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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 Dec 24. 2016

크리스마스 이야기

또 다른 추억이 다가오는 중

2011년 12월 24일

한국

레스토랑에서 크리스마스 디너를 먹었다. 난 이 날 처음으로 방쇼(vin chaud; 따뜻한 와인)를 맛봤다. 예전엔 그런게 있는 줄도 몰랐다
동네 마트에서 산 작은 초 하나를 켰고
미니는 나에게 깜짝 선물을 주었다. 처음으로 해봤다는 선물포장은 엉망진창이었다. 많이 웃었다.
크리스마스 케익에 불을 붙이고 사진을 찍었고
아파트 옥상에 발자국을 남겼다. 그날 밤엔 함박눈이 내렸다.



2016년 12월 현재

프랑스

노엘(크리스마스)시즌이다. 일단 대청소를 하고
트리를 만들었다. 니스에 살때부터 쓰던 낡은 트리지만 해마다 잘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장식을 끝낸 후 전구에 불켤때가 제일 신난다.
가족들 선물목록을 작성했다. 가까이 사는 일가친척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에 선물목록도 끝이 없다. 음식은 작년부터 역할분담을 해서 준비한다.
1차로 장을 보러갔다. 앞으로 2차,3차 계속 가야한다. 사야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니까.
선물 쇼핑. 사도사도 끝이 없다. 쇼핑몰이 터질것 같다. 다들 뭘 그렇게 사는걸까? 난 해마다 사다나르니 이제 뭘 살지도 모르겠다. 어렵다.




랑스에 온 뒤로 크리스마스는 명절이다.

프랑스어로는 노엘(Noël)이라 부르는 이 날이야말로 진정한 민족대이동의 날.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먹고 마시고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긴 휴가를 함께 보낸다.


우리의 경우,

12월 24일 이브에 온 일가친척이 모여 노엘파티를 한다. 그동안은 요리 좋아하시는 시엄마를 중심으로 시어른들께서 전부 준비하셨지만 다들 성인되고 결혼하고 모임의 규모가 커지다보니 노동의 강도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미니의 제안으로 작년부턴 역할분담을 하고 있는데 미니는 전체조율과 와인구매, 나는 데코레이션을 담당한다. 프랑스는 공산품이 비싼데 비해 한국 제품처럼 정교하고 예쁘지가 않다. 덕분에 모든 것은 가내수공업으로 만드는데 몇 날 며칠동안 그리고 자르고 붙이고를 반복하다보면 손가락에 멀미가 날 것만 같다. 내 맘대로 정한 올해의 테마는 눈꽃!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사실 작년엔 예상외로 시할머니께서 아이들보다 몇배는 더 기뻐하셨다.


좀 피곤하긴해도 저녁에 몸만 가서 다 준비된 저녁을 먹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 한국에 있는 우리가족은 사돈의 팔촌이 점심에 뭘 먹었는지 알 정도로 가깝고 뭐든 같이 하는걸 좋아하는데 그런 가족문화에 익숙해서일까? 솔직히 가끔 좀 투덜대긴 했지만 프랑스 가족들과 이렇게 무언가 같이 준비하는게 싫지만은 않다. 특히 제일 아끼는 예쁜 옷을 꺼내 입고 한껏 멋을 낸 가족들이 각자 준비한 선물이며 음식을 양 손 가득 들고 한 장소로 모이는 그 날 밤은 정말이지 미치도록 설렌다. 게다가 먹을게 많다. 밤새도록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건 더더더 즐겁다!



2011년 겨울, 미니랑 함께 맞이했던 첫 크리스마스는 두고두고 꺼내보는 추억이 되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사진첩을 열고 둘이서 그 때를 추억하곤 하는데, 그 당시 우리는 지금보다 어렸고 풋풋했고 또 마냥 즐거웠다.

함께 맞이할 여섯번째 크리스마스가 코앞까지 다가온 지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일단 사는 곳이 달라졌고, 부부라는 공동체가 되었으며, 국적이 다른 서로를 만나 겪어야만 했던 많은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면서 더 단단하고 성숙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둘이 아니라 여럿이 보내는 크리스마스도 달라진 것 중의 하나겠지... 둘이서만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그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 날이 기다려지는건 내 옆에 여전히 미니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둘이 함께 만드는 또 한 날의 특별한 추억, 두고두고 꺼내볼 그 추억이 다가오는 중이다.


2016 Noël 미니유즈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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