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by 라다

전화를 끊자마자 또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 전에 한숨을 쉰다.


바쁘게 급한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자료를 보내 달라는 부장님의 재촉 메시지 알림 깜빡이를 보고 또 숨을 깊게 내쉰다. 분명히 오늘까지 완성해 달라고 했던 자료를 아직 작성 중이라는 동기의 카톡 알림 창을 보고 주먹을 쥐고 말았다.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듣고 울 수가 없어서 그만 사무실에서 뛰쳐나갔다. 한숨을 세 번이나 쉬었다는 것은 새로운 순환의 지점에 도달했다는 힌트이다. 소리를 질러버리기 전에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했다.


답답하고 짜증이 나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숨을 모아 어휴 소리를 내면서 듣기 싫은 한숨 소리를 퍼트린다. 단, 회사에서는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한숨을 쉬려 한다. 남들의 불만 가득한 한숨 소리를 들으면 나도 기운이 빠진 것을 경험해 봐서 그 소리가 얼마나 듣기 싫은 소리인지 잘 안다. 그런데 조용히 한숨만 쉬는 것, 그게 참 쉽지가 않다.



한 번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한숨을 쉬었더니 부장님은 말했다. "한숨 좀 그만 쉬어라. 있던 복도 나가겠다." 그렇다. 한숨을 쉬면 보통 복이 나가니까 한숨 쉬지 말라고 한다. 지금 너무 힘들어서 말할 힘도 없으니 숨이라도 고르는 건데 그게 남들에게는 엄청난 소음이 될 수 있다.


한숨을 쉬는 것은 불편스러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입김이다. 기념품으로 사 온 오래된 장식장 위, 에펠탑에 입으로 바람을 후후 불어서 쌓인 먼지를 날리듯이 마음속에 가득 쌓인 먼지처럼 더러운 노폐물을 빼내는 일이다. 그저 유해한 것들을 날려버리는 바람일 뿐이다. 그래야 내 속에 새롭고 깨끗한 숨을 들이켜 얼룩져있던 뭉텅이들을 정화한다. 가득 찬 쓰레기통을 비워서 새로운 쓰레기를 채우듯이 우리는 그렇게 한숨을 쉬면서 또다시 채워질 것들을 위해 비움으로 공간을 확보해 놔야 한다. 힘듦의 무게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 소리로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느낄 수 있다.