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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Sep 24. 2024

부미남 11. 돈은 숫자야

부동산에 미친 남자, 장편 소설, 돈



 

 “늘 최악의 상황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거고, 그것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 사업이야. 자기 환경에 지배당하는 순간에 기회는 왔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말아. 사람들은 때가 아니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데 다 핑계야. 평생 월급쟁이로 사는 사람들이지, 그렇게 툴툴 남 탓하며 살다가 죽는 거야”

  J는 업무용 노트에 태현이가 말하는 것을 받아 적는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기회’와 ‘죽음’이란 단어를 적고, 그 위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강남 선릉역에 있는 빌딩의 한 층을 전부 임대하였다. 직원들이 늘어났다. 새로 합류한 사람들은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부동산학과 졸업하였거나, 부동산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개발업, 분양업, 중개법인, 투자자문업의 형태로 법인이 늘어났고 몇 개의 개인회사가 있다. 미희와 J는 대표이사 명함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수의계약으로 LH에서 가지고 온 땅은 용적률 계산해도 5층밖에 못 올려. 오른쪽에 공원이 있고, 왼쪽으로는 이호건설에서 25층 주상복합이 올라가. 고압선은 공원에서 우리 땅을 지나 앞에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화천시로 넘어가·”

  “저 땅을 개발한다면 결국 사업비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거 아냐? 그게 답인 것 같은데···, 이익이라는 것은, 수입에서 비용을 뺀 거잖아, 수입이 정해져 있는 거라고 한다면 비용을 절감해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거 아냐? 공사비가 핵심인 것 같은데” 

  경영학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이 기억난 미희가 반듯하게 몸을 세운 채로, 부드럽고 잔잔하게 의견을 말한다. 미희의 말이 끝나자 J가 바로 이어 자기 생각을 툭 던진다.

  “두 지역으로 연결되는 톨게이트가 있으니, 광고효과로 최적 아닌가요? 톨게이트 앞에서 차는 서행하게 되어있고, 운전자는 저희가 짓는 건물을 100%로 보게 됩니다. 광고효과 분명히 있습니다.” 

  태현이는 J의 의견에 동조하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J는 광고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1년에 얼마인지 조사해 봐.” 

  “알겠습니다”

  “지금 생각난 건데, 보통 개발사업을 하면 얼마나 버는 거지?”

  형기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본다. 

  “나중에 ‘개발사업 수지 분석’해야만 정확히 아는 거지만, 그것은 개발팀에서 엑셀로 만들 거고···, 종이 한 장 줘봐” 

  J가 A4지 몇 장을 건네준다. 거기에 펜으로 건물 그림과 숫자, 그리고 글씨를 써가면서 형기에게 설명한다. 

  “Case By Case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상가 건물 짓는다고 한다면 보통 15% 내외, 오피스텔은 8%, 아파트면 4%, 여기서 이 숫자는 실제 수익률을 이야기하는 거야. 모든 경비를 다 계산하고 100% 분양을 했을 때, 벌어들이는 장부상 금액이지. 예를 들어 1,000억 원이 매출액으로 나오는 아파트 개발사업이면 40억 원 내외가 수익이고, 상가 개발하는 사업은 150억 원 내외, 그리고 오피스텔은 약 80억 원 내외, 이 숫자에서 +/-가 있는 것이지,” 

  고개 들어 형기를 한번 본다. 형기가 자기 말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가 하면 아파트는 분양이 100% 된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상가는 미분양이 100% 발생해. 특히 상층부는 거의 미분양이야, 오피스텔은 분양이 100%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파트보다 분양이 어렵고, 상가보다는 쉽지. 즉 위험이 달라서 수익률이 다른 거야, High Risk, High Returm 알지? 그런 이유야,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장부상이다. 실제는 이것보다 훨씬 더 벌 가능성이 있지, 물론 미분양이 나면 망하는 거야” 

  “아. 그래, 그럼, 여기서 우리는 얼마 버는 거야?”

  “개발사업이란 것은 성공하면 평생 써도 쓰지 못할 돈 벌지만, 실패하면 평생 갚아도 못 갚을 빚이 생기는 거야”

  “모 아니면 도, 쉽지 않네.”

  “아니, 아주 쉽다. 욕심만 버리면, 땅 집고 헤엄 치기. 우리가 앞뒤도 구별 못 하는 바보는 아니잖아. 평생 써도 못 쓸 돈, 앞으로 우리가 벌 거야, 여기는 연습이라고 생각해.”         


 

  네 사람의 회의가 길어진다. 개발, 설계, 공사, 분양 등등으로 난상토론이 이어진다. 회의라고 하지만 태현이가 자기의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고, 의견을 듣고, 다시 질문하고 그러면서 머릿속에서 고치고 또 고치면서 정리하는 시간이다. 회의라는 형식으로 4명이 서로 소통하고, 서로 가르치고, 서로 배우면서 전략을 짜는 것이다. 네 사람의 의견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때, 회의가 끝난다.   


