합격했을 때 교사가 원래 꿈은 아니었어요. 제가 이것저것 해보는 것을 좋아하고 취미가 다양해서 지원한 것도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생각하는 부분이 직업은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개인이 여가 생활을 하기 위한 수단인거죠. 정말 본인이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라면 더 없이 좋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하고 임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행운이라고 늘 생각합니다. 다들 어느 정도 참고 하는 거니까요.
(G) 그렇죠. 상항이 상황이다 보니,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알기론 선생님 누나 분도 교사로 재직 중이신데, 누나 영향도 있었나요?
(L) 누나 영향도 컸죠! 그 당시 막연한 꿈으로는 증권회사로 가서 펀드 매니저 하는 것이 꿈이었어요. 직업 수명이 짧은 건 알고 있었는데, 뭔가 멋있어 보였거든요.
(G) 그 약국에 실습 나갔을 때 상황을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주 실 수 있을까요?
(L) 그때 기억으로 9시부터 5시정도까지 일을 했었어요. 한국과는 다르게 40분 정도 점심시간이었고, 점심도 항상 파이(pie)나 샌드위치로 대신했어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건강도 조금 해치는 느낌이었어요. 다른 실습생들은 큰 약국에 같이 간 경우가 있었는데 너무 부러웠어요. 저도 누군가와 같이 갔으면 그 정도로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G) 선생님이 갔었던 약국을 한국에 있는 지역에 비유하자면 어디라고 생각하면 좋을까요?
(L) 글쎄요. 어디라고 하면 좋을까요? 그 곳에 있을 건 있긴 했어요. 인구는 얼마 없었는데, 느낌이 대전에서 서울 가는 길목에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어디라고 해야 할까요.
(G) 조치원이요?
(L) 오! 조치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어요. 조치원 같은 도시(?)가 뉴질랜드에 많았어요.
(G) 흐름상 제가 질문하지 못 했던 질문 먼저 해보겠습니다. 선생님은 뉴질랜드와 한국에서 모두 교육을 받으셨는데 큰 차이점이 있었을까요? 특히 현재 교사 입장에서 돌이켜 봤을 때 비교해주실 수 부분이 있을까요?
(L) 간단하게 정리해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두 가지가 먼저 떠오르네요! 과학 시간 같은 경우는 이론 실습을 하고서 이론과 관련된 실험들을 되게 많이 했어요. 제가 한국에서는 물리, 화학을 배우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뉴질랜드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즐거워하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함께 했었어요.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알도록 하고, 학생들이 모르는 내용이 있다면 교사가 끝까지 알려주려고 하고, 학생들은 남아서 질문을 하려고 했었어요. 제가 만난 그 선생님만의 특징일 수도 있지만요.
특히 궁금증을 유발하려고 많이 질문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수학 시간에는 계산기를 많이 썼어요. 시험에 필요한 여러 공식이 적혀 있는 표를 나누어줍니다. 대학교 때도 마찬가지고요. 이 점이 정말 놀라웠어요. 그것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뉴질랜드 학생들이 암산이나 계산을 잘 못하더라고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등학생 때는 계산기를 확실하게 사용했습니다. 계산기를 사용하게 하는 이유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실용적인 것을 원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뉴질랜드 학생들은 굳이 공식을 왜 암기하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 수학이 2가지 과정으로 나누어집니다. ‘통계’랑 ‘미적분’으로 나뉩니다. 당연히 모두 계산기는 수업 시간에 사용하고요. 통계 시간에는 공학용 계산기를 사용합니다. 또, 전체적으로 배우는 수준은 한국에서 배웠던 수학보다는 수월했어요. 물리와 화학은 아무리 어려워도 물리Ⅰ, 화학Ⅰ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더 어려운 내용을 배우고 싶으면 대학을 가면 됩니다. 지난번에 이야기 해드렸던 것처럼 뉴질랜드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60퍼센트 정도입니다.**
(* 뉴질랜드 교육과정 상 주요 요소는 5가지이다. 사고력 (Thinking) 언어, 심벌, 문자사용(Using language, symbols, and texts) 자기관리(Managing self) 대인 관계 (Relating to others) 참여와 기여 (Participating and contributing)이다.)
(** 2018년 뉴질랜드 기준 대학 진학률은 59.7%이다. 총 61,297명의 고등학교 졸업생 중에 36,582명이 대학교로 진학했다. [출처: educationcounts.govt.nz])
지금 생각해보니까 뉴질랜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느낀 점 중에 하나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가면서 질문이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질문이 있어도 학원가서 하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에서는 수능 관련 질문이라면, 뉴질랜드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느낌이 강했어습니다.
