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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Oct 27. 2023

물엿 없이 견과류 바

남편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 보는 걸로!

나는 단거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에너지바라고 파는 것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못 먹는다. 내 에너지를 채워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속이 메슥거리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내가 만들면 단맛 나는 것은 하나도 넣지 않고 만든다.


물론 에너지바를 만드는 데에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것은 물엿 같은 끈적한 당분이다. 조청이든, 시럽이든 아무튼 그 비슷한 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걸 빼고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여러 차례의 실험을 통해서 물엿 없이 만드는 법을 만들었다.


처음 만들었을 때,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 이게 정말 되는구나 싶었다. 게다가 맛은 최고로 럭셔리했다. 여러 가지 견과류가 어우러져서 고소한 맛이 풍부했다. 위에다가 초콜릿을 녹여서 뿌린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초코와 견과라니 그걸로 최고였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마카데미아와 피칸까지 넣었으니 얼마나 맛이 고급졌겠는가. 단것을 싫어하는 내 친구들 모두, 눈물을 글썽이며 좋아했다. (카페에 올렸던 글이 네이버 메인에까지 올라갔다!)


예전에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히트 친 견과류 바. 초콜릿을 녹여서 뿌렸다


그러나! 캐나다에 온 후, 남편에게는 이게 통하지 않았다. 자고로 에너지바에서는 어느 정도 단 맛이 나야 한다고 머리에 세팅이 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 견과류도 잘 먹는 남편이지만, 건강한 맛이라고 표현하며,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내가 한발 양보하기로 했다. 나 혼자 먹겠다고 만드는 것은 아니니, 설탕시럽이나 물엿을 넣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순수한 단맛이 나는 것을 좀 섞어주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견과류 바가 탄생했다. 이 버전은 완전 성공이었고, 로드 트립 갈 때에도 아주 유용했다. 남편도 먹을 때마다 엄지척을 해주었다.




내가 단맛으로 선택한 것은 건과일이었다. 집에 남편이 가끔 먹던 말린 대추야자(dried dates)와 말린 무화과(dried fig), 이 두 가지면 단 맛을 적당히 낼 수 있을 것이며, 또한 그 끈적임으로 인해 견과류가 뭉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 이외에 건자두(prune)를 이용해도 좋다. 특히 건자두는 변비에 좋은 식품이라 유용하다.


건 무화과, 건자두, 말린 대추야자


견과류를 뭉치게 해 줄 다른 재료로는 달걀흰자를 선택했다. 노른자를 함께 사용해도 되지만, 오래 보관하려면 흰자만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흰자만 넣어서 익혀놓으면 금방 상하지 않는다.


그리고 뭘 더 넣을까 고민하다가, 냉장고에 있는 땅콩버터를 발견했다. 무설탕 유기농으로 사놓은 것이 있길래 그걸 넣기로 했다. 끈적함을 더해주는 데에 한 역할을 할 것이었다. 


견과류 덩어리 사이로 들어가서 뭉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재료로는 아몬드 가루차전자피 가루를 사용했다. 이 정도면 달걀흰자와 힘을 합쳐 뭉치게 만들 수 있을 자신이 있었다. 거기에 풍미를 얹어주기 위해 코코아 가루를 추가하기로 했다. 


그러면 견과류는 무엇을 사용할까? 사실 크게 상관없다. 견과류만 사용해도 좋고, 해바라기씨앗이나 호박씨를 섞어도 좋다. 호두, 피칸, 아몬드, 브라질넛, 마카다미아 등등 냉동실에 있는 것을 적당히 섞어서 총량을 만들면 된다. 




그냥 사용해도 좋지만, 살짝 구워주면 바삭해져서 더욱 좋다. 오래 구울 필요는 없다. 한 5분 정도 수분을 날려준다는 기분으로 오븐에 구워주면 충분하다.


견과류가 큼직하게 씹히면 맛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러면 잘 뭉치기 어려우므로 곱게 다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칼로 다져도 되지만, 이럴 때 푸드프로세서를 이용하면 아주 편리하다. 다지면서 동시에 뭉쳐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견과류를 먼저 넣어서 돌리고, 어느 정도 부서진 후에 건과일을 넣고 돌렸다. 그다음에 가루류와 달걀흰자를 넣었고, 땅콩버터와 바닐라 농축액도 넣어줬다.


