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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닢channip Jul 19. 2019

'아그라바'는 어디야?

#영화 3 <알라딘(2019)>  속 도시 탐구

- 스포일러는 첫 문단에만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다 알지 않나요?

- 사진이 많이 들어갑니다. 데이터 주의!


 알라딘은 90년대에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개봉할 때도 상당히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노래 가사들 속에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귀를 자른다'거나 '야만적이지만 이곳이 우리 집인걸'이라든가 이슬람 혐오적인 표현들이 포함되었기 때문. 가사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화면 구성도 그에 맞게 분위기를 꾸몄기 때문에 가사를 바꿔도(barbaric을 chaotic으로 등) 여전히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실사화된 영화에서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영화 속 공주가 표현된 방식, 특히 맺음 장면에 대해 이유 모를 비판(?)을 하기도 하였다. 디즈니 알라딘의 배경 원전인 <천일야화> 속의 '알라딘과 신기한 램프 이야기'의 결말은 술탄이 죽은 후에 '공주가 합법적인 후계자가 되어 왕위를 이어받고 남편인 알라딘과 권력을 나누어 행사하였다'라고 쓰여있다. 공주가 술탄의 직계 후손이기도 하였고, <천일야화>의 다른 내용들에도 여성 군주들이 여럿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실제로 역사 속에서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결말의 논리는 크게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다만, 공주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이 배우의 매력으로 커버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고 느껴졌고, 이러한 점에서 인위적인 연출들이 거슬리기는 하였으나 이것은 디즈니의 연출과 편집 역량의 부족이지 작품 이외에서 사상의 문제라며 걸고넘어지는 것은 다소 억지스럽다고 생각한다.


 서론이 조금 길었는데 알라딘의 내용적인 측면은 조금 제쳐두고, 오늘 올리는 글은 이슬람 미술을 조금 공부한 사람으로서 <알라딘>을 보면서 들었던 의문인데,

1. 도대체 저곳은 어디인가

2. 아그라바 궁전은 무엇이 모티프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 곳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스스로 질문에 답해본다.

1. 아그라바는 어디인가

  재스민 공주의 나라 아그라바(Agrabah) 술탄국은 중동에 위치한 한 나라라고 소개된다. 알라딘의 오프닝 노래는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로 보아도 아그라바는 사막이 주변에 있고, 상인들이 활발히 오가는 나라임을 알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매우 이질적인 이름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보는 내내 왜 이름을 저렇게 지었을까 고민했다. 그 이유는 인도에 실존하는 도시로 '아그라(Agra)'가 있기 때문인데, 이곳은 타지마할을 비롯해 인도 이슬람 제국인 무갈 제국의 건축이 잘 남아있는, 다시 말해 사막이 펼쳐진 아라비아 상인들과는 조금은 동떨어진 이미지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밑에 참조한 기사를 보다가 '바(bah)'의 어원은 과거 8세기 중엽부터 13세기 몽골의 침입 전까지 존재했던 압바스 왕조의 수도로 상업적, 문화적으로 번성했던 바그다드에서 '바 bah'를 따왔다는 의견도 있다는 것을 보고 '아그라바' 이름의 궁금증을 대강이나마 해소하였다. 

 그럼에도 영화상에서 지도는 아라비아 반도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나오며, 아라비아 사막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실제로 사막 씬(scene)은 요르단의 '와디 룸(Wadi Rum)'이라는 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하니, 아라비아를 어느 정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그라바가 위치한 곳은 바다 바로 옆으로, 아랍 국가들의 대도시들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이슬람 건축이 상당수 남아있는 대도시 중에 해안가를 끼고 있는 곳은 터키 이스탄불로, 술레이만 모스크(Süleymaniye Mosque)나 예니 자미(Yeni Cami) 이미지가 겹친다. 물론, 이스탄불 근처에는 사막이 없으므로, 다른 중동의 이미지들을 짜깁기하여 아그라바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터키 이스탄불의 예니 자미. 보스포루스 해협을 끼고 모스크가 있는 것이 아그라바를 연상시킨다.


2. 아그라바 궁전은 무엇이 모티프일까
알라딘 실사 영화 속 아그라바 도시의 전경

 아그라바 궁전의 콘셉트를 구축하는데 여러 이슬람 건물들을 참조했다고 하는데, 새로운 이미지라기보다는 여러 기존 건축물들의 부분을 따와서 만든 짬뽕적 건축이다. 타지마할, 오스만 제국의 건축들, 인도 자이푸르의 하와마할(Hawa Mahal) 등에서 착안한 지점들이 있다고 한다. 앞서 아그라바의 지형적인 특징을 말한 것처럼 돔이 납작한 것이나 얇고 뾰족하게 솟은 기둥(모스크 건축에서 미나렛)들이 나타난 것은 오스만 튀르크의 양식에서 차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름처럼 아그라에서 많은 콘셉트를 따온 듯싶은데, 대표적으로 타지마할이 있다. 아그라바 사진 속 주황색 부분을 보면 좌우 대칭적인 모습, 중앙의 커다란 돔 양 옆으로 조그마한 돔들이 배치된 형태가 타지마할과 유사하다. 다음으로 노란색 박스 안에 있는 건물 모양은 인도 자이푸르에 있는 하와마할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하와마할은 이슬람 왕국이 아닌 힌두 왕국의 제나나, 죽 여성들의 거처의 일부였다는 점에서 영화 알라딘에서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하와마할이 모티프가 되었는지는 100% 확신하지는 못 하지만,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면 노란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연두색 박스 안의 건물들은 튀니지 카이로완 모스크의 미나렛이 수직으로 뻗은 모습과 같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돔의 형태가 조개의 껍데기처럼 금이 그어져 있는데, 이것도 아그라바 궁의 돔 형태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좌) 자이푸르의 하와마할 (중) 튀니지의 카이로완 모스크 (우) 아그라의 타지마할

