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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Oct 10. 2020

곰탕집 깍두기 vs 시원한 깍두기

취향에 따라서 쉽게 만드는 레시피


요새 애플 사이다 식초를 만들면서 부쩍 발효음식에 관심이 생겨서 페이스북의 발효 그룹에 가입했다. 그 안에 여러 가지 발효의 신세계가 펼쳐져있었는데, 놀랍게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김치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나름 여러 가지의 방식으로 김치를 만들고 있었는데, 나로서는 저런 재료를 왜 넣을까 싶은 것들도 당연히 있었다.


아마 멸치 액젓을 넣으라는 얘기를 들은 거 같은데, 마른 멸치를 넣어도 되느냐는 질문까지 올라오자 나는 참지 못하고 참견을 시작했다. 집에 있는 새우젓 사진을 올려주면서, 한국 마트 가서 이런 거 사서 넣으라고 일러주고는, 시간 나면 쉽게 만드는 종류의 김치를 몇 가지 올려주겠다는 망언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아이고! 시간이 모자라 죽겠구먼!


알려주려면 아무래도 사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찾아보니, 이왕이면 브런치에도 정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국에 살 때, 김치는 귀찮아서 잘 안 해 먹어도 깍뚜기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하곤 했을 만큼 쉽고 간단한 김치이니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반가운 메뉴일 거 같아서 말이다.




내가 만들어 먹는 깍두기는 두 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친정엄마가 주로 해주시던 시원한 맛의 깍두기다. 이것은 정말이지 레시피랄 것이 필요 없다. 적은 양을 만들어서 금방 먹는 타입이다. 쉽고 순식간에 끝난다. 절이지도 않고, 그냥 잘게 깍둑 썰어서 고춧가루랑 소금이랑 버무리고, 갖은양념 버무리면 끝이다. 그러면 국물이 좀 생기면서 샐러드 같은 맛의 시원한 깍두기가 탄생한다. 애들 어려서 매운 것 잘 못 먹으면 이렇게 해서 맵지 않게 해 주면 딱 좋다.


그다음 버전은 곰탕집 깍두기다. 옛날에 주워들은 풍월로 해 먹다가 굳어졌는데, 당시의 비법은 우유사이다, 뉴슈가였다. 곰탕집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영업점의 맛에 충실한 불량 재료들이 들어갔다. 처음에는 곧이곧대로 따라 하다가, 가정식에 맞게 조절했는데, 사이다를 빼면 아무래도 단 맛이 덜 하지만 아무 지장이 없더라. 물론 뉴슈가는 진작에 버렸다.


우유는 몇 번 넣어봤는데, 여전히 괜찮다. 내 생각에는 요구르트 발효시키듯 발효과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안 해 본 것은, 곰탕 국물을 한 국자 넣는다는 것인데, 곰탕집에서야 쉬운 일이지만, 일반 가정에 평소에 곰탕 국물이 있기는 쉽지 않으니 이것은 결국 한 번도 못 해봤다. 


이것도 만들기는 쉽다. 절여야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복잡한 과정이 들어가지 않는다. 무를 적당한 크기로 깍둑 썰고, 소금을 휘휘 뿌려 섞어주면, 절이기 과정이 끝난다. 



가끔 뒤적여주면서 한 2시간 정도 절여주면 충분히 절여진다. 물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물만 쪽 따라낸다. 씻을 필요 없다. 그리고 먼저 고춧가루를 넣고 버물버물 해서 빨간 물을 들인다. 그리고 나머지 갖은양념을 넣고 비비면 거의 완성이다.


갖은양념이라 봐야 우리가 상식적으로 김치에 넣는 것들이다. 새우젓, 파, 다진 마늘, 다진 생강, 그리고 양파를 좀 채 썰어서 넣어주면 시원한 맛이 난다. 하지만 안 넣어도 된다. 원래 레시피엔 없었다. 나는 아래 사진으로 만들 당시에 집에서 적양파가 굴러다녀서 그냥 넣은 것이다.


간은 주로 새우젓으로 하는데, 없다면 멸치액젓이나 까나리 액젓을 넣어도 무방하다. 간을 보고 입에 딱 맞는다 싶을 때 소금을 한 큰 술 더 넣어준다. 원래 모든 김치는 익으면서 싱거워진다. 너무 싱거우면 골마지가 끼거나 무르기 쉬우므로 짭짤한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유를 부어서 한 번 더 뒤적여주면 된다. 우유를 넣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사실 새우젓이나 액젓도 모두 동물성이다. 단백질이고 상하기 쉬운 것들이다. 단지 짜게 했기 때문에 상하지 않고 발효가 될 뿐이다. 그러니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넣어주면 된다.


이제 실온에서 하룻밤 정도 익혀주고, 다음 날 냉장고에 넣으면 끝이다. 세상 쉽지 아니한가? 우리 남편 아이들이 김치를 좋아해서 깍두기는 정말 수시로 해서 준다. 이 정도면 쉽게 해 줄 수 있으니까!



더불어, 함께 드실 사골국도 필요하다면 이 링크 따라 쉽게 만드시길...

https://brunch.co.kr/@lachouette/124





<< 시원한 두기 >>


1) 무를 자그마하게 깍둑썰기 한다. (절이지 않는다)

2) 고춧가루를 부어 버무려, 빨간 물이 들도록 잠시 놔둔다. 10분 정도.

3) 그러고 나서 양파, 파, 마늘, 까나리 액젓 조금, 새우젓 조금 넣고 소금 간한다.

4) 반나절 정도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는다.




<< 곰탕집 두기 >>


무 2개 기준, 소금 2큰술, 새우젓 1~2 큰술, 고춧가루 2큰술

마늘 다진 거 1큰술, 생강 엄지 한마디 만큼 다질것, 우유 1/3컵, 대파 적당히


1) 무를 큼직하게 깍둑 썰어 소금 두 주먹 넣어서 2 시간 정도 절인다.

2) 다 절여지면 물을 따라내고 (씻지 않음), 고춧가루로 버무려 색이 들게 한다.

3) 갖은양념을 넣고 버무린다. 간을 보고 딱 맞으면 소금 한 숟가락을 추가한다.

4) 우유 넣고 버무린다.

5) 뚜껑을 살짝 얹어서 실온에 하루 익힌 후에, 뚜껑 닫아 냉장고로 옮긴다.


* 모든 양념의 개인의 입맛에 따라서 가감가능.

* 무 5개 기준이 너무 큰 것 같아서 2개 기준으로 설명을 바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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