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나(자신과의 대화)
있는 감정 다 쏟아내어
아이들에게 상처를 낸 못난 엄마라도
'예스'
며칠 째 글 한편 발행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무능한 작가라도
'예스'
원하지도 않은 충고, 과잉 친절
맞춰준 대화 끝에 통화 후 불편함이 남더라도
'예스'
꽉 막힌 코와 끊이지 않는 기침으로
괴로움을 주고 있는 감기마저도
'예스'
***
은영은 이제 자신에게 다가 온 모든 것들에
예스를 말하기로 했다.
왜 나에게만, 왜 하필 지금 이때에
버거워, 힘들어, 싫어... 너무 싫어...!
저항은 늘 더 큰 괴로움을 가져왔으니까.
신기하게도 무조건 예스를 선언하고
100% 자기편이 되어 괜찮다는 말을 대뇌다 보면
마음은 서서히 안정이 되었고
울퉁불퉁 모났던 자신이 부드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때는 시간이 더 걸리기도 했다.
엄마가 그렇게 혼냈어도 안아달라는 아이들에게
안아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안아주지 못하고
미안한 걸 알면서도 동시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자신을 망치는 줄 알면서도 나쁜 습관을 지속했고
못된 줄 알면서도 나와 남을 멋대로 판단한 후
원망하고 자책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알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트랜스 상태에 있다는 것
감정에 휩쓸려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것
따라서 본능적으로 나오는 생각과 말이
어린아이의 투정 같은 징징거림이란 걸
은영은 알고 있었다.
그래. 이제는
'알아차림'이 익숙해져서
사건에 따라 시간이 좀 걸릴 때도 있지만
결국에 은영은 제 자리로 돌아왔고,
돌아올 것을 알았다.
직면은 나의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인간도 인생도_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 모두를 가지고 있다.
부정적인 측면을 무시하거나 회피하고
긍정적인 측면만 내세우는 태도는 위험하다.
항상 시작은 여기부터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현재의 나를 온전히 살아내야 하고,
원하는 바가 있다면
할 수 있는 것부터 맞닥뜨려야 한다.
마주하기 괴롭더라도
수용하고 인정했을 때
극복하고 창조할 수 있다.
충분히 수용할수록
행동이 쉬워진다.
실수투성이의 나, 나약한 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날의 나를 모두 인정한 후 얻게 된 기쁨은 꽤 컸다. 거꾸로 뒤틀린 방향을 삶에 맞추니 고요한 목소리가 잘 들리고 행동은 가볍게 흘러갔다.
'나는 이제 자신감이 좀 생긴 것 같은데...'
어떤 이에겐 당연한 그 자신감을 갖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은영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실은 아직도 자신감이 충만하다고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스스로 감정을 설계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감정을 다스림으로써 나의 세상도 바뀔 수 있음을 믿게 되었으니 은영은 살아가는데 큰 무기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감정에 질질 끌려다녔다는 게... 억울하단 생각마저 들었다.
사랑받지 않을 용기가 없어서 나를 미워하기로 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경쟁관계를 회피했다. 나는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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