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애호가로서 캐나다에 산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눈을 조금만 크게 뜨고 주변을 살피면 의외로 다양한 야생동물들을 만난다.
야생의 사슴도 여러 차례 봤고, 코요테와 라쿤도 봤다.
굉장히 다양한 새들도 봤다.
왜가리들은 거의 한 마리씩만 목격됐었는데, 얼마 전에는 왜가리들이 떼를 지어 쉬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눈이 휘둥그레졌었다.
마치 추수를 끝낸 논에 쌓아둔 지푸라기 더미처럼, 강가 갈대밭에 열 마리 정도의 왜가리들이 듬성듬성 몸을 말고 졸고 있었다.
독수리도 가끔 눈에 띄는데, 한 번은 독수리의 울음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위엄 가득하게 생긴 주제에 어찌나 청아하고 귀엽게 우는지…….
해양동물도 많이 봤다.
범고래와 쇠고래, 물개와 바다사자 등.
내가 사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에서는 가끔 사슴이 뒷마당에 놀러 오기도 하고, 쿠거나 곰이 목격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발을 동동 구르며 그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했으나, 돌아오는 건 쟤를 어쩌면 좋냐는 듯한 남편의 눈총과 한숨뿐…….
이번 여름에는 작년에 코로나에 걸려서 못 간 밴프에 갈 예정인데, 밴프에서는 종종 야생 곰도 목격된다고 해서 아주 기대가 된다.
자연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을 보면 간절히 바라게 된다.
저들의 삶이 인간의 이기로 인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구의 생명다양성이 오래 잘 안전하게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저 귀엽고 다양한 매력을 가진 생명체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오늘은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이다.
동물애호가이기도 하지만, 식물 역시 좋아한다.
집에 더는 화분을 늘리지 않으려고 하는 대신에 밖에 나가서 다양한 식물들의 이름을 알려고 노력한다.
주말이면 종종 트래킹을 하러 가는데, 산을 빼곡하게 메운 다양한 식물들을 보면 경외감이 들 때가 있다.
저 푸르름, 저 생명력, 저 다양함.
특히 감탄하게 되는 건 이끼와 버섯이다.
다른 생명체들이 피하는 곳에서 자신만의 생명력을 자랑하는 것들.
식물들은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겠지만, 굳건하다.
회사에 다닐 때, 나도 그랬다. 나는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서 많이 다쳤지만…….
그래서인지 그때는 정말 많은 식물을 집에 들였었다.
어쩌면 그런 단단함이 필요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집 근처 커뮤니티 센터에서 작은 박스 두 개를 배정받았다.
텃밭 같은 역할을 하는 거라서 소소한 농사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혹시나 야생동물들이 와서 다 먹어버리면 어떡하지?
동물애호가로 그냥 봐주게 될까?
아니면 발을 동동 구르며 복수하겠다고 이를 갈게 될까?
하긴, 내가 복수를 하면 또 어떻게 하겠어.
그들은 나 따위는 관심도 없을 텐데.
원래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니, 그냥 봐주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