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경험

학교 앞 카페 '○트로 마○'를 다녀오다

by 천생훈장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남쪽 정문 건너편에 ‘레○로 마○’라는 상호의 커피숍이 있습니다. 이름처럼 오래 된 타자기며 도로 표지판 등의 고풍스러운 물건들로 내부 장식을 한 아기자기한 가게입니다. 일하는 데서 가깝고 가게도 예뻐서 가끔씩 커피 마시러 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주인장께서 마음 나실 때만 가게를 열어 두시는 것 같습니다. ‘음, 건물주신가 보다. 부럽네’하고 오래 가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동문 선배이시고 같이 책 읽기 모임도 하는 순환기 내과 황모 교수님과 오랜만에 이 가게를 들르게 되어서 그 이야기를 잠깐 나누어 봅니다.


오전에 이것저것 소소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는데 황 교수님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따로 약속 없으면 같이 밥 먹자고 하십니다. 마침 다른 약속이 없었던 터라 감사한 마음으로 보기로 합니다.

정오쯤 도서관 앞에서 만나서는 시원한 메밀 국수를 먹었습니다. 밥도 먹었으니 커피라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좀 더 나누면 좋겠다 싶어서 어디 갈까 하고 있는데 바로 근처이니 이 카페에 한 번 가 보자고 하십니다. 좋기는 하지만 아마 오늘도 문 안 열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하고 미심쩍어하며 갔는데 마침 문을 열고 계시네요. 다행이다 하고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키고는 앉았더니 주인장께서 저를 너무 반가워해 주십니다. 오며 가며 이따금 들르기는 했지만 주인 분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도 없는데, 그래서 저를 잘 모르실 텐데 손님 환영을 격하게 해 주신다 싶어서 잠깐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잠시 의아해하다가 금방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가게 주인분과 몇몇 지인분들이 제 브런치 글을 보시고 좋으셨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아마 제 브런치 알고 계셨던 어떤 분이 소개를 하셨겠지요. 브런치 대문에 글이 올랐거나 했던 몇몇 날을 빼면 고작해야 하루에 열 분 정도가 보고 가는 브런치 글을 보셨다니, 더구나 글이 너무 좋다고 칭찬까지 해주시다니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아 이렇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있으니 계속 써도 되겠구나’ 싶기도 하구요.
신기하고 뿌듯해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주인께서 서비스라고 팥빙수를 주십니다. ‘에고 이런 감사할 때가’하고 넙죽 받습니다. 아침마다 직접 팥을 삶아서 내신다는 눈꽃 팥빙수는 많이 달지 않고 깊은 맛이 있습니다. 저는 잘 몰랐지만 학교와 병원에 근무하시는 분들중에는 단골도 제법 있는 빙수라고 하시네요. 정작 감사드려야 할 사람은 저인 것 같은데 과분하게 빙수까지 대접을 받고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영차영차해서 브런치에도 좀 더 자주 글을 써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신기하고 힘이 나는 경험이었네요.


지금까지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앞에 있는, 아담하고 정겨운 커피숍 ‘○트로 ○마’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사진도 찍고 같이 일하는 분들과 나누어 먹을 팥빙수도 살 겸 들러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부끄럽다고 극구 사양하시길래, 가게 이름은 노출시키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글자는 땡땡 처리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한 번씩 들러 달라고 굳이 말씀 안 드려도, 대놓고 PPL인 거 다들 아시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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