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 IF Story)
가인의 살인, 신의 책임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을 쳐 죽이니라.”
– 창세기 4장 8절
가인은 첫째 아들이다.
땅을 일구었고, 아버지 아담을 도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아벨은 둘째. 양을 치는 자로 묘사된다.
어느 날, 그들은 각자 제사를 지낸다.
가인은 땅의 소산을, 아벨은 양의 첫 새끼와 기름을 신에게 바쳤다.
그런데 신은 아벨의 제사만 받았다.
가인의 제사는 거절되었다.
그리고, 가인은 아벨을 죽였다.
인류 최초의 살인.
형이 동생을 죽인 사건.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다시 상상해본다.
가인이 농부가 된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었을까?
아벨이 목자가 된 것은 자발적이었을까?
부모의 생계를 돕던 가인.
아벨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위치였다.
농사는 누구나 해야 하는 일,
양을 치는 일은 당시엔 실제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선택이라기보다 운명이었고, 운명은 신이 설계한 것이다.
신은 배고프지 않다.
그렇다면 제사는 단순한 기호나 예식이 아닌,
‘죽음’을 상징하는 의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벨의 제사는 생명을 담았다.
가인의 제사는 곡물이었다.
신은 생명의 희생을 더 가치 있게 여겼다.
고대 문명에서는 사람도, 동물도 신에게 바쳐졌다.
페루, 이집트, 이란, 인도, 그리스, 로마, 중국…
인신공양의 흔적은 인류 문명의 공통된 유산이다.
신은 살아있는 생명을 제물로 바치는 것을 좋아했다.
그 순간, 신은 더 이상 자비의 존재가 아니었다.
가인이 분노한 것은 당연했다.
한 아이만 편애한 부모는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다.
하물며 신이 인간에게 그런 편애를 했다면?
분노의 불씨를 제공한 건 신이다.
신은 가인에게 말한다.
“네가 선을 행하지 아니하면 죄가 문 앞에 엎드려 있느니라.” (창세기 4:7)
그러나 그 전에 신은 자신의 실수부터 인정해야 했다.
가인은 열심히 살았다.
농사짓고, 수확물로 제사를 드렸다.
그러나 신은 아벨의 생명 있는 제사만을 받았다.
가인의 헌신은 무시되었다.
신이 기준을 설명하지 않은 채,
“그냥 내 맘이다”라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건 신의 자격 상실이다.
그리고 그 자식은, 살인을 저질렀다.
에덴에서의 첫 사건은 ‘선악과를 먹은 일’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사건은 ‘형제를 죽인 일’이었다.
선악과 사건에서 중요한 존재는 뱀이다.
살인 사건에서 중요한 존재는 신이다.
에덴의 생명나무 열매를 먹으면 영생할 수 있었다.
신은 인간이 영원히 사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열매를 따먹기 전 인간을 추방했다.
그러고 나서 벌어진 일이, 살인이었다.
신이 만든 첫 번째 피였다.
선악을 알게 된 인간은 영생할 수 없다.
영생하지 못하는 인간은, 죽이지 않으면 오래 살 수 없다.
오래 살고자 하는 자는,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이것이 에덴 밖 세계의 논리다.
신이 설계한, 인간 세계의 잔혹한 시작이다.
신은 아벨을 받았고, 가인을 거절했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먼저 기록된 사건은
제사를 받은 자의 죽음이 아니라,
제사를 거절당한 자의 분노였다.
그 분노는 인간의 것이기도 하지만,
그 분노를 만든 것은
신의 무관심과 편애였다.
그래서 이 살인은,
가인의 죄이기 이전에
신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