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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May 12. 2022

나의 인생, 쉽고 가볍고 단순하게

신사적인 믿음



최고의 계절의 싱그러움 만큼이나 많고 많은 행사들로 둘러싸인 오월.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새 정부의 취임식, 

국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떠나는 감동의 퇴임식 등 나라의 굵직한 행사부터 이웃 가족들과 함께 하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앞으로 스승의 날까지... 나름 선물들과 축하 문구들을 만들어 보느라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몇 년간 묶여있던 모든 행사가 다시 열리면서 역시나 함께 모이기를 즐기고 에너지가 넘치는 친정    가족들은 며칠 전부터 계획을 짜고 서로 분담해야 할 품목들을 나누고 확인 절차를 밟느라 카톡방이 분주한데 비해, 늘 가족들이 조용한 성품에다 멀리 이사까지 가신 우리 시어머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많이 쓰였다.


처음 몇 년간 모든 일에 관심도 많고 챙김도 많이 받았던 친정에 비해 너무나 무관심하고 경상도 특유의 짧고 무뚝뚝한 말투에 이름도 잘 기억해 주지 않고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시어머니의 모습에 갔다 오는 길마다 남편에게 얼굴을 붉히었다. 


특히, 손재주가 좋고 손이 빠르신 어머님은 말보다는 늘 행동이 앞섰기에 시댁에 가면 무엇이 필요한지 초집중과 긴장을 해야 했고, 무언가 맘에 들지 않으면 “어, 거 뭐하노? 빨리 안 오고!” 편히 앉아 있을 수가 없이  항상 무엇이 필요한지 어머님 주변을 주시하고 있어야 했다.  모든 이름은 어나 거로 통하고, 통화를 할 때에도 항상 용건만 간단하게 하고 싶은 얘기만 전달하는...  

그야말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랬던 우리 관계가 언제부터였을까?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던 우리 어머니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서로 오순도순 앉아서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기에 다른 집에서 온 사람을 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 때부터 틈이 나는 대로 어머님께 얼굴 마사지도 하고, 몸의 안마를 해드리면서 그때그때마다 나에게 힘이 되었던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담아 온몸에 축복기도를 하면서...


그때부터 어머님은 자신의 속마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고, 내 마음과 다르게 다른 사람이 오해를 해서 쏟아내는 말에 상처를 받은 눈물의 말 들도 나누었다. 지금은 나의 전화를 받으실 때마다 최고의 기쁨의 톤으로 “우리 막내며느리가?” 그 누구에게도 전해주지 않았던 나긋나긋 한 아리 다운 여인의 목소리가 된다.


이런 어머님께 이번 어버이날에는 어떤 선물을 드릴까? 고민을 하다 

남편의 말 “눈에 보이는 예쁜 것보다, 꼭! 실속 있는 것을 챙겨주라”는 말에 자주 애용하는 싱싱한 고깃 집을 가서 한우를 골랐다. 워낙 회전율이 좋고 젊은 청년들이 작업을 하는 곳이라 알아서 잘 설명도 해주시고 포장까지도 완벽하게 해서 어버이날 전날까지 택배까지도 보내주신다고 하였다.


그런데 토요일 날 급히 전화가 왔다. 정신이 없어 택배 보내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며... 날짜를 늦춰서 정말 죄송하다며 아침에 작업한 소고기를 더 곁들여 보내주신단다. “그럴 수도 있지요. 감사하다”며 마무리를 했는데 주일날 다시 연락이 왔다. 보내주신 주소가 보이지 않는다며 다시 좀 보내 달라고... 저희가 다른 좋은 부위를 더 추가해서 포장은 최고로 해드리겠다면서...


조금은 늦은 감이 있었지만 어머님은 그 선물을 받으시고는 얼마나 기쁘셨는지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에 최고의 고급스럽고 좋은 고기의 부위들과 예쁜 포장에 마스크들까지 올려 보냈다"면서 마음에 흡족해하셨다.

그분들 덕택에 넘치는 칭찬까지 받게 된 이번 어버이날...


그동안 수고하고 무거운 절대 불가능했던 내 인생의 짐들을 내려놓고 

쉽고 가볍고 단순하게 하는 비밀을 소유했더니, 더 여유로워지고 매력적인 삶이 되어가는 가능한 인생의 맛을 조금씩 맛보며 내속에 생명수가 흘러넘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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