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다림에는 끝이 있다

by GZ


모든 기다림에는 끝이 있다. 이는 곧 기다림이 절망이 아닌 희망임을 말해준다. 사람이 되었건 결과가 되었건 끝이 있다는 것은 긴장 상태의 종식을 의미한다.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본 기다림은 한순간도 숨을 덜어낼 수 없게 하는 고문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태 그리하여 시간은 가는데 나만 멎어 서 있는 것같이 느껴지게 만드는 상태가 기다림인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기다림은 모두에게 주어진다. 생을 살면서 한 번도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길이의 차이만 있을 뿐 인간은 누구나 기다림의 시간을 대면하게 된다. 다만, 내가 기다림의 시간에 매몰되어 있지 않았을 때는 그 누군가가 지금의 나처럼 기다림을 마주하며 더디 가는 시간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나만 기다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시간은 상대적이었음을 알아채지 못한 어리석음과 그로 인해 시간이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흐르고 있어야 한다는 착각에서 온 것이다.

인간은 감각의 동물이기에 기다리는 시간의 시곗바늘은 더디 움직이는 듯 느껴진다. 그래서 나만 제자리걸음인 듯한 억울함을 느끼게 된다. 기다리는 순간은 시시각각이 고문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때로는 숨 쉬는 모든 순간이 아프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에는 이 기다림을 내가 끝내 버릴 수 있다는 것, 그러한 스스로 끝을 맺는 기다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어주기도 한다. 고통스럽고 분하지만 기다림의 숨겨진 묘미는 끝이 있다는 데 있으며 그리하여 기다림에 끝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희망인 것이다.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질 것이고 기다림을 벗어난 나는 시간의 매만짐 속에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여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그때는 내가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라며 의식의 눈을 살짝 가려두면 된다. 그러면 누군가의 기다림에 비해 나의 기다림만 너무 길어진 것 같은 억울한 마음 때문에 마주해야 하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다. 그리하여 나는 기다림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저 묵묵히 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될 것이다. 기다림이 아니라고 규정한 그 기다림의 끝에 이르면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힘들었던 시간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누구 하나 피해 갈 수 없는 기다림임에도 긴긴 기다림에 나가떨어져 새로운 시작마저 지침의 연속이 되어 버린 우리네 초상을 본다. 시작은 응당 생동적이고 기운차야 하는 것을 어이하여 새날이 새해가 어제의 다음 날에 그치게 되었을까? 기다림의 끝이 곧 성과와 성취로 이어져야 한다는 착각 때문이다. 모든 기다림의 끝이 행복으로 이어져 있다면 인생이 이토록 버겁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터. 기다림의 끝에서 후련함을 느끼는 것은 기다림이 끝이 나서가 아니라 기다림에 끝이 있음을 기다림을 붙들고 있는 것으로 그 종식을 나에게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당신은 그 사실만으로도 승자다. 기다림을 붙들고 늘어질 수 있다는 것은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나를 잃지 않고 나로 살아남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허니 인생의 수많은 순간이 사실은 기다림으로 채워져 있고 때로는 그 기다림을 스스로 마무리할 수도 있음을 잊지 않으면 된다.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그때까지는 이 그림 속 여자처럼 허리를 곧바로 세우고 나의 품위를 유지하며 눈앞에 놓인 것들을 고고하게 쥐고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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