(G) 사실 교사로서 수업을 하다보면 40분이면 40분, 50분이면 50분에 나가야하는 진도가 어느 정도 정해져있어서, 질문이 너무 많아지면 진도를 못 나가는 경우도 생길 것 같은데 뉴질랜드에서는 어땠나요? 교사가 “지금은 진도를 나가야 하니까 그 질문은 다음에 하자.” 이런 느낌은 없었나요?
(L) 있긴 했는데 그 학생만 남아서 따로 질문했었어요. 뉴질랜드에서도 나가야 하는 진도는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갑자기 떠오른 내용이 있습니다. 뉴질랜드에는 peer-tutor라는 제도가 있었어요. 고3 학생들이 신청하면 멘토가 되고, 공부를 조금 어려워하는 학생들과 짝이 되는 제도입니다. 고3 학생이 peer-tutor(멘토 느낌)가 되고, 고1,2 학생이 peer-tutee(멘티 느낌)가 되어 진행됩니다. 여기에 참여한 학생은 생활기록부에 기록으로 남기도 하고요. 뉴질랜드에서는 대학을 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peer-tutor 제도는 활발했습니다. 저도 영어가 어려워서 신청을 했었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멘토가 되는 학생은 정말로 누군가를 돕고 싶어서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1주일에 1,2번 정도 도서관에서 일정을 잡고 이루어졌어요. 정말 괜찮은 시스템이죠!
(G) 정말 괜찮은 시스템이네요. 진정한 짝 활동이자 하브루타(havruta)*** 기법일 수 있겠어요.
(*** 유대인의 전통적 학습방법으로 짝을 지어 대화하며 학습하는 방법이다.)
(L) 게다가 ‘어, 쟤는 공부 못해서 저 프로그램 신청했네?’ 이런 느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어요. 되게 신기했습니다.
일본과 같이 뉴질랜드에서는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이 엄청 많았어요. 친구들끼리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알게 된다는 측면에서 너무 좋았어요. 전임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분위기였어요. 한국에서는 학생들끼리 경쟁하는 느낌이라면, 뉴질랜드는 대학교가기 쉽고 방과 후 활동이 잘 되어 있어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편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스트레스도 풀고, 지금 다시 생각하니 다시 뉴질랜드로 가고 싶네요. (하하)
(G) 동아리 구성원이 모여서 활동하는 빈도는 어땠나요?
(L) 최소 1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났어요. 특정 영역으로 대학을 가려고 하는 동아리를 제외하고는 자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옆 학교에서는 축구 동아리만 10개가 넘었을 거예요. 한 동아리가 남자 팀과 여자 팀으로도 나뉘니까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취미 생활을 장려했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한국 교육에서 아쉬운 점이 체육입니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체육을 좋아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로 가면서 아예 관심이 없어지는 학생의 경우가 많아서요. 선생님도 어떤 느낌인지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G) 그 부분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교를 못 나오다가 나오는 경우에 여학생들은 체육 때문에 학교 나왔다고 말하더라고요. 학교에 나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선생님은 학생 때 어떤 동아리를 했었나요?
(L) 저는 탁구와 축구 동아리를 했었습니다. 이 2가지 위주로 했었어요.
(G) 동아리는 필수인가요?
(L) 필수는 아니지만 대부분 했었습니다. 안 하는 학생들도 몇 명 있긴 했어요. 신기했던 것 중에 하나가 동아리 활동을 안 하는 학생들 중에서 동양에서 유학 온 학생들 비율이 높았습니다. 본인 나라에서 지내다가 중학교 말쯤에 유학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정적인 느낌이 강했어요. 부모님 성향을 많이 받아서 동아리를 하더라도 오케스트라를 많이 했었어요.
사실 농구 동아리도 하고 싶었는데, 다른 학교랑 시합하고 전문적으로 하는 동아리여서 결국 못 들어가긴 했습니다. 그리고 합창단도 했었어요. 합창단은 제가 약간 속아서 들어갔습니다. 학교에서 지원해줘서 1년에 몇 번 여행을 간다고 하여 가입 신청했는데, 합창단 활동을 하다 보니 여행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연습만 많이 하더라고요. 중간마다 제가 음악 선생님한테 많이 물어봤는데, 조금 만 더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결국엔 올해 지원을 못 받아서 여행을 못 가게 되었다고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저는 그것만을 바라보고 합창단을 들어갔었거든요.
매일 아침 7시에 모여서 합창 준비를 했습니다. 합창단은 30명 정도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그럼에도 합창단 활동이 좋았는데, 그 이유가 주변에서 다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여러 학생들과 다양하게 어울리기도 하였고요. 만약 제가 합창단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4편에서 이어집니다.>
- 도슨트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