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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noh Nov 09. 2022

모든 글은 행복하지 않다

겹겹이 쌓이는 나락의 순간을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할 일이 잔뜩 쌓여있다면

간밤 식구들의 설거지라든가

어제 남긴 책상 위에 쓰레기들이

굳이 심기를 건드린다면

나는 죽구 싶도록 눈물이 날 수도 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힘에 부치고

가고 싶은 곳도 없어

설거지를 하는 것만이 나의 일이라면

설거지해 놓고

죽은 척 잠을 자는 것도 살 것이지만


수개월 째 성과를 못 올리는 일과

심지어 난데없는 클레임에 기력이 다 떨어진 사람에게

팀 전체 산책 안내 가이드를 시킨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그걸 또 일단 해보겠다고 나선 것도

아무 생각 없는 일이었다.

어떤 핑계를 써서라도 그만둬야 한다.


나는 더 이상 사회에 봉사하고 싶지 않다.

나는 너에게 봉사하고 싶지 않아.

박스 가득 담아 놓은 홍보물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현실이 된다면

진정으로 해방되는 걸까.


이래서 사람들이 살인도 나고

자살도 하고

쓰레기통에 멀쩡한 물건들이 버려지는 것인가 보다.  

  

전철을 갈아타기 위해

카드를 꺼내다가 주머니에서 딸려온 사탕이 바닥에 뒹굴렀다.

마침 뒤에서 오던 손빠른 분이

그걸 주워 내게 내민다.

그냥 가지세요

했더니

상당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네?

한다.


그냥 맛있게 드셔도 되는데~

당신의 호의에 대한

내가 응답할 최선인데

다시 내 주머니에 돌아와 버렸다.



고맙지만

 

어제도 난 말했다.

너가 그러는 게 더 힘들다고.

당신만큼 나도 힘들다고.

오늘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있다.


솔직하게 하는 말인데도

나의 언어는

그러려니 지나가고 마는 파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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