       

  “수익률로 승부를 보는 거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수익률 싸움이 핵심이야. 1,000억 원 분양해서 100억 원 벌면 10%야, 300억 원 분양해서 30억 원도 10%야, 그런데 200억 원 분양해서 20%면 20억 원이야. 돈의 크기가 아니라 수익률의 크기가 중요한 거야.’

  10%인 100억 원 벌자고 덤비지 말고, 20%인 20억 원 벌자고 덤비면 이기는 게임이야, 우리는 이호건설이 사 온 땅값의 30%에 가져왔어.’

  개발사업의 승부수는 땅을 얼마 주고 사 오는 가에 달려있어, 개발사업은 시소게임이야, 입지와 분양가격이지, 입지가 좋으면 분양가격을 높게 받을 수있는 것이고, 입지가 안 좋으면 분양가격은 낮을 수밖에 없지,”

  “이미 질 수 없는 게임을 하는 거네” 

  형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태현이가 형기를 보면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개발 사업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뭐냐면 형기야, 입지가 안 좋은 땅을 비싸게 사 와서 높은 가격으로 분양하려 하는 거야, 입지가 좋은 땅을 너무 비싸게 매입하는 것도 문제이지, 욕심 때문에 개발사업이 망하는 거야”

  “수익률 싸움이라는 네 말이 이해됐다.” 형기가 말한다.

  “그렇지, 그래서, J가 이야기한 광고 수입을 분양자들에게 미끼로 던져 주면, 분양가는 높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분양화법도 꽤 그럴싸하게 나올 거 같습니다” J가 말한다.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 호영이 도움받은 것은 다들 알 것이고, 분양팀은 단 한팀, 우리 4명이 다 팔아 제친다.’ 미희하고 J가 일을 주도적으로 해야 해. 분양 수수료는 우리 넷이 25%씩 나누기로 하고. 호영이 몫으로 10%씩 십일조 잊지 마시고··”

  말하다 말고 태현이가 오른쪽 벽에 있는 책장으로 눈이 간다. 꽂혀 있는 책들의 제목을 빠르게 훑다가, 성경책에서 눈이 멈추고 다시 말을 한다.

  “우리 네 사람은 돈을 믿지 말자. 돈이 뭐 의미가 있나? 숫자야, 쓰든 안 쓰든 통장에 1억 원 쌓아놓기가 힘든 거고, 10억 원이 넘어가면 다 숫자야, 어차피 쓰지도 않는 돈,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자.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자기 인생 한 발자국도 못 뗀다.” 

  “형님 덕에 돈 걱정 안 하고 삽니다. 감사합니다.” J가 말한다. 

  “저기 밖에 있는 직원들은 월급 때문에 불편한 출퇴근을 하겠지만, 우리 네 사람은 돈과 상관없이 살아보자고, 우리 지난 6년 동안 돈 많이 벌었잖아. 쓰지 않는 돈이 무슨 의미가 있어? 이제부터 돈은 숫자야, 이 숫자를 어떻게 가지고 놀 것인지, 그게 중요한 거야. 재미있게 살다가 죽자고,”          



  양재역에 있는 ㈜동인건설 사무실에서 미팅하기로 하였다. 건설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른편으로 책상이 언뜻 열대여섯 개가 보이고, 직원처럼 보이는 남자 5명이 앉아있다. 통로를 지나면서 왼쪽으로는 이사, 상무, 전무, 회의실의 명판이 차례차례 찍힌 방을 지나, 안쪽에 대표이사 방이 보인다. 상무실에 앉아있던 사람이 우리들이 지나는 것을 보고 일어난다. 대표이사 방의 문이 열리고, 혜영이가 ‘언니’하고 활짝 웃으면서 걸어 나온다. 40살이 넘었어도 은은한 미소가 여전히 청순하게 보이는 여자다. 수수한 옷차림이다. 미희와 두 손을 마주 잡고서 ‘잘 지냈어’라며 가벼운 안부를 묻고, 일행을 보면서 ‘어서 오세요’라며 상냥한 미소를 짓는다. 대표이사 방에 들어가자 인중이 길고 햇볕에 그을린 듯 거무튀튀한 피부색에 눈썹이 짙고 분이 부리부리한 장혁남 대표가 일행을 영접하려 일어나다가 형기 보고는 놀란다. 

  “야, 너 형기 아냐?”

  “어, 형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두 사람은 반갑고, 놀랍고, 어떻게 이런 일이 하는듯한 표정을 서로가 짓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정쩡하게 서서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호들갑스럽게 다들 자리에 앉는다.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졌다. 형기와 장 사장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장 사장은 웨이터 생활을 하던 젊은 형기가 공짜 술 먹고 행패 부리던 모 검사한테 조인트 맞고 무릎 꿇고 죄송하다고 사과할 때, 검사한테 대들었던 사람이다. 어디 소속이냐고 명함 내놓으라고 내일 당장 검찰청 찾아가겠다고 해서, 그것이 인연이 되어 형기는 장 사장이 오면 극진히 서비스했고, 그렇게 손님과 웨이터로 만나면서 호형호제가 된 것이다.           



