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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Nov 02. 2023

근본으로 돌아감을 고요함이라 한다.

chapter 2. 나(자신과의 대화)

episode 9. 김은영(소설가)


어느 날 은영은 성공에 대한 소신을 밝힌 글을 보았다.


글쓴이는 소위 '영앤리치'였고,

그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오르내림과

말 그대로 피 흘리는 노력이 있었음을...


그리고 성공 후의 허무함과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다짐...

그리고 숫자로는 채울 수 없었

무언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건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글쓴이의 의도와는 달리 대다수의 관심은

그가 언급한 집과 그가 소유한 차에 쏠려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그가 어떤 강의를 들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었는지 구체적으로 물었다.



사람들은 정말로...
그가 들은 강의를 따라 듣고,
그가 했던 사업을 따라 하고
그가 했던 방식으로 간절해지면
그와 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결과는 누구나 사랑하지만

과정까지 사랑하는 이는 드물다.


말로는 그렇게 되고 싶다면서

그렇게 되기까지의 괴로움은

보고서도 제대로 보려 하지 않는다.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보다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그 고통을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

고통이 고통이 아니게끔 하는

진실한 열망인지를 물어야 한다.



도덕경 제16장 중에서...
不知常(불지상) : 영원한 것을 알지 못하면
妄作凶(망작흉) : 망령되이 흉함을 당하고        



영원한 섭리를 모르면 쓸데없는 짓을 하게 된다.


정돈됨이 없이 따라 하는 의미 없는 행동


원숭이와 같은 모방과 흉내내기는

쓸데없는 움직임일 뿐이다.


많은 행동이 필요하지 않다.


고요함 속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근본으로 돌아가면,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을 하게 된다.



***

얼마나 유혹이 많은 세상인가?


이것을 해보라.

저것을 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해서 여기에 왔다.


쉴 새 없는 정보가 서로를 다그치고

수많은 경쟁자들이 앞다투어 뛰고 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나로 서지 않으면


휩쓸려 나도 모르게 뛰게 될 것이다.

목적지도 모른 채,

거기가 그곳이라 믿으며.


우여곡절 튕겨져 나왔지만

그랬기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고요해지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불안함과 조급함

끝없는 허무함에서 영영 헤매었을 테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달리고 있는 그들에겐

이런 내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 텐데...


그럼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니,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은영은 다시 혼란스럽다.


나만 행복하자고 글을 쓰는 건 아닌데,

내가 알게 된 행복을 나누고 싶은데...


튕겨져 나온 자신의 이야기가

그저 듣기 좋은 소리가 될까 봐

은영은 다시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그녀는

자유를 위해 솔직해지기로 했다.


공허한 메아리라도 좋으니

그녀의 진실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눈치 보며 비위를 맞추며

거짓을 말하긴 싫으니까.


꾸밈 없이 자신을 던져

사랑을 배우고 나누라는 게

그녀가 아는 진실이었다.


대답을 듣지 못할지라도

계속해서 질문해야 한다.


그녀의 세상에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나의 질문은 이것이었는데

당신들의 질문은 무엇이냐고.


'당신은 누구입니까?'

'무엇을 향해 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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