 이제 건물 가까이 다가가 보자. 아그라바 궁전으로 들어가는 문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코르도바 대성당의 아치 및 기둥과 똑같다. 하얀색과 빨간색이 번갈아 나타나는 아치 아래의 짤따란 기둥까지 완벽히 닮아있다. 영화에서는 평면적으로 표현이 되고, 실제로 코르도바의 아치는 이중 아치(아치 위에 아치가 있다)인 점과 세부 디테일들을 빼면 똑같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코르도바의 모스크는 8세기 후반부터 16세기 가톨릭 대성당으로 다시 변하기까지 대략 다섯 번의 개축 과정을 겪었다. 8세기에 처음 모스크가 지어질 때에는 기존 성당 부지를 기독교인과 무슬림들이 같이 사용하고 있었으나(과거에는 서로 교회를 나눠 쓰고 아주 평화로웠다!) 무슬림 군주가 교회 부지를 산 이후 본격적으로 모스크로 개축하였다. 빠르게 짓기 위해서 다른 건물들에 쓰였던 기둥들을 가져와서 사용하였는데, 기둥이 너무 짧고 얇았다. 하지만 기둥을 만들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대로 썼는데, 대신에 아치를 이중으로 올려서 지금의 높이를 완성하였다. 현재는 에스파냐의 재정복운동(reconquista) 이후 모스크의 일부 부분이 교회로 개조되어 남아있다. 


(좌) 아그라바 궁전 입구 (우) 코르도바 대성당/모스크(Mezquita) 내부



 다음으로 실내 장식을 잠깐 보자면, 접견실 내부에 창문에 빛이 비치는데, 모양이 균일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보인다. 잘리(Jali)라고 하는 인도의 이슬람 건축, 힌두 신전 건축에서 주로 사용되는 창문 형태와 유사하다. 기하학적인 무늬로 이루어져 문양을 장식하는 것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오른쪽에 보이는 창문은 인도 무갈제국 2대 황제 후마윤 무덤에 있는 창문으로 분위기는 어둡지만 기하학적인 형태는 <알라딘>의 그것과 같다. 물론 이러한 창문 형태는 터키 이슬람 모스크 문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다만, 뒤에 보이는 나무 덩굴과 이파리가 막 얽혀있는 듯한 문 장식들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프랑스나 서양에서 볼 법한 화려한 느낌이다.

(좌) 알라딘 아그라바 궁전 실내 접견실 (우) 인도 무갈 황제 후마윤의 무덤 창문(잘리 Jali)



 개인적으로 아그라바의 궁전은 서양 영주들의 성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냥 바닷가의 모스크 같기도 하고, 사람이 안 사는 무덤인 듯도 하다. 기존의 건물들을 생각해보았을 때 무슨 이런 혼종이 다 있나.. 싶기도 하고. 서쪽으로는 에스파냐, 북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중동 아라비아 지역을 거쳐 인도까지 어마 무시한 지역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이다. 아쉬움이 남는 점은 건축들의 모티프가 사람들이 살지 않는 무덤이나, 모스크에서 나왔기 때문에 궁전으로 느껴지기보다는 무덤에 가깝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실제 이슬람권에서 남아있는 궁전 건축은 그렇게 많지도 않고 비교가 가능한 지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이스탄불에 있는 오스만 튀르크의 궁전인 '톱카프 궁전(Topkapi palace)'과 비교하며 지적하고 싶다. 궁전의 대문은 높지만, 내부 건물들의 돔은 화려하게 모든 천장에 사용되거나 버섯이 솟은 듯 뭉텅이 채로 있기보다는 천장의 돔이 건물에 포인트를 주면서도 심플하다. 그리고 접견실이 영화 속처럼 작더라도 왕의 권력을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작품 속에서 권력의 시각적 장치는 위의 사진 속 계단이 전부로 재스민 공주 만이 이 장치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참조

https://www.refinery29.com/en-us/2019/05/233405/where-does-aladdin-take-place-agrabah-real-location

https://www.atlasofwonders.com/2019/05/aladdin-agrabah-filming-locations-wadi-rum.html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천일야화 5>, 열린책들, 2010


사진 참조

위키피디아 및 위의 기사, 네이버 영화 스틸 이미지

https://istanbeautiful.com/tr/istanbul-camiler/yeni-camii-emino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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