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가장 자주 하게 되는 말은 내가 해줄 게였다.
빨리 끝내는 것이 편했고, 아이가 실수하지 않게 막아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넘어질까 봐, 상처받을까 봐, 돌아갈까 봐 손을 먼저 내밀었다.
그렇게 아이의 하루는 점점 부모의 손길로 채워졌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면서 깨닫게 된다.
내가 대신해 준 만큼,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기회는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아이가 약속을 잘 지키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며,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얻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그 결과를 감당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자율성과 책임감은 그렇게 부모의 가장 큰 바람이 된다.
하지만 그 바람은 말로 가르쳐지지 않는다.
방 정리를 함께 하고, 설거지를 나누고, 장을 보며 가격을 비교하고, 쓰레기를 버리며 자신의 몫을 확인하는 일.
그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이는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해냈을 때는 기꺼이 칭찬해 주는 일.
그리고 하지 않았을 때는 대신해주지 않고 기다려 주는 일. 그 기다림이 아이를 키운다.
아이에게는 실패할 권리가 필요하다.
시도했다가 어긋나고, 넘어지고, 기대만큼 되지 않는 경험. 부모의 마음은 조마조마하지만, 큰 위험이 아니라면 한 발 물러서 지켜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패했을 때 “그래도 괜찮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부모의 태도는 아이에게 다시 일어설 힘이 된다.
아이는 어떤 선택을 한 뒤 반드시 부모의 얼굴을 본다.
성공했을 때 박수를 보내고, 실패했을 때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보내는 것.
그 일관된 반응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선택을 믿게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말수가 줄어든다.
“말하면 엄마가 너무 걱정할 것 같아서요.”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잖아요.”
아이의 삶이 점점 스스로의 선택을 요구받는 시기가 오면, 부모의 걱정은 오히려 부담이 된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고, 그 마음은 다시 아이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그렇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대화를 멀어지게 한다.
아이에게 꼭 보여주어야 할 장면이 있다.
부모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다.
아이의 성취와 실패가 부모의 인생 전체를 좌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주는 일.
그래야 아이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다.
나무들이 너무 가까이 엉켜 있으면 작은 마찰에도 불이 난다.
숲을 지키는 것은 나무 사이의 간격이다.
부모와 아이도 마찬가지다.
같은 숲에 있되, 서로의 뿌리를 침범하지 않는 거리.
그 거리에서 아이는 숨을 쉬고, 부모도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아이에게 느긋해지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아이가 홀가분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면, 부모는 한 발 물러서 선택권을 건네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감당할 수 있도록 곁에 있어 주어야 한다.
부모의 마지막 과제는 아이의 독립 이후를 준비하는 일이다.
아이를 잘 키워냈다는 안도감 뒤에 남은 자신의 삶을 다시 설계하는 것.
부모 역시 자율성과 책임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는 안심하고 자기 인생을 걸어갈 수 있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건네는 일은, 결국 부모가 자신의 삶을 되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건강과 행복 즐거움과 미소를 전하는 마법사 &
<매일의 태도> 저자 김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