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쏟아낸다. 흘러내린 눈물이 볼을 적신다. 꺼이꺼이 하는 울음은 귀를 채워온다. 얼굴은 눈물로 흥건해지고 코는 콧물로 맹맹해져 있다. 손수건에 눈물을 덜어낸다. 바람에 나풀거리던 하얀 천이 어느새 눈물로 가득해 있다. 손수건이 무거워진 만큼 속은 가벼워지면 좋으련만 우는 시간에 비례해 속은 더 묵직해져 간다.
가슴에 맺혀 있던 응어리를 눈물로 내보내는 것은 막힌 기운을 덜어내는 일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 목전에 걸려 있을 때 눈물이 말을 앞질러 그것을 밖으로 뱉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심장에 고여 있던 고름 같은 열이 밖으로 쏟아진다. 터진 속을 타고 나온 눈물은 더없이 뜨겁다.
눈물에 마음을 델 것 같아 눈물 가득한 얼굴에 차마 손을 대지 못한다. 손수건은 그런 손을 대신해 눈물의 흐느낌을 조용히 받아낸다. 놀란 기색도 애처로운 시선도 없이 그렇게 손수건은 묵묵히 눈물을 삼켜준다. 그 하얀 침묵이 믿음직스러워 슬며시 속내를 쏟아내 본다. 그러면 참으며 억누르는 데 익숙해진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마음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손수건 위에 슬픔의 자수를 놓기 시작한다. 꺼이꺼이 하는 울음까지 더해지면 자수는 어느새 슬픔의 시가 되어 있다.
그 시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게 어쩐지 서글퍼져 손수건을 물에 담근다. 비누질을 하면 슬픔이 지워질까. 하얀 거품으로 손수건을 뒤덮는다. 그런데도 슬픔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물로 거품을 걷어내면 슬픔의 무게가 덜어질까. 손수건을 쥐어짜며 한약을 짜듯 슬픔을 짜 내린다. 차마 밖으로 나오지 못한 속내가 서글픔의 자모(子母)가 되어 우두둑우두둑 떨어진다.
손수건을 짜는데 왜 속이 아파오는 건지. 왜 다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인지. 두 손으로 야무지게 손수건을 쥔다. 허공을 향해 손수건을 턴다. 얼굴에 닿은 물방울이 눈물을 매만진다. 코를 훌쩍이며 양지바른 데 손수건을 넌다. 눈물을 매장하듯 손수건을 매만지며 중얼거린다. 뽀얀 해가 까만 눈물 자국을 지워주기를. 까만 눈물이 상처를 기워주기를. 기워진 상처가 덧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