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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Mar 19. 2024

날숨에 창밖으로 뻗어가는 두려움

#3.

가까운 곳에

나이 많은 남자의 헛기침 소리

책장을 넘기고 지퍼를 여닫는 소리


저 멀리 창밖 넘어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더 가까이 나의 숨소리


들숨에 기꺼이 두려움을 받아들여

날숨에 창밖으로 뻗어가는 두려움


침묵을 깨는 전화

감시하듯 서운함이 묻은 안부

내 맘대로 안 되는 상황들과

내 뜻대로 안 되는 아이들.

미움에 몸이 굳어버렸어.

이미 원망과 분노에 휩쓸려버렸지.


평가받기 싫음, 자유롭고 싶음

간섭받기 싫음, 눈치 보기 싫음

내 맘대로 할 거야

방해하지 마

네 맘대로 해

날 좀 그냥 놔둬



신이시여.

이런 나를 사랑하시나요?

이렇게 그을린 나를 어떻게 사랑해요?

사랑해주지 못하겠어요.

사랑하기 힘들어요.


속절없이 떠오른 생각과

이어지는 감정들은

필요해서 내게 온 사건


생각도 감정도 내가 아니라

왔다가는 내용물일 뿐


부족하고 약하고 서툴러도

아무리 그렇게 보여도


당신과 나는 그 너머 사랑의 존재

완전한 지금 이 순간


이 상황이 내게 부여하는 건 뭘까?

놓치고 있었던 건 뭘까?

나는 무얼 가장 어려워하는가?


누구도 그러라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쓰고 의미를 지어낸 건 에고(ego)

잘 보이고 싶었고

통제하고 싶었던

작은 나.



들숨에 기꺼이 두려움을 받아들여

날숨에 창밖으로 뻗어가는 두려움


필요해서 내게 온 아름다운 사건


그림자까지 받아들여

나의 전부를 사랑하라고


다시 사랑할 시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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