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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Jun 26. 2023

도쿄 여행

2023년 5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네 가족들이 도쿄로 여행을 왔다. 내가 도쿄로 오고 난  후 가족들이 해외여행을 하고자할 때 처음으로 생각하는 도시는 도쿄가 되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단지 내가 여기에 살고 있는게 그 이유다. 엄마와 조카 그리고 새언니는 코로나 전에도 이미 두 번 나를 보러 온 적이 있었다. 다만, 아빠에게는 처음 도쿄여행이자 내가 사는 곳을 처음으로 와서 보게 되는 여행이 되었다.


아무런 인연이 없는 도시가 나로 인해 가족들에게는 그런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잘 생각해 보면 내가 여기 산다고 해서 가족들이 도쿄로 여행을 왔을때 더 큰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엄청 넓어 4-5명을 편안하게 수용할 수도 없었고, 내가 엄청나게 일본어가 유창하거나 도쿄의 숨은 곳곳히 꾀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족들은 그렇게 다른 선택지는 생각 없이 온전히 나 때문에 코로나 이 후 첫 여행지로 도쿄를 선택했다.


가족들이 여행일정이 잡히게 되면서 나 역시도 마음의 덩달아 바빠졌다. 오래 걸으면 다리가 아픈 우리 엄마, 내가 사는 곳인 도쿄가 처음인 호기심 많은 우리 아빠, 장난감과 포켓몬을 여전히 좋아하는 11살 초등학교 조카. 이 조합으로 해야 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세사람의 특성을 고려해 여행 일정을 잡아야 했고 평소 내가 가는 장소를 무조건적으로 데려갈 수도 없었다. 나는 마치 내가 부모님 모시고 나 역시도 해외여행하는 것처럼 며칠 내내 여행 여정을 고민했다.


아빠는 지하철이며 버스며, 대중교통을 타보는 것과 그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하며 살아가는지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아빠의 여전한 호기심이 참 좋다. 제주에 살고 있는 아빠에게 지하철은 늘 흥미로운 대상이다. 복잡하디 복잡한 도쿄에서 도쿄의 지하철을 타보고 싶다고 여행 전부터 잔뜩 기대하셨다. 또한 내가 어찌 살아가는지, 내가 사는 동네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길거리에 모습들을 직접 보고 싶다고 하셨다.  


엄마는 오기 전부터 너무 설렌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 이미 두 번이나 왔다 갔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도쿄의 모습들은 분명 엄마의 잔상에 남아있을 것이다. 엄마에게 설레는 건 도쿄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것, 새로운 곳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그리고 나를 볼 수 있다는 것, 그것들이었다. 잠시 멀리 떠나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엄마에게는 중요한 것이었다.


11살 조카에게 도쿄로 오는 가장 흥분되는 일은 바로 포켓몬 센터를 가는 것이다. 조카가 좋아하는 닌텐도 게임이 새롭게 버전 2를 출시하였고 그게 마침 여행 오는 시기에 맞물리게 되었다. 친구들보다 빠르게 도쿄 포켓몬 센터에서 굿즈들을 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새언니와 오빠는 지난번 여행했을때 이자카야에서 마셨던 나바비루(생맥주)가 그립다 했다. 야키도리며 라면이며, 여러 음식들을 현지에서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내게도 가족들과 도쿄에서 함께 지내는 것은 여행이다. 가족들이 오기 전 우연히 가게 되는 맛집이 이나 어떤 장소를 가면 ‘아 이곳은 가족들 오면 다시 같이 와야겠다.’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가족들이 왔을 때, 아빠의 바람대로 도쿄에서 택시, 버스, 지하철 그리고 기차까지 모두 섭렵했다. 당연히 조카는 포켓몬 센터를 다녀왔다. 매일매일 이자카야가서 생맥주를 마시는 일도 놓치지 않았다.


1박 2일은 하코네라는 온천 마을을 다녀왔다. 도쿄 신주쿠역에서 약 1시간 반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이며 이곳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하코네
하코네는 지금도 화산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활화산 지역으로 도쿄에서 가장 가까운 천연 온천마을이다. 신주쿠에서 이름도 로맨틱한 특급 로망스카를 타면 약 1시간 25분 만에 하코네에 도착할 수 있다. 로맨스카에서 꼭 먹어야 하는 에키벤은 하코네로 향하는 마음을 한껏 들뜨게 한다. 아시노코 호수 등 자연경관이 수려하며 등산열차, 케이블카, 로프웨이, 해적선 등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도 하코네 관광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하코네 [HAKONE, 箱根] (일본 도쿄 여행, 이지 시티 도쿄, 김진희, 김현숙)


하코네에서 케이블카를 탔고, 료칸에 머물르며 야외 온천을 했다. 엄마는 온천을 좋아했고, 아빠는 케이블카를 탄 경험을 좋아했다. 조카는 하코네를 가기 위해 로망스카를 탔는데 기차에서 먹었던 게 재미있었단다. 기차에서 먹으려고 편의점에서 정말 잔뜩 음식을 샀는데 너무 많이 산거 아닌가 하는 고민이 우스울 정도로 우리는 모든 음식을 다 먹었던 그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또 하루는 시부야를 갔다.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제주도에 사는 가족들에게 여행은 자연보다는 도시의 고층 빌딩숲과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는 게 더 흥미로운 일이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는 5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내게도, 매주 그곳에 가는 내게도, 장관이 따로 없다. 한꺼번에 모든 사람들이 교차로를 동시에 건너는 모습은 도쿄의 랜드마크로 꼽을 수 있겠다. 수요일 밤이었지만 여지없이 사람이 많았다. 그곳에서 신호등을 건너왔다갔다 하며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다른 관광객들처럼, 핸드폰을 머리 위로 올려 아빠도 조카도 오빠도 동영상을 찍었다. 제주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에 모두 아이처럼 신나 했다. 평소 사진을 잘 찍지 않는 엄마와 아빠의 사진도 여러 장 찍어 드렸다. 나는 신나 하는 가족들을 보니 좋았고 엄마아빠는 처음 경험에 신이 난 듯했다. 조카는 여기 오기전에 산 장난감 덕택에 뭐가 어찌되었든 이미 흥분상태이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시부야 역 하치코 출구에서 여러 방향으로 한 번에 건널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부야의 현관
> 출처: 네이버


우리는 같은 여행지를 함께 여행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눈으로 도시를 바라본다. 같은 장소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같지만, 그 행복과 흥미로움을 가져다주는 포인트는 모두 다르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함께 여행을 한다는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면 함께 여행하던 이 순간이 꿈같은 날처럼 스르르 사라질 것이다. 일상이던 장소가 내게도 4박 5일 동안은 여행지로 변했는데 나는 여전히 똑같은 곳에 있지만 여행지가 다시 일상지로 변하게 된다.


결국 모두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남게 되는 건
그때 함께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 아닐까.


“삶의 안정감이란 낯선 곳에서 거부당하지 않고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믿는 것. 보통은 한 곳에 정착하며 아는 사람들과 오래 살아가야만 안정감이 생긴다고 믿지만 이 인물은 그렇지가 않아요.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이런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걸 모르죠. 그냥 이 여행을 좋아한다고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가 여행에서 정 말고 얻고자 하는 것은 바로 삶의 생생한 안정감입니다"

- 여행의 기술 중, 저자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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