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미끼

<욕망의 입질, 신뢰의 줄을 당기다>

by 경국현

강의장이 조용히 끝난다.
남자의 열정에 감염된 사람들은 단 한 순간도 집중을 놓치지 않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빛도 자세도 흐트러짐이 없다.


강의가 끝나자, 누군가 먼저 박수를 친다.
곧이어 터져나오는 환호.
그의 말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눈빛에 다시 의문을 품었다가, 또 무너졌다.


신뢰.
사람들의 눈에 가득한 단어였다.


저녁 자리로 이어진다.
소주 한 병이 돌고, 책 한 권이 꺼내진다.
『상가투자에 돈 있다』

“사인 부탁드립니다.”

남자는 웃으며 펜을 들고, 한 구절을 쓴다.

惠存. 人得於成 無信物心之失.

사람을 얻으면 성공하고,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한문이면 뭐든 진리처럼 느껴지는 법이다.


술잔이 오간다. 질문이 이어진다.
남자는 거침이 없다.
모든 시선이 그의 입술에 매달려 있다.

그때, 조용히 있던 수강생이 입을 연다.

“오늘 강의… 그 어떤 데서도 들어본 적 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상가투자의 핵심, 딱 한 마디로 뭐라 하시겠습니까?”


질문은 정중했지만,
검은 미끼처럼 숨어 있었다.


남자는 시선을 하나하나 천천히 훑는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되팔 수 없는 물건은, 투자하는 게 아닙니다.”


순간, 고요.
술잔도 멈췄다.
숨도 조심스럽다.


그는 이어서 말한다.

“되팔 수 없다는 건,
그 누구도 사지 않는다는 겁니다.
투자란 시세차익이고, 그건 수요가 만든 흐름이죠.


여러분이 그런 물건을 갖고 있다면,
팔겠습니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들고 있겠습니까?”


말은 날카로웠고, 침묵은 길어졌다.
하지만 누군가는 결국 문다.

“선생님께… 투자의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손에 쥔 줄을 당긴다.


그날 이후,
모든 게 시스템으로 바뀐다.

강의는 유료.
상담도 유료.
계약은 더 큰 돈을 요구했다.

공짜가 당연하던 부동산 세계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남자는 그림을 그린다.
J는 현장을 수배하고, 여자가 임장을 다닌다.

세 사람이 팀을 이룬다.

그날 미끼를 문 사람들과 함께,
5개의 후보 물건을 보러 다닌다.

차 안에서는 보는 법, 묻는 법,
체크하는 법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스스로 깨닫는다.
‘이건 진짜다.’


하루가 끝나고,
60장이 넘는 컨설팅 보고서가 배포된다.

건물 개요, 사진, 등기부는 물론
입지 분석, 수익률, 리스크, 대응 전략까지.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단 한 줄.

‘투자 적격 – 단 2건’


혼란이 시작된다.

누군가는 망설이고,
누군가는 삼킨다.

“이 물건… 제가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죠?”

이어 다른 이가 소리친다.

“그럼 이건 제가 하겠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그제야 현실을 깨닫는다.

“다음엔 꼭 연락 주세요.
임장 안 해도 됩니다.
그냥 바로 계약금 넣을게요.”


믿음이 생긴 게 아니다.
욕망이, 믿음을 만든 것이다.


세 사람은 처음으로,
진짜 돈을 벌었다.


분양 현장 따라다니며 떠돌던 J는
처음으로 운명의 전환을 느낀다.

“저 사람 인생 안에 들어가야
내 인생이 바뀔 수 있다.”


운명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숙명은 다르다.


남자는 언론을 움직인다.
보도자료, 기획기사, 방송 출연.

그의 이름은 브랜드가 된다.
계약서는 쌓여가고, 투자자 명단은 늘어난다.

퍼즐처럼 흩어진 돈이
그의 손에서 맞춰진다.


명함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
아파트 전문가, 토지 전문가, 경매 전문가.

그들은 말한다.
“같이 하시죠.”

강의와 컨설팅을 빙자한
또 다른 낚시꾼들이었다.


매매가의 4~7%,
그것이 한 건의 수익이다.


한 달 평균 100억,
그가 설계한 시스템은 이제 ‘판’이 되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속았다.”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미끼를 문 건… 나였을지도 모르죠.”


작가 소개

부동산학 박사.
삶의 나락과 상승, 그리고 인간관계의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소설을 국내 최초로 쓰고 있습니다.

브런치에는 요약본을 올려 드리고 있습니다.


다음회 예고

업계에 소문이 나면서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모습이 전개됩니다. 실제로부동산 현장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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