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유리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차가운 듯 보여도,
어찌나 투명한지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한 발만 다가와도, 다 알아챌 수 있는.
호오, 입김 한 번에도 뽀얗게 부끄러워 했다가
잠시 만져지는 손가락 끝 온기에도 뽀드득 반가워하는.
그대 커다란 손이 내 투명한 유리마음을 덮으면,
해를 다 가려 어두워진다해도 행복했어요.
그 손바닥에 그려진 손금을 따라 그려보기도, 했어요.
나는 그저, 아이 같았어요.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맘이 감춰지지도 않고,
그대로 그를 볼 수 있는 내 맘이 좋았어요.
*
...어느 푸른 밤.
와장창 깨진 줄도 모르고
행여나 그대 옷자락에라도 닿을까 싶어,
맨발로 달려나갔는데.
투두둑 생소한 소리가 귓가에 울려 내려다보니
글쎄, 깨져버린 내 맘을 내가 밟고 상처를 내고 있잖아요.
이렇게, 바보일 수도 있는 건가봐요.
그래서 그대가 그토록 급히 떠나신거겠죠.
이런 사람이 나라는 걸 알아서.
바보같다, 고 밖엔 표현할 수 없는 나를 이미 아셔서...
*
투명하다는 건, 어쩌면 이런 건가 봐요.
나 혼자서 모든 맘을 다 보여주고
돌아선 그 사람의 어깨를 보아야만하고.
깨져버린 유리가 흙과 함께 뒹굴며 더러워져도
털어버리기엔 닿는 손끝이 아려서 온 신경이 욱씬대는.
마음 부서지는 건 그대로 보고 있으면서도,
밟고 선 발바닥의 낯선 쓰림이나
손에 박힌 작은 조각이 더 생경해...
긴 눈썹에 매달린 눈물이 떨어지는 걸 차마 닦아내지도 못하고 멍청하게 서서,
슬픔과 상처의 먼지로 뒤덮인 얼굴의 처참함을 마주하고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거.
어쩔 수 없는 거.
참, 쓸모가 없는데, 그런 마음 같은 거.
투명한 마음따위 필요가 없는데.
나는 그런 마음을 가졌어요.
몰랐어요, 나는.
투명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닌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