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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an 19. 2024

진짜 눈꽃 빙수를 먹는 곳!

눈을 퍼서 팥빙수를 만들다!

캐나다는 원래 눈이 많이 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씨주가 있는 서부 쪽은 사실 원래 그리 춥지 않다. 이번 겨울은 특히 유난히 따뜻했고 영하로 확 떨어지는 날씨가 없었다. 그리고 눈도 없었다.


그러다가 오늘 새벽부터 갑자기 폭설이 내려서, 아침에 밖을 내다보니 데크에 30cm는 족히 쌓여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머리에 딱 떠오른 생각은!


아! 팥 삶아야겠다!


부엌 쪽 뒷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텃밭의 독수리는 눈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자신의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이곳의 눈은 얼마나 깨끗한지, 밖에서 실컷 뒹굴고 놀아도 옷이나 손이 까매지지 않는다. 처음 이곳 눈을 접했을 때에는 깜짝 놀랐지만, 이제는 눈이 하얀 게 하나도 신기하지 않다.


그냥 먹어도 어쩐지 맛있는 눈


나는 오전 근무가 끝나자마자 부지런히 팥을 꺼내서 씻었다. 그리고 뚜껑 열어 애벌 삶기를 먼저 했다. 뭔가 독성이 있다고 했던가, 아니면 아린 맛을 빼낸다고 했던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팥은 늘 이렇게 한번 우르르 삶아서 그 물을 따라 버린 후 다시 삶는 것이 정석이다.



물을 따라 버린 후, 한번 빠르게 헹궈주고 다시 물을 잡아 끓였다. 팥 두 컵에 물은 세 컵 정도 했고, 소금은 반 작은 술 넣었다. 설탕은 일단 생략하고 그대로 삶았다. 압력솥의 추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불을 중 약불로 내리고 20분간 삶아준 후 불을 끄면 되니 팥 삶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추가 내려가면 다 익은 것이다. 처음에 뚜껑을 열면 상당히 수분기가 많은 것 같지만, 식으면서 줄어들기 때문에 괜찮다. 팥빙수 용으로 사용하려면 아무래도 단맛이 필요하니 이때 설탕이나 기타 감미료를 넣어주면 좋다. 



나는 단팥으로 쓰기에는 살짝 많아 보이기에 알이 성성하게 살아있는 위주로 좀 퍼냈다. 냉동했다가 다음 달에 있을 대보름 오곡밥 할 때 던져 넣을 심산이었다. 


남은 팥에 자일리톨 가루를 넣고 저어줬다. 만일 여전히 너무 묽거나 팥이 성하다면 그 상태로 잠깐 불을 켜고 졸여줘도 좋다. 


잠깐 딴짓을 하다가 너무 졸였다!


팥이 좀 식었다 싶어서 나가서 눈을 퍼왔다. 사진을 찍을 생각을 했으면 좀 이쁜 그릇에 퍼올 일이지 이런 플라스틱 통이라니! 하하!



팥빙수를 만들 재료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인 재료인 팥과 얼음이 있으니 뭘 더 바라겠는가! 연유대신 생크림을 준비했고, 가을에 만든 크랜베리 꿀절임과 견과를 챙겼다. 


솔직히 인절미는 좀 아쉬웠지만, 냉동실에 보관해 둔 게 다 떨어지고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만든 선식가루라도 좀 뿌려줬다. 엉터리 팥빙수 탄생!



팥빙수가 처음이 아닌 남편은 이제 눈이 오면 으레 이걸 먹으려니 한다. 팥을 주식이 아닌 간식이나 디저트로 먹는다는 것이 서양식 개념에서는 참으로 생소하지만, 이런 게 또 먹는 재미 아니겠는가!


맛은 어떨까 궁금하다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답해주고 싶다. 입자가 고아서 진짜 사르르 녹는 맛이다


오 년 전 처음으로 만든 눈꽃 빙수


자연이 좋은 캐나다, 그래서 공기도 좋은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아주 큰 혜택이다 싶다. 저녁때 전화 온 지인의 딸아이는 눈에서 초콜릿 맛이 난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은 눈이 찰떡같다고도 했다. 캐나다 눈은 다들 맛있나 보다!


맛있게 빙수 해 먹고 남은 팥으로 내일은 오븐 풀빵을 만들어야겠다! 




압력솥으로 빠르게 단팥 삶기


재료: 

팥 2컵

끓이는 물 3 컵

소금 1/2 작은술

자일리톨 또는 설탕 1/4컵 ~ 1/2컵 (취향껏) 


만들기:

1. 팥을 깨끗이 씻는다. 

2. 팥이 잠길 정도로 물을 받아, 압력솥뚜껑을 열고 빠르게 끓인다. (5분 정도면 완료)

3. 물을 따라내고 빠르게 한 번 헹궈준다.

4. 팥을 다시 압력솥에 넣고 물 세 컵을 붓는다.

5. 뚜껑을 닫고 중강불로 끓인다.

6. 추가 돌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줄이고 다시 20분간 더 끓인다.

7. 불을 끄고 추가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8. 뚜껑을 열고 맛을 본 후, 원하는 양의 감미료를 넣어준다. 

9. 저어 주면서 한번 더 끓여서 감미료를 녹여준다. 팥을 적당히 으깨준다.



* 풀빵 레시피가 궁금하시면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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