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소문은 거래다

<놀이터가 된 부동산>

by 경국현

소문은 바람이 아니다.
돈이다.
움직이는 자들의 통화이며, 말보다 빠른 설득이다.


어느 날 조용히 찾아온 시행사 하나. "이 지역, 한번 봐주실래요?"

그 말 한 마디에, J는 파일을 넘긴다. 사업성이 보이면, 조직을 짠다.

분양 영업은 세 방향으로 나뉜다.
광고. 현장. TM.

보통 광고와 현장을 묶고, TM은 따로 굴린다. TM 팀장은 언제나 30~40대 여성.
보험사처럼 훈련하고, 감정을 흔드는 기술자들이다.

그리고, 흩어진다. 거미줄처럼 퍼진 그 말들이, 다시 소문을 낳고, 거래를 만들어낸다.



"등산 해봤지?"

남자가 잔을 들며 말을 꺼냈다.

"능선에서 시야가 탁 트이면, 사람들은 거기가 정상인 줄 알아. 적당히 걷고는 내려가지. 결국, 정상은 모르는 채 등산했다고 하지."

J는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의 지난 몇 년을 떠올린다.

"지금까지 우리가 한 건, 그 길을 찾는 일이었어."

"돈 많은 놈들이 더 집착해. 돈은 벌고 싶고, 일은 하기 싫고. 입만 벌리고 서 있는 놈들이지."

남자의 말은 씁쓸하다.
그리고 정확하다.

"잘되면 우리 덕, 못되면 자기 팔자 탓."

"형님, 보통은 반대 아닌가요?"

"아니야. 부동산 사업은 현실을 파는 게 아냐. 없는 걸 있는 것처럼, 믿게 만들어야 해.

그게 컨설팅 사업이라고 하는 것이야.
미래를 파는 일. To Be."

J는 그 말을 들으며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놀이터라니. 처음엔 불쾌했고, 곧 흥분이 밀려왔다.

쾌감과 모멸감이 동시에.

그는 잔을 들었다.

"형님. 형님의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동탄 신도시는 언제 움직이실 겁니까?”

스피드뱅크가 설명회를 잡았고, 신문엔 무료 세미나 광고가 떴다.

“강사는 K 박사입니다.”

“얼굴마담이지?”

“네, 업계에선 ‘말’이라고 부릅니다. 채찍 치면 가고, 멈추라면 멈추는 말.”

남자는 웃는다.

“그 돈이면 움직이냐?”

“200~300만 원이면 됩니다. 뉴스에 나오는 전문가들, 대부분 그래요. 부동산의 ‘부’ 자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가만히 있던 여자가 끼어든다.

“그 사람들이 연초마다 했던 전망, 5년 치 다 모아봤어요.

다 틀려요. 일관성 없고, 예측은 늘 바뀌어요.”

동탄. 롯데시네마와 30년 임대 계약. 남자는 움직였다.

박 팀장에겐 영업사원 80명 투입 지시.

벌떼 영업. 30명이 계약을 따오고, 나머진 바람잡이다.



판교역 상업지. 시행사는 평당 7,300. PF 조건은 선분양 200억.

신탁 체결 전이라 정식 계약은 불가.

남자는 투자자 네 명을 연결했다. 1층 코너와 전면 상가. 임시계약에 질권 설정.

그리고 시행사의 선분양 물꼬가 터졌다.

테헤란로의 중개업소들이 움직이고, 150억이 들어왔다.

KBS 뉴스 시간에 전화 인터뷰가 왔다. “분양가는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1억 이상은 나올 겁니다.”

뉴스가 나가자 그는 말했다.

“지금 3천만 원씩 남기고 되팔아.”

6개월도 안 돼, 사람들은 7억씩 벌었다.

업계에선 그걸 ‘원장정리’라고 부른다.



구파발역 SH부지.

세 친구가 모여 낙찰받았다가, 개발에 실패했다.

J는 냄새를 맡고 움직였다.

결국 모든 사업권은 ㈜굿모닝의 권 회장에게 넘어가 있었다.

시행사는 서류만 남은 껍데기.



소문은 거래였다.
믿게 만든 자가 이긴다.
그리고 이기는 자만이, 기록에 남는다.



작가 소개

부동산학 박사.
삶의 나락과 상승, 그리고 인간관계의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소설을 국내 최초로 쓰고 있습니다.

브런치에는 요약본을 올려 드리고 있습니다.


다음회 예고

주인공은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 위한 판을 짜기 시작합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가 소설로 전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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