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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현재학 Jun 21. 2024

뉴미디어가 만들어낸 정무직 실종의 사회

정치인들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바라보고 해결하려고 하지 않지만, 서로 비슷한 말을 주고받으며 극한의 대립을 한다. 정치인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다. 사회문제가 생겨나면 그것을 야기하게 만든 구조적 모순이 무엇인지, 해결책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말하는 이가 아무도 없는 듯하다.

무엇보다 나라에 무슨 일이 생겨나도, 이 나라의 권력자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권력자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유는 아무래도 뉴미디어의 스피커들 때문이다. 시민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든, 시민들에게 어떠한 불편이 찾아오든, 정쟁에 동참해서 정쟁의 상대편을 욕하고 조롱하는데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적이다. 그리고 상대편을 욕하고 조롱하는데 동참하지 않는 사람의 말을 구태여 들을 필요는 없다. 능력이라고는 마음에 두는 권력자를 하나 짚어서 그의 모든 정치적 결정 하나하나를 찬양조로 말하고, 그에 대한 반대자들을 두고는 조롱하는 말 잘하는 것밖에 없는 인간들이 뉴미디어를 장악했다. 그들이 가진 식견이라고는 누가 더 속시원하게 공격해주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뉴미디어에 이끌려 정쟁에서 이겨내는 게 정치 세력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원칙 있는 패배보다 원칙 없는 승리가 더 값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치 세력들의 핵심이 되어버렸다. 아니, 이들은 원칙 있는 패배를 하려는 이를 경멸하고, 차라리 원칙 없는 패배를 하는 사람이 더 값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므로.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여러 목소리를 듣는 일은 경시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이 나라의 권력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정은 자신의 편과 의견을 달리하는 시민들을 두고 조롱하고 깔깔거리는 유튜브에 가서 얼굴을 비추는 일이다. 그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구조적 모순이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하는 정무직 공무원들은 그저 권력자의 꼭두각시 노릇 하면 잘했다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권력자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잘 활용해, 자기 말 잘 들어줄 사람만 정무직에 임명한다. 다음의 이야기는 변호사 전원책 씨가 4월 1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서 한 말이다.


"장관들 이름을요, 제가 30년 정치평론 해오면서 대부분 다 알고 있었습니다. 저절로 알게 되요. 산업부 장관 누구. 뭐는 누구, 뭐는 누구. 다 알아요. 저 MB때만 하더라도 훤하게 알았어요. 그런데 이 정권 아래 장관 이름 몇 명 알고 있습니까? 지금 시사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다 알고 있어요? 몇 명을 말할 수 있냐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누구죠? 이름 모르잖아요 당장!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 지 압니까? 그만큼 장관들이 제 일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대통령이 만기친람을 하는 형식이 되어가 있고, 용산 대통령실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식으로 되어있단 말이에요. 장관들이 제 일을 못하는 거예요! 국민들은 지금 산업부 장관이 누군지. 아닌 말로, 얼마 전에 바뀐 기재부 장관이 누군지, 잘 몰라요. 법무부 장관 이름도 몰라요. 법무부 장관 이름, 그 유명한 한동훈 비대위원장 빠져나가고 나니까 그 뒤에 누가 법무부 장관인줄 몰라요. 이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력자를 찬양하는 뉴미디어가 불러온 정무직 실종의 사회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묻고자 한다.


-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통해 대통령을 찬양하는 영상을 찍던 유튜버가 차관급에 해당하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으로 임명되는 일은 정당한가?

- 대통령의 모든 행동에 내시처럼 찬양하는 발언이나 해대는 유튜버가 집권여당의 인재영입 1호로 영입되어 디지털정당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것은 정당한가?

- 식견이라고는 토마스 쿤의 서적을 읽고서는 “지금 가장 최대의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빨리빨리 돌아가셔라”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전부인 한심한 유튜버가 대통령을 찬양한다는 이유로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되는 일은 정당한가?

- 민주당 주류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 모두를 조롱조로 일관하며 모욕하는 유튜브에 전직 장관이 나가서 혐오발언을 해대는 일은 정당한가?

- 그런 전직 장관이 민주당 쪽에서 배출한 가장 인기있는 대통령을 기리는 재단 유튜브에 나가 시민들을 두고 “쓰레기”라고 발언을 해댄 것은 정당한가?

-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으면 역사도 전진합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지금부터 우리는 온통 깨어있을 것입니다(2009.9.23)"라고 말하며 만들어진 해당 재단이 2009년에 ‘아이들’이었을 시민들을 두고 “쓰레기”라고 발언한 전직 장관을 계속 유튜브에 출현시키는 일은 정당한가?


모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내가 김수영 시인의 시를 오마쥬한 시를 좋아하시리라 생각한다.


오마쥬


"정치 유튜버 쓰레기들"

한국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반대로 말하는 것이 한국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라고 유시민이란

지식장사치가 우겨 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정치유튜버 쓰레기들"

한국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라고 윤석열이란

관료가 우겨 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 본 글은 얼룩소(alook.so)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에어북으로 공모하려 했다가, 현재 에어북 공모를 운영중이지 않은 관계로 브런치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와 얼룩소 사이트에 동시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 얼룩소 원글 링크: https://alook.so/posts/WLtJD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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