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사기

<분양의 진실>

by 경국현

"형기야, 이거 사기인가 아닌가? 잘 봐. 공개 추첨 계약 방식이래. 전에 일산에서 드라마 제작센터 옆에 있는 상가 250개 분양할 때도 이랬어."

"난 잘 모르겠는데, 뭐가 문제지?"

"J, 박대우 알지?"

"예. '상가투자 연구소 소장 박대우'라고 되어 있어요. 검색에 자주 나오던 이름인데, 실제로 보는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어쨌든 '말' 아닙니까."

J가 안내서를 펴며 말한다. 태현은 다시 형기를 보며 고개를 젓는다.

"형기야, 여기 아파트 아니고 상가야. 상가를 추첨으로 분양 계약한다고? 말이 안 돼. 주거용이랑 수익형 부동산은 성격이 완전히 달라. 그런데 사람들은 몰라."

송도 컨벤션 센터 메인홀. 입구에서 안내 자료와 대형 우산을 나눠준다. 4~5백 명이 분주하게 드나든다. 무대에는 ‘상가투자 성공전략’이라는 현수막. 박대우 소장이 등장한다. 설명회가 끝나자 양복 입은 사회자가 추첨을 진행한다고 알린다.

몇몇 사람들이 옆 소회의실로 이동한다. 대형스크린과 전광판에 추첨 결과가 뜬다. 환호, 탄식, 불만. 웅성임이 커진다.

"형기야, 저 양복 입은 아저씨. 떨어졌다고 소리치지? 저기 모여 수군대는 아주머니들, 일당 받고 온 사람들이야. 연기자들이지."

"뭐? 그럼 당첨된 사람들은 진짜야?"

"당연하지. 그 사람들만 진짜야. 4-5개월 전부터 영업사원 250명 풀었고, 2-3개월 전엔 언론 광고, 공개 추첨 청약 광고를 돌렸지."

J가 신문 광고 2장을 꺼낸다. 하나는 이미지 광고, 하나는 빼곡한 청약공고.

"이미 그때 상담 다 했고, 오늘은 당첨 확인하는 의식일 뿐이야. 경쟁은 없어. 점포 하나에 청약자 한 명. 무조건 당첨이지."

"그럼 나머지는 연극이야?"

"그래. 다수의 청약자 속에서 운 좋게 당첨된 것처럼 믿게 만드는 구조. 눈속임이지."

"사기 아닌가?"

"사기 기준은 '고의로 속여서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야. 하지만 여기선 누구도 사기당한 줄 몰라. 그게 무서운 거지."

형기는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부동산 상담 받으러 가면, 거기 있는 사람 전부가 날 속이려고 짜인 한 팀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영종도의 황량한 공사 현장. 차 안, 태현은 크레인을 바라보며 묻는다.

"뭐가 보여, J?"

"호텔입니다. 수익률 9% 보장하면서 분양했죠. 객실 개별 등기 가능한 분양형 호텔입니다."

"그 수익률, 믿을 수 있을까?"

태현은 형기, 미희를 바라보며 말한다.

"문제는 '수익률 보장'과 '저렴한 분양가'를 사람들은 별개로 본다는 거죠. 사실은 같은 말이에요.“

J가 말한다.

형기가 몸을 틀어 앉는다.

"계약서에 수익률 보장한다고 하면 믿어야 하는 거 아냐?"

"계약서 구석에 조그맣게 써 있지. '2~3년 보장' 혹은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결국 아무것도 아냐."

"다 사기잖아."

"법적 책임은 위탁운영사로 넘어가고, 시행사는 책임 없어. 손실이 나면 소송? 재판? 실익 없어. 그걸 다 계산하고 기획한 거야."

태현이 중얼거린다. "보장되는 수익률이라면 애초에 허수지. 그걸 믿는다는 게 문제야."

형기가 코웃음 친다. "그런 바보들이 어딨어?"

"눈앞의 숫자만 보지, 배경은 안 봐.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 이성이 욕망을 이기기는 어려워도, 욕망이 이성을 이기기는 너무 쉽지. 내가 그것을 알고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 거다"

J는 창밖을 바라보며 나방을 떠올린다. 불빛을 보고 달려들다 타 죽는 나방. 그 불빛이 돈이라면, 사람은 전부 나방이다.



수원 광교신도시. 황무지 한가운데, 먼지 날리는 땅.

"형기야, 저 고압선 보이지? 아무도 입찰 안 한 땅이야.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이지. 그런데 우리는 이 땅을 헐값에 살 거야."

형기와 J가 동시에 외친다.

"뭐라고요?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은데요."

태현은 웃는다.

"LH 직원이 내부정보로 땅을 샀다가 처벌받았지. 그런데 어떤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 개발계획을 미리 알아서 땅을 사들였는데 무죄야."

형기가 중얼거린다. "누구는 징역, 누구는 무죄..."

"그게 세상 법칙이지. 성실하면 성공한다는 믿음도 착각이야. 그럼, 우리가 사기를 칠까? 말까?"

태현은 세 사람을 둘러본다. 형기는 그 눈빛에서 무엇인가를 본다. 서로 눈빛이 교차한다.

누군가는 흔한 사건에서 기회를 보며, 누군가는 그 사건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미희는 이 남자의 눈빛이 수정구슬처럼 빛나는 것을 본다.



<저자 소개>

부동산학 박사

삶의 나락과 상승, 그리고 인간관계의 균열속에서 부동산 장편 소설을 국내 최초로 기획하여 쓰고 있습니다.

브런치에는 요약본을 올려 드리고 있습니다.


<다음회 예고>

사람이 갖는 욕심이 부동산 시장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팩트를 소설로 엮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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