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붕어빵>
“사업이란 건 늘 최악을 견뎌내는 일이야. 환경에 휘둘리는 순간, 기회는 소리 없이 사라져. 사람들은 '때가 아니야'라는 핑계를 대지. 대부분 그렇게 살다가 남 탓하면서 죽는 거야.”
태현의 말을 J는 노트에 받아 적는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기회', '죽음' 이란 단어에 동그라미를 친다.
강남 선릉역 빌딩. 한 층 전체를 사무실로 임대했고, 직원이 늘었다. 실무진 대부분은 부동산학과 출신, 혹은 실무 경력자. 개발업, 분양업, 중개법인, 투자자문업까지 5개의 법인이 만들어졌고, 미희와 J는 각각 대표 명함을 가졌다.
“LH 수의계약 땅은 용적률 따져도 6층이 한계야. 오른쪽은 공원, 왼쪽은 이호건설 주상복합 25층. 고압선은 우리 땅을 가로질러 고속도로를 넘어가.”
“그럼 사업비를 줄이는 게 답이죠? 수입이 고정이라면, 비용을 줄여야 수익이 커지잖아요.” 미희가 경영학 전공 서적에서 보았던 내용을 떠올리며 말한다.
“두 지역 잇는 톨게이트, 광고 효과 있죠. 차가 서행하면서 우리 건물을 100% 보게 되니까요.”
“J, 광고 수익 조사해 와.”
“예.”
“보통 개발사업 수익은 얼마나 되나?” 형기가 묻자, 태현은 종이 위에 숫자와 도면을 그려가며 설명한다.
“상가는 15%, 오피스텔 8%, 아파트는 4% 정도지. 모든 경비 포함하고, 100% 분양 기준. 매출 1,000억이면, 아파트는 40억, 상가는 150억, 오피스텔은 80억 수익을 예상해. 물론 장부상이고, 실제는 더 벌 수도 있고, 못 벌 수도 있고, 미분양 나면 그냥 망하는 것이고.”
“그럼 우리는 여기에서 얼마나 벌어?”
“성공하면 평생 못 쓸 돈을 벌고, 실패하면 평생 갚아도 안 끝나는 빚이 생기지.”
“모 아니면 도군.”
“아니, 아주 쉬워. 욕심만 버리면 땅 짚고 헤엄치기야. 그리고 여기 현장은 내가 너희와 함께 하는 연습이야.”
회의는 길어진다. 개발, 설계, 공사, 분양 등의 전략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질문하고, 듣고, 의심하고, 다시 묻고, 정리하는 시간. 네 사람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전략을 짠다.
“중요한 건 수익률. 1,000억 분양해서 100억 버는 10%보다, 200억 분양해서 20억 버는 20%가 나아. 우리는 이호건설 땅값의 30%에 땅을 가져왔어. 개발사업은 땅을 싸게 매입하는 게 승패의 갈림길이야.”
형기가 고개를 끄덕인다.
“입지 안 좋은 땅을 비싸게 사서 높은 가격에 분양하려다 망하는 거야. 욕심이지.”
“분양 화법이 슬슬 떠오르네요.” J가 말한다.
“토지 확보에 호영이가 고생했지. 분양은 우리 네 명이 하는 거다. 분양 수입은 우리 넷이 나누고, 호영 몫으로 십일조 10% 떼어 놓도록.”
말을 멈추던 태현의 눈이 책장 위 성경책에서 멈춘다.
“우린 돈을 믿지 말자. 돈은 그냥 숫자야. 쓰지 않는 돈, 숫자에 불과해. 돈에 자유로운 사람이 되자. 돈 때문에 인생 방향이 틀어지면 안 되잖아.”
“형님 만나면서부터 돈 걱정 없이 살고 있습니다” J가 말한다.
“직원들은 월급에 시달리지만, 우린 숫자 가지고 노는 거야. 재밌게 살다 가자.”
양재역 동인건설 사무실. 복도를 지나 대표실 앞에서 혜영이 미희를 보고 활짝 웃는다. 청순한 미소. 수수한 옷차림. 두 손을 맞잡는다.
대표실 안, 장혁남 대표가 형기를 보고 놀란다.
“야, 너 형기 아냐?”
“형님!”
반가움과 놀라움, 어정쩡한 분위기. 자리에 앉자 자연스레 과거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룸에서 웨이터로 일하더 젊은 형기가, 공짜 술에 취한 검사의 조인트를 맞던 날, 대들어 준 게 장 사장이었다. 그렇게 둘은 손님과 웨이터로 시작해, 형제처럼 지냈다.
장소는 뱅뱅사거리 한정식집.
“한잔 올리겠습니다.”
장 대표가 조곤조곤 말한다.
“건설사는 공사감독이 전부입니다. 대부분 하청이고, 또 하청입니다. 계약 전엔 엎드려 있지만, 계약서 쓰고 나면 건설사가 위죠. 공사비 인상, 설계 변경, 자재 바꾸기… 수십 가지 카드가 있어요.”
“감리가 있잖아요?”
“감리, 공사, 설계 한통속이면요? 대부분 설계사가 감리까지 맡죠. 서류 작업이에요. 국산 대리석 대신 값싼 수입품. 철근 줄이기. 눈으로 구별 못 해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
“건물은 누수 없고 물 잘 빠지면 됩니다. 특히 분양형 건물일수록 신경 써야죠. 대표님과의 인연 소중히 하겠습니다.”
미희, 혜영, 형기, 장 대표. 형식적 갑을 관계는 사라진다. 명절처럼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밤새 이어진다.
한 달 뒤, 공사계약 체결. 혜영이 2억1천6백만 원 현금을 가져왔다. 건설비의 1.5%를 리베이트 해주겠다는 제안에 미희와 태현은 받지 않았다. 혜영은 당황했고, 장 사장이 허겁지겁 와서 “정태현 사장이 주는 거다”라며 미희에게 그 돈을 주었다. 미희는 그 돈을 혜영하고 나누었다.
네 사람은 ‘황구’라는 보신탕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고, 형기가 중간에 합류했다.
분양가는 시세보다 10% 비쌌지만, 오피스텔은 100% 분양 완료. 미희와 J는 명단을 뒤져 직접 전화를 돌렸다. 착공 한 달 만에 완판.
개발사업 수익은 68억 원. 별도의 분양 수입은 넷이 나누었다. 각자의 몫에서 형기에게 갈 십일조는 따로 떼어 놓았다.
태현이 익살스럽게 말했다.
“죽을 때까지 붕어빵 사 먹자.”
<저자 소개>
부동산학 박사
삶의 나락과 상승, 그리고 인간관계의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부동산 장편 소설을 국내 최초로 기획하여 써보고 있습니다. 브런치에는 요약본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해를 바랍니다.
<다음회 예고>
이제 정치권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그리게 됩니다. 부동산 개발과 정치권의 연결고리를 소설로 그려 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