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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닢channip Jul 17. 2019

이름 없는 땅

#영화 2 <만토>

- 2018년 23회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으로 아직 국내 개봉은 하지 않았습니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사실 이 영화에서 결말이 크게 중요할까 생각도 듭니다.


 영화 '만토'는 인도 분리독립시기 전후로 활동했던 작가 '사아닷 하산 만토Saadat hasan Manto'의 생애를 그의 소설들과 함께 드러내고 있다. 독립 이전에 만토는 봄베이를 중심으로 여러 문필가, 친구들과 교류하며 나름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으나, 무슬림 힌두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던 시기였다. 그의 친한 친구도 가족이 종교 갈등 속에서 폭행당하고, 무슬림인 만토 앞에서 무슬림 혐오적인 발언과 폭력적인 모습을 드러내자 만토는 파키스탄 지역으로 떠난다. 그의 친구에 실망해서가 아니라, 단지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일면식도 없는 자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파키스탄으로 떠나기 전까지 그는 독실한 신자가 아니었음에도, 혹여나 모를 사태에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뭉쳐있는 군중들을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정작 파키스탄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없고, 신문 기고조차 너무나 외설적이라거나 종교적으로 위험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좌절감 속에 살아간다. 게다가 그가 쓴 소설 'Thanda Gosht(Cold meat, 시체)'는 외설적이고 저속한 작품이라며 기소를 당한다.

만토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할 때 인도 봄베이에서 파키스탄 라호르로 이주하고, 그곳에서 소설이 외설 논란을 빚으면서 법정에 서게 된다.

 작품에서 문제가 되는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한 시크교도 남자가 방으로 들어오자 그의 여자는 트럼프 뒤집기 비유를 들며(이 부분이 참 신선하기는 했다) 성관계를 맺자고 하지만 남자가 거부한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와서 그런 줄 안 여자는 홧김에 남자의 목을 단도로 찌른다. 남자는 죽어가면서 여자에게 자신의 무기력함을 설명하면서 본인이 폭동에 참여하여 무슬림 집들을 부수고, 한 무슬림 여자 아이를 겁탈하려고 하였을 때 그 아이는 이미 죽은 후였다는 것을 알려주며 인간답지 못한 인간으로 죄책감을 안은 채 끝난다. 독립시기 종교 갈등으로 인한 폭력성이 인간성마저 상실해가게 한다는 모습을 드러낸 것일진대, 법원은 성관계를 시도하는 성적인 표현만으로도 만토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그 이후 만토는 수많은 좌절감에 알코올 중독이 되어 살지만, 가족들을 위해 재활센터에 들어가 회복 의지를 다지고, 극 중 장면은 그의 소설 <Toba Tek Singh(토바텍 싱)>의 내용과 오버랩이 되며 영화를 마무리한다. 만토가 재활센터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토바텍 싱>은 일종의 정신병 수용소에 있는 '비샨 싱'이라는 시크교도의 시각으로 바뀐다. 파키스탄 지역의 '토바텍 싱'이라는 지역이 고향이었으나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힌두와 시크교도는 인도로 무슬림 정신병자들은 파키스탄으로 보내기로 합의하여 비샨 싱은 인도로 가게 되었다. 자신의 고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인도로 가는 것을 알게 된 비샨 싱은 인도든 파키스탄이든 자기는 모르겠으니 고향인 토바텍 싱으로 보내달라고 하며 호송을 거부하지만, 결국에는 두 국경 사이 지역에서 어디도 가지 못한 채 누워 있는 것으로 끝이 난다. 

There, behind barbed wire, was Hindustan. Here, behind the same kind of barbed wire, was Pakistan. In between, on that piece of ground that had no name, lay Toba Tek Singh.



 이 영화를 선뜻 고르게 된 이유는 사실 주연 배우인 나와주딘 시디퀴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인도 영화 중 하나인 <런치박스>에서 성가시게 하는 부하직원으로 나왔었는데, 어느덧 거의 단독 주연으로서 영화 하나를 쭉 이끌어 가는 모습이 마치 잘 커준 것 같아(?) 뿌듯한 모습이었다. 할 말이 참 많지만. 다음 기회로.

