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15
기나긴 연휴가 끝나고 회사에 복귀하였다. 집에 있으니 육아에 전념하느라고 점심시간 15분을 내어 글을 쓰는 시간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시작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세상빠르게 시간이 가는 것도 체감했으며, 그래도 짬을 내어 글을 쓰고 남긴 나만의 저작물들이 켜켜이 쌓여가는 보람은 이루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지경의 뿌듯함이 있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복귀후 첫 날 점심시간이었다. 오랫만에 인천 현장에서 근무하시던 부장님께서 본사에 오셨다. 오신 김에 점심을 같이 함께 했는데, 제작년에 뽑은 신입사원이 퇴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신입사원은 나를 모르겠지만, 내가 실무자 면접에 참여하여 본 첫 직원이었고, 최종 면접에서도 지원차 참여하여 관심이 많았던 직원이었다.
인천현장에 발령을 받으면서 약 1년간의 현장경험을 했는데,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퇴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는 것이다. 해당 현장은 건설현장 치고는 상대적으로 쉬운 현장이었고, 편한현장이었는데 의아했다. 혹시나 오늘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내 앞의 부장님이 다그쳐서 그랬을까 반문해보았지만, 그럴 성격이 아닌 분이기에 더욱 더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도대체 무엇이 그 직원을 퇴사하는 지경까지 만들었을까.
점심시간은 끝이나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재우고 나서 저녁 11시가 되어서야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책임도 있고 권한도 있으면 최고의 실행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 무식해보이고, 개선할 것들 투성이인데, 왜 이런 식으로 일을 계속할까. 나의 10년, 20년 미래는 옆에 있는 차장, 부장님들인데 과연 내가 위치에 올라서 만족할 만한 생활을 하고 있을까. 나의 미래는 저것이 최선일까?
그런데 지금은 내가 전에 있었을 떄보다 더 하다. 내가 입사할 때만해도 공무원의 인기가 대단했다. 안정적인 직장과 정년을 보장하는 직장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그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11년도에 입사를 했으니 22년인 올해 정확히 11년이 지나갔고, 그 사이에는 비트코인, 부동산, 주식으로 인한 벼락부자와 거지가 발생하였고, 왕년에 인기가 많았던 공무원의 직장은 더이상 그 인플레이션을 따라갈 수 없을 지경에 이르다가 지금은 구직자가 선호하는 직장에서 많은 순위가 뒤쳐졌다. 다시 대기업에 취업하여 목돈을 빠르게 모으고 재태크를 통해 일찍 퇴사하는 파이어족의 삶이 인기를 끈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직장에 들어온 젊은 직원들을 퇴사하게 만드는 사유는 무엇일까. 특히 내가 종사하고 있는 건설업계에서는 그 퇴사율이 다른 회사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고, 오래할 일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의 전환을 실시한 신입사원은 본인의 판단을 믿고 빠르게 실행에 옮겼다. 현장의 경험 1년을 통해서 얻은 것과 금융공학을 접목하여 투자회사에 입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에 있어서 많은 것을 질문해보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 생각의 깊이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하지만,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면에서는 지금의 MZ세대의 직장에 대한 가치를 매우 현실로 알게 되었다. (각종 뉴스에서 나온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러한 직원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를 해야할까 생각해보았다. 사자성어가 아닌 네글자 조합의 네 단어가 떠올랐다.
비전제시 / 자랑거리 / 역할분담 / 결과주의
비전제시는 앞으로 회사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주는 것이다. 부단 현재의 회사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면에까지 알려주는 것이다. 이는 회사차원에서는 어렵겠지만, 함게하는 직원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랑거리는 내가 속해있는 회사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급여를 많이 준다는지, 복지가 빵빵하다든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이라든지에 대한 직원 개개인의 가치관과 결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충족하지 못하면 더 본인의 뜻과 맞는 직장으로의 유출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신입사원은 본인의 능력을 펼치고 싶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싶다. 물론 아주 어려운 책임있는 일을 바로 시킬 수는 없지만, 어떤 업무에 보조적인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부분을 일임하여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게끔 지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과정에 있어서 본인의 판단을 존중해주고, 전통적인 문제 해결방법이 아니더라도 그에 대한 결론 도출까지 참고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최종적인 결과를 보고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점심시간에 발생했던 사고의 흐름이 다음 날이 된 오늘까지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왜 퇴사를 하였을까에서 시작하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행동까지 생각해보았다.
점심시간 15분 챌린지는 빠르게 글을 쓰는 것은 좋지만, 명쾌하게 글로써 정리되지 않음에 아쉬울 따름이다.
기회가 있을 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