다만 초콜릿은 종종 씹혀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뭉개지지 않게 칼로 다져서 맨 마지막에 넣어줬다.


초콜릿은 마지막에 넣고 가볍게 섞어준다


반죽은 적당히 끈적하다. 이제 유산지를 깐 틀에 눌러주면 된다. 


내가 사용한 틀은 사이즈가 딱 맞았는데, 만일 이것보다 큰 틀 밖에 없다면, 한쪽으로 밀어서 뭉쳐주면 된다. 그것도 마땅치 않으면 손으로 빚어도 되는데, 그건 시간이 좀 오래 걸려서 귀찮다.


예전에 만들 때는 맞는 틀이 없어서 한쪽으로 붙여서 사용했다


꾹꾹 눌러주면 모양이 잘 잡힌다. 그리고 그래야 서로 더 잘 붙기 때문에, 대충 던져 넣기보다는 잘 눌러주기를 추천한다. 


이렇게 넣어서 보통 사용하는 오븐 온도인 180C (350F)에서 20분 정도 구워주면 된다. 



구우면서 냄새가 정말 좋다. 고소한 견과류 향이 아주 진동을 한다. 간간히 상태를 살펴서 태우지 않도록 하자. 기름기가 충분하기 때문에 유산지에서 쉽게 떨어진다.


하지만 뜨거울 때 무엇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좀 식기를 기다리자. 뜨거울 때는 잘 부서진다. 살짝 식으면 유산지에 담긴 그대로 꺼내서 좀 더 식힌다.


빨리 썰고 싶겠지만, 완전히 식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뜨거울 때 썰면 부서진다. 아래 사진에 보면 성질 급하게 덤볐다가 부서진 흔적이 보인다. 반듯하게 잘린 부분은 식은 후에 자른 것이다.



시중에 파는 견과류 바처럼 길쭉하게 썰기보다는 자그마하게 써는 것이 나중에 먹기 더 편하다. 완전히 든든하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먹게 되지도 않기 때문에, 쓸데없이 크게 썰기보다는 손에 쉽게 들고 먹게끔 자르는 것이 좋다. 


안타깝게도 이 이후의 사진은 없다. 지퍼백에 담아서 여행 내내 끌고 다니면서 먹었기 때문이다. 



비록 볼품없이 비닐봉지 안에서 일생을 마쳤지만, 그 어느 간식보다도 소중하고 즐겁게 먹었다. 비상식량으로 강력 추천한다.





건강 견과류 바

8인치(20cm) 사각틀, 북미식 계량법 (1컵=240ml)


재료:

견과류 2컵반 (종류 상관없이 총량)

건무화과 큰 것 5개 (85g)

말린 대추야자 8개 (없으면 건자두)

아몬드 가루 1큰술

차전자피 2큰술

코코아 가루 2큰술

땅콩버터 반컵

바닐라 추출액

꿀 1 큰술 (단 맛을 더 원하는 경우에만)

달걀흰자 2개

소금 1꼬집

다크 초콜릿(70% 이상) 80g


만드는 법:

1. 푸드프로세서에 견과류 먼저 넣고 다진다. (기계가 없으면 손으로 다진다)

2. 건과일을 넣어서 돌리고, 그 이후의 재료를 차례로 몇 가지씩 넣으면서 돌려준다.

3. 초콜릿은 칼로 다져서 마지막에 섞어준다.

4. 20cm 오븐용 사각틀에 유산지를 두르고 반죽을 꾹꾹 눌러 담아준다.

5. 180C (350F)로 예열된 오븐에 20분 정도 구워준다.

6. 꺼내서 완전히 식힌 후,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밀폐용기에 담아두고 먹는다.

    실온에서 나흘 정도, 냉장고에서는 열흘 정도 보관 가능하다.



한국 다녀와서 도통 글이 안 써지는데, 일단 예전에 쓰다 만 이 레시피라도 먼저 올리며 발동을 걸어봅니다. 만들기 쉽고, 맛 보장합니다. 꼭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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