  뱅뱅사거리 한정식 전문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가 한잔 먼저 올리겠습니다. 한잔 받으시죠?”

  “형기가 있으니, 제가 솔직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건설회사는 공사감독 하는 회사입니다. 실제 공사하는 일은 토목, 기초, 전기, 소방 등등으로 나누어 하청받은 업체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대기업 공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청받아서 또 하청주고 그렇게 연결구조가 이루어집니다.’ 

  오늘 외근 나간 직원이 있습니다. 설계도가 완성되어 저희에게 건네주면, 그 친구가 설계도를 보고 견적 뽑아 드릴 겁니다. 설계도가 없는데 평당 공사단가가 얼마라고 말하면 거짓말인 거 아시죠? 그것은 사기입니다. 그리고 공사계약 이전에는 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건설사가 바짝 엎드려 있습니다만, 계약서가 작성되면 건설사가 우위에 있습니다. 공사비를 올려 받기 위한 작업을 하죠. 공사 변경은 기본이고, 설계 및 자재 변경, 공사비 인상, 유치권 행사, 자재 수급 조절 등등, 시행사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만 원 하는 국산 대리석하고, 5만 원 하는 중국 대리석을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견적은 국산 제품하고 실제 공사는 값싼 수입 제품 하는 거죠. 기둥에 철근 30개가 들어가는데, 10% 줄여서 27개 넣으면 알 수 있나요?”

  장혁남 대표는 태현이 앞에 앉아 최대한 예의 바르게, 그리고 조곤조곤 말을 한다.

  “감리가 있지 않나요?”

  “감리요? 감리, 공사, 설계가 한통속이 되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그리고 대부분 설계업체가 감리를 맡아서 합니다. 다 서류 작업입니다. 서류 작업이라는 말 이해 하시죠? 시행사는 공사 계약하는 순간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참고로 알아두시라고 이야기해 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건물은 비 안 새고, 누수 없고, 물 잘 빠지면 하자 보수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이런 분양형 건물일수록 이점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건설회사가 공사 기간 단축해서 인건비 아끼려고 하다가 하자가 발생하는 겁니다.”

  “네, 그렇군요”

  “그런 것 없이 깔끔하게 일하겠습니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가지고 가겠습니다. 정태현 대표님이 앞으로 쭉쭉 나가시면, 우리 회사도 덩달아서 크는 겁니다. 행여 건설사를 하나 만들고 싶다면, 사업하시다가 돈에 염색 칠 때가 있으면 문제 안 생기도록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관리하는 하청회사가 수십 개입니다.”

  형기와 장 대표, 미희와 혜영으로 엮인 인간관계는 무시할 수 없었다. 갑과 을의 비즈니스 관계라기보다는 명절날 형제들이 모여, 술상 앞에서 웃고 떠드는 것처럼 대화가 진행되었다.        


   

  설계가 끝나고, 한 달 뒤에 공사계약이 진행되었다. 착수금으로 자금 집행이 시작되자, 2억 1천 6백만 원을 현금으로 혜영이가 가지고 왔다. 공사 수주 엮어준 사람들에게 소개비로 계약금액의 2%를 준다고 한다. 미희하고 태현이는 그 돈을 받지 않았고, 혜영이는 난처해했다. 혜영이는 장 사장에게 전화하였고, 장 사장이 허겁지겁 찾아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그 돈을 ‘정태현 사장이 주는 것이다.’라면서 혜영에게 주었다. 혜영은 혼자 한 것이 아니고 같이 한 것이라면서, 반을 미희에게 주었다. 네 사람은 삼성동에 있는 ‘황구’라는 보신탕집에 앉아 새벽까지 술잔을 나누었다. 중간에 형기가 합류하였다.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10% 비싸게 책정하였지만, 오피스텔은 100% 분양되었다. 사시사철 꽃과 푸른색을 볼 수 있도록 조경하였다. 옥외 광고의 수익은 전액 수 분양자들에게 안분하여 지급하기로 계약서에 명시하였다. 눈에 보이는 마감재는 호텔 로비와 복도처럼 고급스럽게 하였다. 층·고는 최대한 높였다. 미희하고 J는 관리하고 있던 투자 의뢰인 명단에 일일이 전화해서 팔았다. 착공하고 한 달 만에 분양을 완료하였다. 개발사업 수익으로 68억 원을 벌었다. 이와 별도로 분양 수수료 명목으로 4억 6천만 원씩 네 사람 몫으로 분배가 되었다. 물론 십일조는 따로 떼어 놓았다. 태현이가 3명에게 익살스럽게 한마디 하였다. “죽을 때까지 붕어빵 사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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