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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 Nov 15. 2016

결혼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La bonne heure

결혼 후 미니는 매일매일 등을 긁어달라고 한다. 연애할 땐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말이다. 첨엔 그러려니 하다가 점차 시도때도없이 요구하니 이게 은근 팔아프고 귀찮은거다. 좀 못된 마누라인가 싶지만 언젠가부터 "나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라고 말하고 은근슬쩍 넘기고 안긁어줬는데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나? 미니는 진화하기 시작했고 내가 이렇게 두뇌가 명석한 남자와 결혼했나 싶을 정도로 수작을 부려댔다.


가령 내가 멍때리며 쉬고 있을때... 

혹은 졸고 있을때...


 혼자만의 여유를 만끽할때...

본의아니게 그의 주변을 서성일때도 미니는 절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가령 이런식으로...


엔 여러번 당하고 분해했으나 이런 방식도 계속 써먹으니 나도 이제 웬만해선 속지않는 눈치가 생겼다.



작년에 미니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중 등긁개(?)라고 해야하나 암튼 효자손보다 귀엽지만 덜 시원한 것이 우리집에 뒹굴러 다닌다. 미니 외숙모께서 사주신건데 예전엔 쳐다도 안보더니 요즘은 "아악!외숙모 핸드!외숙모 핸드!"하면서 응급상황엔 저걸 찾아 쓰기 시작했다. 길다랗게 쭈욱 늘린 후 어설프게 긁으면서 아~하고 안도하는 그 모습이 사뭇진지해 보고있자면 웃음이 났다.


며칠 전 컴퓨터 앞에 앉아 또 혼자 바둥거리며 등을 긁던 남편이 그러는거다.

"여편!(한국말이 서툰 미니는 남편의 반댓말이 여편이라고 여긴다) 이걸 좀 봐. 등긁개를 옷에다 고정시키면 어떨까? 대단한 발명이 될거야!"

그리곤 그림까지 그려서 보여줬다.


이렇게...


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깔깔 웃었는데 잠들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까지도 "내 발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혼자 등긁는게 쉬운건 아니잖아?" 라고 묻는걸 보니 갑자기 웃음이 쏙 들어가 버렸다. 등 좀 긁어주는게 뭐라고 내 남편이 이런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나 싶은 생각에 짠해졌기 때문인데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그 후로 나는 다시 그의 등을 열심히 긁어준다. 그리고 남편에게서도 전과 달라진게 하나 있다면...



팔아프다고 투덜대는 나를 위해 스스로 움직인다.

난 그냥 손톱만 대여해주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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