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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Nov 06. 2023

죽이고 있는 대상에 대한 사랑

토니오는 "작가는 진실에 진실해야 한다"고 씁니다. 그런데 토니오가 진실에 진실하면서 애정을 기울이는 사람은 살인자입니다. 왜냐, 인간을 진실하게 그려내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이 지닌 불완전함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중략)... 불완전한 인간은 작가가 진실한 언어의 창을 던지면 상처를 입고 맙니다. 그러나 그 창은 사랑의 창입니다. 이것이 토마스 만의 이른바 '에로틱 아이러니'라는 것입니다. 잔혹하고 분석적인 언어를 통해 자기 손으로 죽이고 있는 대상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이지요.

- 조셉 캠밸.빌 모이어스의 대담, [신화의 힘]中


나와 당신을 죽임으로써

나와 당신을 사랑하는 게

내가 찾은 사랑의 방식이다.


내가 죽었을 때 찾아온 행복은

온 세상이 나로 되는 고요함이었다.


몇 번을 아니 수백 번 반복하여

작은 내가 앞장서려 하겠지만

고통스러울수록 고통의 원인이 나임을 알고

작은 내가 죽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자존심, 수치심, 상처, 우울함, 무력감.

고통의 중심에는 늘 '나'가 있었다.



먹구름이 빠르게 지나간다.

바람이 제법 차갑다.

겨울이 오겠지.


이제는 겨울이

그렇게 두렵지 않다.


어둑한 날씨도

무서운 기분도...


흘러가는 구름처럼

그렇게 지나갈 테니까.


돌아보니 축복이다.

고통이 없었다면 몰랐을

깊은 행복이다.



같은 날의 하늘


잠잠히 하고

고요해질 수만 있다면


숨을 쉬는 것만으로

이미 은총 속에 있다는 걸

나와 당신이 느끼게 된다면...


불편한 저 사람과

미운 저 사람의

마음에도

그렇게 면면히 흐르는 사랑이 있으며


저렇게 먹구름이 지나가면

빛나는 하늘을 회복할 것임을

우리가 기억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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