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살고 있는 과거의 나에게
어둑어둑한 장마철
기숙사로 올라가는 길
큰 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무섭다.
아플만큼.
무섭다.
'살기 싫다.'
***
옆 학교에 있는
성당으로 가는 길은
작은 동네 느낌이 났다.
옹기종기
작은 가게들
사이사이로 골목
학교 끝난 아이들의
종알종알 목소리와
발길을 사로잡는
달달한 먹거리
몇몇의 어르신 들은
의자를 가지고 나와
삼삼오오 앉아계셨다.
그 길을 걸을 때면
우울한 기분에 휩싸였다.
소소한 낮 풍경이
알 수 없이 싫었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그때
나는 그랬다.
알 수 없는 미래
맘에 들지 않는 나
계속해서 침잠하는
무거운 기분을 안고
어두운 세상 한 구석에서
몸을 떨었다.
왜 살아야하는지.
무얼해야 하는지
입밖으로 내기도 힘든 질문을
속으로 삼키던 날들..
그때의 내가
너무 안쓰러워서
그녀에게
편지를 써주고 싶다.
두 손을 꼭 잡고
어깨를 안아주면서
괜찮다고.
삶은 안전한 게임이라고.
너는 생각보다 더 크고
자유로운 존재이며
그 감정은 니가 아니니
저항하지도 말고
무시하지도 말고
마주하고 안아주고
흘려보내라고.
그렇게 해보자고.
그녀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지금 이 순간에 모아졌다.
그녀와 나는
본래 하나였으니
우리는 함께
과거와 지금을 치유한다.
두려움아, 여기로 올라오렴.
내가 너를 잠시 안아줄게.
평범함은 나의 본성이야.
그래,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어.
그걸 허용할게.
고요히 앉아 호흡을 깊게 쉬며
알 수 없음을 받아들여봐.
세상이 널 알아주지 않아도,
뭔가를 이루어내지 않아도,
정말 괜찮아.
넌 그대로 너 자체로
행복이고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