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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그린 Aug 11. 2016

투명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닌가봐요,

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유리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차가운 듯 보여도,

어찌나 투명한지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한 발만 다가와도, 다 알아챌 수 있는.


호오,  입김 한 번에도 뽀얗게 부끄러워 했다가

잠시 만져지는 손가락 끝 온기에도 뽀드득 반가워하는.


그대 커다란 손이 내 투명한 유리마음을 덮으면,

해를 다 가려 어두워진다해도 행복했어요.

그 손바닥에 그려진 손금을 따라 그려보기도, 했어요.


나는 그저, 아이 같았어요.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맘이 감춰지지도 않고,

그대로 그를 볼 수 있는 내 맘이 좋았어요.


*


...어느 푸른 밤.
와장창 깨진 줄도 모르고

행여나 그대 옷자락에라도 닿을까 싶어,

맨발로 달려나갔는데.


투두둑 생소한 소리가 귓가에 울려 내려다보니

글쎄, 깨져버린 내 맘을 내가 밟고 상처를 내고 있잖아요.

이렇게, 바보일 수도 있는 건가봐요.

그래서 그대가 그토록 급히 떠나신거겠죠.

이런 사람이 나라는 걸 알아서.


바보같다, 고 밖엔 표현할 수 없는 나를 이미 아셔서...


*


투명하다는 건,  어쩌면  이런 건가 봐요.


나 혼자서 모든 맘을 다 보여주고

돌아선 그 사람의 어깨를 보아야만하고.


깨져버린 유리가 흙과 함께 뒹굴며 더러워져도

털어버리기엔 닿는 손끝이 아려서 온 신경이 욱씬대는.


마음 부서지는 건 그대로 보고 있으면서도,

밟고 선 발바닥의 낯선 쓰림이나

손에 박힌 작은 조각이 더 생경해...

긴 눈썹에 매달린 눈물이 떨어지는 걸 차마 닦아내지도 못하고 멍청하게 서서,

슬픔과 상처의 먼지로 뒤덮인 얼굴의 처참함을 마주하고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거.


어쩔 수 없는 거.


참,  쓸모가 없는데,  그런 마음 같은 거.

투명한 마음따위 필요가 없는데.


나는 그런 마음을 가졌어요.


몰랐어요, 나는.

투명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닌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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