 여하튼 감독과의 GV 시간이 있어서 만담을 들을 시간도 있었는데, 이 영화를 준비하느라 5년 정도 걸렸다고 한다. 또한 만토가 살던 시기에 여성의 인권이 어린 나이부터 유린되거나 매춘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만토는 이에 주목하여 비판적으로 글을 쓴 작가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영화 내에서 봄베이의 친구들이 너는 왜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고 여성 문제에만 그렇게 집착하느냐라는 대목이 나오기도 한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점이 영화 초반부에만 살짝 보여주고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후로는 만토의 소송과 절망적인 상황이 주된 스토리라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흔히 인도라고 생각하면 여성 인권이 낮은 나라로 알고 있음에도 정반대로 무려 60, 70년 이전부터 여성 인권을 주제로 소설을 썼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였고, 이러한 점에서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보다 더 선진적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파키스탄으로 이주한 후, 학생들에게 강연하는 만토.

 만토라는 사람이 상당히 매력적인, 시대에 좌절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낸 지식인 캐릭터로 드러난다. 우르드어(쉽게 파키스탄 어라고 보면 된다)로 작품 활동을 한 만토는 긴 글을 쓰지 않았는데, 그것은 장편을 쓰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 명료하게 전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하였다. 그의 의도대로 길지 않은 글 속에서 시대적인 비유와 이야기 전개는 날카로우면서도 진부하지 않다. 여하간 봄베이에 문화적 토대를 두고 있음에도 파키스탄 인이라는 점에서 크게 조명되지 않다가, 요즘에 들어서 그에 대한 연구가 인도에서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를 보다 보면 봄베이라는 지역에도 흥미롭다. 봄베이 하면 생각나는 것이 예전 무한도전 극한 알바로 도비가트(손빨래 하는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것이나, 필자가 예전에 뭄바이에 방문했을 때 정신없이 사람 많은 이미지만 각인되어 있는데, 인도의 벵갈 지역과 함께 문화적으로 어느 나라보다 융성한 도시로 느껴졌다. 만토와 함께 생각을 나누었던 문인들이 활동하였고 볼리우드의 도시로 영화 산업이 어느 곳보다 활발한 곳이기도 하며, 근현대 미술에서도 봄베이 진보 아티스트 그룹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복합도시가 봄베이인 것 같다. 우리에겐 그저 하나의 큰 인도의 도시이지만 영국의 식민지 치하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곳으로 의미 있는 장소이다. 


 다음으로 난디타 다스라는 이 영화감독이 10년 전에도 영화를 찍어 부산에 방문하였다고 해서 찾아보았는데, 워낙 주류 인도영화가 아니라 못 보겠지 포기하고 있다가, 넷플릭스에 나와있어서 깜짝 놀랐다. 예전보다 영화를 찾아보기는 확실히 편해진 것 같다. <Firaaq>이라는 이름으로 구글에 치면 <살육의 시간>으로 나와서 보았지만 지금은 넷플릭스에서 사라졌다. 여기에도 나와주딘 시디퀴가 나오는데, 조연처럼 나와서 역시 배우로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알 수 있다. 내용은 구자라트 지역에서 2002년 발생한 폭동 관련한 이야기로, 역시 종교 갈등에 따른 폭력성과 비극을 고발하고 있다. 이때 구자라트 주지사가 현재 모디 총리로 당시 상황을 진정시키기보다 방관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어, 총리로 집권할 당시 큰 논란이 되었다. 우리에게는 2002년이라는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은 느낌이라 더 안타까운 느낌도 든다. 영화 <퍼지 The Purge> 같은 내용(모르는 사람을 위해 첨언하자면, 살인이 허용되는 시간이 생겨서 이 시간엔 누구를 죽여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상황을 두고 일어나는 스토리이다)이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잔혹성이 소름 돋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만토> 보다는 임팩트가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리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난디타 다스 감독 겸 배우를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눈앞에서 보고도 알지를 못한다고. 영화관에 입장하기 전에 누가 사진을 찍기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난디타 다스였다. 난디타 다스는 감독으로도 떠오르고 있지만 배우로서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한 것으로 더 유명하다. (비슷한 일이 그해 여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맥 라이언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었다...) 아마 그가 감독한 영화보다 연기한 영화를 먼저 리뷰할 듯싶다.


만토 <Cold meat, 시체> 영역본: http://dsal.uchicago.edu/books/mahfil/pager.html? objectid=PK5461.A1M 2_1_1_016.gif

만토 <Tobha Tek Singh> 영역본 http://www.columbia.edu/itc/mealac/pritchett/00urdu/tobateksingh/translati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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