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부족해도 되지만, 이것은 안 된다
실력은 언제나 중요한 자산이다. 어떤 조직이든 실력이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고, 실력이 있어야 일의 결과가 좋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력만으로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사람과 함께하는 일에는 실력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기준, ‘기본’이 있기 때문이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오히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배울 자세가 되어 있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며, 다른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하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조직은 기꺼이 기다리고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기본이 안 되어 있으면, 함께 일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이 훨씬 크다. 기본이 무너진다는 건,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보고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피드백에 반응하지 않거나, 연락이 너무 늦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결국 신뢰를 무너뜨린다.
기본의 중요성은 역할이 올라갈수록 더욱 뚜렷해진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대학생인재협회(이하 '한대협')에는 실무진 멘토/국장, 대학생 팀장/부팀장/팀원 순으로 역할이 나뉘어 있다. 팀원에서 부팀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가장 첫 단계인데, 이 부팀장 직급은 팀장 이상의 ‘선발제’와는 달리, 지원자 중에서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는 구조다.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다. 어떤 학생이 부팀장 지원을 해왔는데,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임했고, 일머리도 매우 좋았다. 주변에서도 “그 친구는 유능하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지각이 잦은 문제로 인해 최종 승진 대상에서는 제외되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태도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조직이 무엇을 먼저 보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기본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진다. 부팀장은 팀원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를 요구받고, 팀장은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결과뿐 아니라 과정을 거짓 없이 보고할 수 있는 정직성과 책임감이 중요하다. 실무진 국장은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본 역량을 갖춰야 한다. 팀 전체의 흐름을 조율하고, 인적관리나 시스템 개선 논의를 실무진 간에 주고받기 때문에, 입이 무겁고 균형 잡힌 판단력이 신뢰의 기반이 된다. 같은 ‘기본’이라도 포지션이 높아질수록 더 정교하게, 더 깊이 있게 요구되는 것이다.
신뢰는 예측 가능성에서 시작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 사람이 말한 대로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 맡은 일을 책임지고 끝까지 해낼 것이라는 믿음, 문제가 생겼을 때 회피하지 않고 설명할 것이라는 믿음. 이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는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기본’을 반복해서 어기는 행동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기본을 반복해서 무시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로 간주된다.
기본은 실력의 기반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이라 해도,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면 기회는 제한된다. 반대로 실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기본이 잘 갖춰진 사람은 점차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조직은 단기 성과보다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사람, 즉 실력과 기본을 함께 갖춘 사람을 신뢰한다.
기본을 지킨다는 건 대단한 일을 하라는 게 아니다. 회의 시간에 늦지 않고, 맡은 업무를 제때 보고하며, 연락을 적절한 시간 안에 응답하고, 인사나 태도에 예의를 갖추며, 실수를 감추지 않고 정직하게 말하는 것. 이 단순한 행동들이야말로 신뢰를 쌓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기본은 실력을 대신하지는 못하지만, 실력을 빛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실력은 사람을 인정받게 하지만, 기본은 함께 일하고 싶게 만든다. 실력 있는 사람이 기본까지 잘 갖추면 누구에게나 환영받지만,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기본이 무너지면 곁에 두기 부담스러운 사람이 된다. 실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고, 실제로 조직은 그것을 기준 삼아 사람을 평가한다. 하지만 실력만으로는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어렵다. 기본은 그 사람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다.
함께 오래가는 사람은 실력과 기본을 모두 갖춘 사람이다. 한쪽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특히 기본은 실력보다 먼저 드러나고, 훨씬 더 빨리 신뢰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실력을 존중하는 조직일수록, 기본을 지키는 태도도 함께 본다. 기본이 무너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결국 실력을 오래 쓸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