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월도
‘만선’의 극작가 천승세 희곡열전이 대학로에서 열리고 있다. 그 첫 번째 작품인 낙월도/맨발, 두 작품을 관람했다. 그 중 낙월도... 목포 앞바다의 한 섬을 배경으로 늘 섬을 벗어나기를 꿈꾸지만 질긴 운명의 사슬처럼 결국 섬을 떠나지 못하는 뱃사람들, 섬의 아낙네들,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섬의 선주와 지주들의 이야기가 80분 동안 질펀하게 펼쳐지는데, 사실적이지 않은, 작은 소극장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고립된 섬의 삶,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연과의 투쟁, 그럼에도 이어지는 인간들의 끈적한 생존의 이야기가 적절한 음향효과와 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강렬하게 와 닿는 무대였다. 그런데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많고 이야기의 흐름도 툭툭 끊기는 느낌이 있어 원작을 찾아 보았다. 원작은 희곡이 아니라 130쪽 남짓한 중편소설인데,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방대한 등장인물, 알 듯 말 듯한 남도 사투리, 바다와 관련된 토속적인 용어들로 여러 차례 국어사전을 뒤적여야 했다.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들도...ㅠㅠ) 불과 1973년에 쓰여진 소설인데 요즘 쓰여지는 글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찰진 모국어의 감각들... 예를 들면 이런 묘사.
“샛바람철이 가고 당복산 사례풀더미에 쪽새가 둥지를 틀었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그물코 말릴 새가 없던 중선들이 꼭 다섯 차례 용강마슬을 났을 뿐이었다.”
6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작가 천승세의 문학과 연극의 세계를 느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