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다방
70년대 산업화 시절 한 때는 탱크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지만 지금은 쇄락의 길을 걷고있는 을지로, 청계천 지역... 연극은 그 지역이 재개발 되면서 지역에 오랫동안 공생해 왔던 수성다방을 배경으로 묻혔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기술 하나로 자리를 지켜온 구역의 장인들과 인생의 온갖 풍파를 겪은 다방의 레지, 다방의 건물주, 그리고 다방의 운영자 박복자씨를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빛바래고 흘러간 한 시절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상상력으로 쓰여졌다기엔 너무나 디테일한 이런 이야기를 작가는 도대체 어디서 구한 것일까?) 장면마다 돋보이는 중견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는 120분이 넘는 공연 내내 무대를 든든히 받쳐주었다. 다만 등장인물들 다수가 해답 없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향하는 마지막 장면은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다소 엉뚱하게 느껴졌다. 수성다방은 금성 여인숙, 화성골 소녀에 이은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라는데 세 작품은 어떤 점에서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흘러간 과거에 대한 정직한 기록과 우리 시대의 적나라한 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